
[더게이트]
무한 리빌딩 중인 워싱턴 내셔널스가 팀의 미래를 33세 청년에게 맡겼다. 주인공은 블레이크 부테라. 에런 저지, 무키 베츠와 동갑내기인 부테라는 메이저리그가 50년 만에 맞이하는 30대 초반 감독이다.
MLB.com과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들은 31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의 부테라 감독 선임을 전했다. 1992년 8월 7일생인 부테라는 2026시즌 개막일인 3월 26일 기준으로 33세 7개월 19일이 된다. 1972년 미네소타 트윈스를 지휘한 프랭크 퀼리시(당시 33세 27일) 이후 가장 젊은 메이저리그 감독이다.
뉴욕 양키스 주장 저지(1992년 4월 26일생), LA 다저스 외야수 베츠(1992년 10월 7일생)가 부테라와 동갑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1루수 브라이스 하퍼(1992년 10월 16일생)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엔 부테라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가 수두룩하다. 워싱턴 로스터에도 투수 트레버 윌리엄스(1992년 4월 25일생)가 있다. 부테라보다 석 달 반 정도 연상이다. 2025시즌 메이저리그 최연소 감독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올리 마몰(39세)로, 35세에 첫 빅리그 감독 경기를 치렀다. 부테라는 그 기록을 2년 앞당긴다.
이번 선임은 지난 10월 1일 야구운영 본부장에 취임한 폴 토보니의 첫 빅픽처다. 워싱턴은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을 지난 7월 해임했고, 오랜 단짝 마이크 리조 단장도 함께 보냈다. 시즌이 끝난 뒤엔 임시 감독 미구엘 카이로와도 결별했다. 토보니는 새 출발을 위해 파격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파격의 중심에 부테라가 있다.
부테라는 탬파베이 레이스 조직 출신이다. 프로 선수 경력도 있다. 보스턴칼리지 출신 내야수로 2015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5라운드로 지명받았다. 현역 스타 브랜든 로와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같은 기수다. 탬파베이 마이너리그에서 2시즌을 뛰었지만, 빅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부테라의 진가는 코칭스태프로 옮긴 뒤 드러났다. 2018년 허드슨밸리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25세로 마이너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연소 감독이었다. 이후 싱글A 찰스턴에서 4시즌 동안 감독으로 일했다. 2023년엔 어시스턴트 필드 코디네이터로 한 단계 올라섰다. 같은 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벤치코치로 마이크 피아자 감독을 보좌했다.
2023년 10월, 부테라는 탬파베이 선수육성 부문 시니어 디렉터로 승진했다. 마이너리그 전체의 선수 육성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탬파베이는 적은 돈으로 강한 팀을 만드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탄탄한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있다. 부테라는 그 심장부에서 일하면서 탬파베이의 문화와 시스템을 직접 경험했다.
부테라는 야구인 가문 출신이기도 하다. 아버지 배리는 197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14라운드로 지명받았다. 역시 배리라는 이름을 가진 형은 200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1라운드로 선택됐다.
토보니는 이달 초 감독 후보에게 메이저리그 경험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고려해야 할 변수 중 하나이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스포츠 전반에 걸쳐 초보 감독 중에 성공한 이가 많았다"며 "첫 번째 기회에서 실패했다가 두 번째 기회에서 정말 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결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테라 선임은 이 말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부테라의 선임 소식이 전해진 뒤, 볼티모어 오리올스 신임 감독 크레이그 앨버나즈가 X(옛 트위터)에 반응을 올렸다. 둘은 마이너리그 코칭스태프에서 함께 일한 사이다. 앨버나즈는 "나의 친구"라며 "훌륭한 사람이자 친구, 남편, 지도자"라고 썼다. 이어 "리그가 그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형제여,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피아자는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와 인터뷰에서 "훌륭한 선택"이라며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부테라는 충실하고 근면하며 효율적이고 헌신적인 야구인"이라고 평가했다. 피아자는 "뛰어난 지식과 태도로 존경받는 사람"이라며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테라는 2026시즌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감독 중 한 명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토니 비텔로, LA 에인절스의 커트 스즈키, 볼티모어의 앨버나즈가 내년 초보 감독으로 데뷔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아직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다. 앨버트 푸홀스, 닉 헌들리, 루벤 니에블라가 후보로 거론된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도 감독 선임이 진행 중이다.
워싱턴은 지난 시즌 66승 96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5위에 그쳤다. 최근 6시즌 중 5번째 꼴찌다.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승률 5할을 넘긴 해가 없다. 지난 시즌 워싱턴은 내셔널리그에서 세 번째로 낮은 687득점에 그쳤다. 투수진의 평균자책은 5.35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 리빌딩은 계속하는데 좀처럼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에는 미래가 있다. 2025시즌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타자 평균 연령이 두 번째로 낮았고, 투수 평균 연령도 두 번째로 젊었다. 부테라와 그가 꾸릴 코칭스태프는 데일런 릴리(22세), 브래디 하우스(22세), 제임스 우드(23세), 딜런 크루스(23세), CJ 에이브럼스(25세), 호세 A. 페레르(25세), 매켄지 고어(26세) 등 특급 유망주들을 키우는 임무를 맡게 된다.
부테라에겐 탬파베이에서 쌓은 육성 노하우가 있다. 워싱턴의 젊은 선수들과 나이 차이도 크지 않다. 소통은 원활할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감독은 마이너리그와 다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다. 젊은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어떻게 다룰지, 언론과 팬들의 압박을 어떻게 견딜지는 미지수다. 부테라호 워싱턴의 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