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이 니시카와 미쇼를 찾아 사과하고 있다. (사진=KBO)
이호성이 니시카와 미쇼를 찾아 사과하고 있다. (사진=KBO)

[더게이트=도쿄돔]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 마운드에 선 이호성(21·삼성)에게는 악몽 같은 밤이었다.

3-3으로 맞선 5회 무사 1, 2루. 팀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기시다 유키노리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고, 이후 볼넷과 안타를 내줬다.

그리고 다음 타자 니시카와 미쇼를 상대로 2-2 카운트에서 던진 5구째 속구가 제멋대로 날아갔다. 공은 니시카와의 왼팔을 때리고 헬멧까지 스쳤다. 4만 관중의 탄식이 쏟아졌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이호성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4실점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4-11, 1차전 대패의 빌미였다. 평균 연령 22.2세의 어린 투수진이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9볼넷 2사구를 쏟아낸, 그 중심에 이호성이 있었다.

하지만 하룻밤이 지난 16일, 그는 마운드 위의 투수가 아닌 '동료' 야구 선수로 돌아왔다.

이호성은 2차전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를 통해 "니시카와에게 꼭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호성은 통역과 함께 훈련 중이던 니시카와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전날의 아찔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니시카와는 이호성의 사과를 웃으며 받아줬다. "괜찮다"는 화답이었다.

숙명의 한일전, 4만 관중의 함성, 첫 도쿄돔 등판. 21살의 어린 투수에겐 모든 것이 압박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최악이었지만, 그는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이 그라운드 위에 존재한다. 국적을 떠나 서로의 몸을 걱정하는 '동업자 정신'이다. 이호성이 패배 속에서도 훈훈한 장면을 만들어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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