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7년 만이다. 손흥민과 토마스 뮐러가 MLS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재회한다.
23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손흥민(LAFC)과 토마스 뮐러(밴쿠버 화이트캡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리는 이 경기는 단판 승부다. 이기는 팀은 컨퍼런스 결승행, 지는 팀은 시즌을 마감한다.
손흥민과 뮐러는 각각 한국과 독일 축구의 전설이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한 후 지난 8월 LAFC로 이적해 12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기록했다. 뮐러 역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같은 시기에 밴쿠버로 옮겨 10경기에서 9골 4도움을 올리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두 선수의 첫 MLS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기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라커룸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두 슈퍼스타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두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LAFC 수비수 은코시 타파리는 "손흥민은 정말 특별하다. 성격도 밝고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항상 농담을 던진다. 나도 장난꾸러기인데, 손흥민한테는 밀린다"고 말했다.
밴쿠버 미드필더 랄프 프리소는 뮐러에 대해 "완전 장난꾸러기다. 청백전에서 자기 팀이 이기기라도 하면 상대를 놀리기 바쁘다. 특히 세바스찬 버홀터랑은 맨날 티격태격한다. 뮐러 팀이 버홀터 팀한테 이기면 라커룸까지 쫓아와서 '버홀터 어디 있어? 오늘 별로였는데?'라며 놀려댄다"고 전했다.
디애슬레틱의 톰 보거트 기자는 "두 선수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면 평가가 놀랍도록 비슷하다. 리더십, 겸손함, 팀워크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슈퍼스타임에도 전혀 잘난 척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계속 듣는다"고 전했다.
프리소는 "뮐러는 우리가 상상하는 슈퍼스타의 모습과 정반대다. 너무 평범하고 친근해서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LAFC 관계자들은 손흥민을 "선수로서뿐 아니라 사람으로도 보석 같다"고 입을 모았다.
팬들과의 교감에 적극적인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타파리는 "사람들이 와서 사인을 부탁하거나 영상을 찍어달라고 하면 손흥민은 열 번 중 열 번 다 해준다. 호텔에 있을 때 지난 네 번의 원정 경기에서 똑같은 팬을 봤는데, 항상 남아서 사인해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준다"며 "그 정도 팬덤을 가지고 있으면 힘들 텐데,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뮐러는 밴쿠버 커넉스 경기에 여러 차례 참석했고, 출전하지 못할 때는 스포츠 바에 나타나 팬들과 함께 화이트캡스 경기를 시청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소식통을 인용해 "뮐러는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선수단 외출시 주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소는 "뮐러는 선수단 모임이나 외출을 위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낸다. 도시를 탐험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팀원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전했다.

뮐러 "과거 전적? 이젠 의미 없다"
경기 전 뮐러는 손흥민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뮐러는 "손흥민은 훌륭한 선수지만 과거 우리가 맞붙을 때는 팀 전력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두 선수의 맞대결 전적은 손흥민이 1승 2무 6패로 밀린다. 유일한 승리는 2018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독일을 2대 0으로 꺾은 경기다.
뮐러는 "그때 손흥민은 이미 뛰어난 선수였지만 토트넘과 바이에른, 한국과 독일의 전력 차이가 분명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과거 전적으로 이번 경기를 예단할 순 없다"며 현재의 맞대결은 서로 비슷한 전력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AFC는 손흥민과 파트너인 드니 부앙가에게 의존한다. 둘이 골을 넣지 못하면 골 넣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두 선수를 막는 것이 승산을 높이는 열쇠라고 밝혔다.
손흥민도 "우승 욕심이 없다면 축구를 그만둬야 한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승리자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뮐러는 "이런 경기는 늘 즐겼다. 미디어도, 팬들도, 온 나라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휘슬이 울리면 모든 건 사라지고, 결국 각자 자기 자리를 찾는 싸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는 약 5만 4000명의 관중이 예상되는 매진 경기다. BC 플레이스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인터 마이애미의 원정 경기 때 세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MLS는 "이 경기에서 세계적 슈퍼스타들이 충돌한다"며 손흥민과 뮐러의 대결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소개했다.
보거트 기자는 "리그에서 메시를 제외하면 가장 큰 두 스타가 충돌한다. MLS의 대형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LAFC와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맞대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두 선수의 경력과 명성을 건 중요한 경기다. 과연 7년 만의 재회에서 웃는 쪽은 누가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