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구 포함 상세한 도보 길찾기를 제공하는 카카오맵(왼쪽)과 대비되는 구글 지도. (사진=카카오맵, 구글 지도 앱 갈무리)
지하철 출구 포함 상세한 도보 길찾기를 제공하는 카카오맵(왼쪽)과 대비되는 구글 지도. (사진=카카오맵, 구글 지도 앱 갈무리)

[더게이트]

KBO리그가 올 정규시즌 누적 관중 1,231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국 야구가 흥행 콘텐츠로 자리 잡자, 직관을 목표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발걸음도 분명히 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야구장을 ‘찾아가는’ 단계에서 외국인들이 벽에 부딫히고 있다. 사실상 전 세계 표준으로 쓰이는 구글 지도는 한국에 들어오면 길찾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이 보안상 막혀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 지도·카카오맵을 써야만 상세 경로가 나오지만, 외국인에겐 인터페이스가 낯설고 영어 표기도 충분치 않아 진입장벽이 높다. 

“구글맵은 한국에서 ‘깜깜’…네이버·카카오맵은 낯설고 영어 표기 부족”

외국인 관람객들이 야구장 방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ChatGPT 생성)
외국인 관람객들이 야구장 방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ChatGPT 생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방한 외래 관광객은 약 17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3% 증가했다. 2024년부터 본격화한 KBO 인기 상승은 10·20대와 여성 팬 유입이 견인했고,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직관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을 찾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야구장이 관광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올 시즌 야구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A 씨는 “한국 야구 경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여행 중 최고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도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3월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 야구 응원 문화 연계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키움 홈경기를 포함한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서울외국인주민센터는 6월 고척돔 단체 관람을 운영해 외국인 거주자의 직관을 지원했다.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도 야구장 방문을 포함한 상품들이 올라오고 있다. 

KBO ‘1,200만’ 시대, 외국인도 ‘북적’…야구장, 관광 코스로 부상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정밀 지도 국외 반출 건의 관련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위원(오른쪽)의 질의에 대답하는 구글코리아 황성혜 부사장. (사진=국회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정밀 지도 국외 반출 건의 관련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위원(오른쪽)의 질의에 대답하는 구글코리아 황성혜 부사장. (사진=국회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한국에서 야구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A 씨는 “여행 도중 구글 지도를 사용했지만, 한국에선 이상하게 길을 잘 찾지 못해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B 씨는 “평소에는 구글 지도를 쓰는데, 한국에 올 때만 네이버 지도를 새로 깔아야 해 번거롭다”고 토로했다.

이어 “네이버 지도는 인터페이스가 익숙지 않아 처음 길을 찾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영어 표기가 부족한 경우가 있어 검색이나 경로 확인이 매우 불편했다. 솔직히 네이버 지도로 어디를 간다는 건 매우 어렵고 불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B 씨는 2001~2003년 한국 체류 경험이 있어 한국어가 낯설지 않은 편이지만 “한국어를 못하면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즉, 외국인에게 익숙한 구글 지도 생태계와 한국의 네이버·카카오 지도의 UI·UX 사이에 ‘학습 비용’이 존재하고, 표기·검색 체계의 언어 장벽이 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이 장벽이 더욱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 익숙한 ‘구글 지도’, 왜 한국에선 제대로 못 쓰나

구글 지도는 국내에서 차량 길찾기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사진=구글 지도 앱 갈무리)
구글 지도는 국내에서 차량 길찾기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 (사진=구글 지도 앱 갈무리)

구글 지도로 길찾기를 시도하면, 대중교통 경로는 제시되지만 차량·도보 길찾기는 불가능하다. 대중교통 길찾기를 이용할 때도 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의 도보 안내는 없다. 반대로 네이버 지도·카카오맵은 도보 동선까지 촘촘히 안내한다. 두 앱에 익숙하지 않다면 길찾기 난이도는 치솟는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기본측량성과(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반출 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외 기업인 구글은 한국에서 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활용하기 어려워, 차량·도보 길찾기 같은 고정밀 경로 안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힘들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다. 구글과 애플이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건의하자, 11월 13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안보 우선 원칙'을 분명히 했다.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에는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 정보가 포함돼 있고, 국내 기업은 국방부가 조정·통제할 수 있으나 해외 기업에 대한 통제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도 보도 자료를 통해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은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일 열린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에서도, 정부는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다. 구글이 영상 보안처리 및 좌표표시 제한에 대해 수용했지만,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의체는 60일 이내에 서류 보완을 요청했고, 구글의 보완 신청서 제출이 완료되면 이듬해 2월 5일 해당 사안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제공받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K-야구장' 방문도 한걸음 쉬워진다.

콘텐츠는 이미 증명됐다. 관중 1,231만 명이라는 기록은 한국 야구의 매력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접근성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야구장 진입을 막는 '길찾기' 장벽을 낮추지 못한다면, 야구 열기 글로벌 확장의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한국 야구가 관광 상품으로 완성되려면, 야구장 ‘안’만큼이나 야구장 ‘까지’가 쉬워져야 한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