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도쿄돔]
한일전 10연패 수렁을 끊어내지 못한 류지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쉬운 경기 내용 속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류 감독은 안현민과 송성문의 백투백 홈런, 상위타순의 활약, 대타 한동희와 투수들의 '경험'에 대해 말했다.
류 감독 "안현민 국제전 경험 적지만 자기 스윙, 송성문도 좋은 홈런"

대표팀은 3회까지 일본 선발 소타니 류헤이에 안타와 사사구 없이 꽁꽁 묶였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21경기에 나서 114.1이닝 동안 8승 8패 평균자책 4.01을 기록한 오릭스 버팔로즈 3선발 자원이었는데, 대표팀 상대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다만 뒤이어 등판한 모리우라 다이스케 공략에 성공했다. 모리우라는 올 시즌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60경기에 나서 55.1이닝 동안 12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 1.63을 기록한 필승조 투수였다. 하지만 선두타자 신민재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안현민과 송성문에 백투백 홈런을 내주며 단숨에 3점을 실점했다. 대표팀은 4회 득점을 통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류 감독도 두 홈런에 대해 "안현민이 본인 스윙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라며 "체코전 두 경기에 나섰을 뿐, 국제전 경험이 적다. 긴장감이 컸겠지만 본인 스윙을 했다"고 칭찬했다. 뒤이어 홈런을 기록한 송성문에 대해서도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했던 선수 중 하나다. 좋은 홈런을 쳤다"고 했다.
류 감독 "투수 소모 생각보다 많아...11사사구 아쉽다"

다만 리드는 길지 않았다. 득점 직후 대표팀 선발 곽빈과 구원 이로운이 흔들리며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동점 상황이 이어지다가, 문현빈 타구에 대한 오심성 판정이 나온 5회에는 곧바로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크게 무너졌다.
이로운, 김택연, 이호성, 김건우, 이민석 등 이날 등판했던 성영탁 제외 모든 불펜 투수가 사사구를 허용했다. 선발 곽빈까지 포함하면 도합 11명의 일본 타자가 걸어서 1루로 나갔다. 류 감독도 "계획보다 투수 소모가 있었다. 엔트리에 길게 던지는 선수보다, 1이닝씩 던지는 선수들이 많다"며 "내일 경기에서는 길게 던지는 상황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감독은 "사사구가 11개 나왔다는 점이 투수진에서 아쉽다"면서도 "젊은 투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본다. 성장할 수 있는 경기가 됐다"며 선수단을 다독였다. 한일전 대패는 아쉽지만, 한일전이라는 큰 무대 마운드에 오른 선수들의 이날 경험이 오는 3월 열리는 WBC 등 국제전 무대 활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수들 긴장했을 것, 어린 선수들이다"

류 감독은 또 선수들이 느꼈을 긴장감에 대해서도 말했다. 류 감독은 "긴장했을 것이다, 굉장히 어린 선수들"이라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일본에 최근 10연패 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는데, 지난 WBC를 우승한 일본 대표팀의 성장세가 빠르다. 이제는 격차가 꽤나 벌어졌다는 평가가 반복되고 있다.
류 감독도 "강팀하고 상대하려면 변화구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전 성적이 좋은 '강팀' 일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류 감독은 "국내에서 150km/h 공을 던지기만 해도 통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변화구를 섞어 가며 강약조절을 해야 한다"며 "그런 게 부족해 볼넷이 많았다. 성장하지 않겠나"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ABS? '높은 모서리' KBO에서는 울리는데...
또 류 감독은 이날 마주했던 '인간 심판'에 대해서도 논했다. WBC 규정에 따라 체코전부터 사람 주심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고 있다. 이란 경기에서는 메이저리그 최초 여성 심판으로 이름을 알린 젠 파월이 주심을 맡았는데, 5회 문현빈 타구에 대한 아쉬운 판정이나 도쿄돔 로컬 룰에 대한 최초 오심 등 아쉬운 장면에 더해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류 감독은 ABS가 없었던 점이 영향을 줬냐는 질문에 대해 "높은 존 모서리가 KBO에서는 ABS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한다"며 "정면에서 보지 못해 정확한 존을 파악하진 못했지만, 높은 모서리가 볼로 판정되는 것 같다.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ABS에 익숙해진 선수단이 경기마다, 주심마다 달라질 수 있는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것도 오는 WBC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문현빈 타구까지 포함하면 7안타, 신민재와 한동희 인상적"

류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벌어졌던 상위타순과 하위타순의 격차에 관해서도 돌아봤다. 류 감독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안타는 6개다. 문현빈까지 포함하면 7개라 생각"한다며 "하위타순까지 잘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했다. 이날 6개의 안타 중 5개가 1~3번타순에서 나왔고, 4~9번에서는 김주원이 유일한 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신민재는 리드오프로 출전해 3안타를 기록했는데, 류 감독은 "지난 프리미어 12가 첫 대표팀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플레이에 여유가 다른 선수보다 있다.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류 감독은 "16일에는 한동희를 선발에 포함시킬 예정"이라며 "체코전에도 좋았고, 빠른 공 대처가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