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게이트]
메이저리그가 젊은 선수들에게 돈을 쏟아붓고 있다. 아직 연봉조정 자격조차 없는 신인 투수가 보너스로 수십억원을 챙기는 시대가 왔다.
AP통신은 25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폴 스킨스가 올해 특별 보너스로 343만 6343달러(약 48억원)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가 신인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연봉조정 이전 보너스풀'에서 역대 최고액이다.
이 보너스 제도는 한국 프로야구에는 없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데뷔 후 3년간은 구단이 일방적으로 정한 최저 연봉 수준만 받는다. 이후 3년간은 '연봉조정'을 통해 협상하고, 6년이 지나야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큰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는 2022년 단체협약을 맺으며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30개 구단이 각각 167만 달러(약 23억원)씩 내놓아 매년 5000만 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보너스 자금을 만들기로 한 것. 아직 연봉조정 자격이 없는 선수들 중 활약이 뛰어난 이들에게 나눠진다.

사이영상이 48억원 안겨줬다
23세 우완 스킨스는 지난해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단숨에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올스타전 출전과 최우수 신인상에 이어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리그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올해 받은 연봉은 87만 5000달러(약 12억원)에 불과했다. 신인이라 구단이 정해준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엔 56만 4946달러(약 7억9000만원)를 받았다. 2026시즌이 끝나야 비로소 연봉조정을 신청할 자격이 생긴다.
이번 보너스 덕분에 스킨스는 데뷔 2년 만에 총 558만 8400달러(약 78억원)의 보너스를 챙겼다. 정식 연봉보다 보너스가 훨씬 많은 셈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유격수 바비 위트 주니어가 지난해 받은 307만 7595달러(약 43억원)였다.
보너스 배분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주요 시상식에서 수상하거나 투표 상위권에 오른 선수에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한다.
MVP나 사이영상 수상자는 무조건 250만 달러(약 35억원)를 받는다. 2위는 175만 달러(약 24억원), 3위는 150만 달러(약 21억원)다. 투표에서 4~5위에 오르거나 시즌 베스트11 격인 '올MLB 퍼스트팀'에 뽑히면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받는다.
신인왕은 75만 달러(약 10억원), 신인왕 2위나 올MLB 세컨드팀은 50만 달러(약 7억원)를 챙긴다.
다만 한 선수가 여러 부문에서 자격을 얻어도 중복 수령은 불가능하고, 가장 높은 금액 하나만 받는다. 사이영상 수상으로 250만 달러를 받은 스킨스는 올MLB 퍼스트팀에도 선정됐지만 추가 100만 달러는 받지 못했다.
시상 기반 배분이 끝나면 남은 돈은 '대체선수대비 기여도(WAR)'를 기준으로 상위 100명에게 나눠진다.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가 합의한 계산 방식에 따라 활약이 뛰어난 순서대로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산체스 37억원, 휴스턴 브라운 31억원
스킨스에 이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267만 8437달러(약 37억원)로 2위에 올랐다. 산체스는 지난해에도 57만 6282달러(약 8억원)를 받은 바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우완 헌터 브라운이 220만 6538달러(약 31억원)로 3위를 차지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브라이언 우는 154만 676달러(약 21억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코빈 캐럴은 134만 1674달러(약 19억원) 순이다.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을 받은 선수는 10명이다. 애슬레틱스의 1루수 닉 커츠(129만 7017달러), 시카고 컵스의 외야수 피트 크로우 암스트롱(120만 6207달러), 애슬레틱스의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117만 5583달러), 밀워키 브루어스의 2루수 브라이스 투랑(115만 5884달러), 탬파베이 레이스의 3루수 주니어 카미네로(106만 8739달러) 등이다.
구단별로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밀워키가 10명의 선수에게 총 474만 2392달러(약 66억원)를 안겨 가장 많은 혜택을 줬다. 단일 시즌 최다 수혜 구단이다. 피츠버그가 436만 2309달러(약 61억원), 애슬레틱스가 310만 3411달러(약 43억원)로 뒤를 이었다.
올해는 총 101명이 보너스를 받았다. 가장 적은 금액을 받은 선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외야수 데일렌 라일로 15만 달러(약 2억원)를 챙겼다. 라일은 WAR 상위 10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신인왕 투표 5위에 올라 자격을 얻었다.
흥미로운 점은 구단과 조기에 장기 계약을 맺은 선수도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럴, 산체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로만 앤서니·세단 라파엘라·브라이언 벨로, 밀워키의 잭슨 추리오·애런 애쉬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태너 비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콜트 키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잭슨 메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미 수년간 수억~수십억원을 보장받는 계약을 맺었지만, 활약이 좋으면 보너스도 추가로 받는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나눠주겠다는 메이저리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과연 이 파격적인 제도가 젊은 선수들의 동기 부여와 기량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