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성과에도 아쉬움을 남긴 바르셀로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역사적인 성과에도 아쉬움을 남긴 바르셀로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5월 21일(이하 한국시간) 최종전을 끝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시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팀은 일찍이 확정이 됐다. 스페인의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가 지난 2015/16 시즌에 이어 2년 만의 라리가 정상 자리를 탈환하며 올 시즌 라리가를 본인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모든 조화가 긍정적이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타 플레이어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났고 2015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도 결별을 맞았다. 위기 상황이 분명히 시즌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기우로 만들었고 바르셀로나는 본인들의 철학과 세계 축구계의 흐름을 다시 한번 접목시켜 또 한번 스페인 라리가에서 멋진 시즌을 만들어나갔다.
값진 결과를 수확한 바르셀로나.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시즌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만점을 부여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시즌 동안 겪었던 단 3번의 패배(코파 델레이 에스파뇰전 패배, 챔스 로마전 패배, 리그 37라운드 레반테전 패배) 중 2번의 충격적인 패배 때문이었다. 의아할 수 있다. 시즌 동안 겪은 2번의 패배가 리그 우승에 버금가는 충격을 준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 그 대상이 바르셀로나라면 말이다.
# '3년 연속 8강 탈락' 바르셀로나, 운이 없었을까 실력이 부족했을까
바르셀로나가 겪은 아쉬운 패배 중 하나는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AS 로마전 당한 일격이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이다.
클럽 그 이상의 가치를 소망하는 바르셀로나답게 바르셀로나는 고유의 축구 철학을 갖고 있고 항상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손 꼽는 '드림 클럽'으로도 유명한 구단이다. 그만큼 바르셀로나에 대한 기대치는 단지 한순간에 그치지 않는 이상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으로써 기대도 만만치 않다.
그 바르셀로나가 지난 2015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유럽 최고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3연속 탈락했다.
충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았다. 리그에서 보여준 절정의 기량은 물론, 신임 발베르데 감독은 바르셀로나 축구 철학을 새롭게 탈바꿈해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던 탓에 그 충격이 더했다.
1차전은 바르셀로나의 완승이었다. 16강 전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첼시를 무너트리고 8강에 진출한 바르셀로나는 로마 수비진 불운의 2연속 자책골과 헤라르드 피케, 루이스 수아레스의 쐐기골로 에딘 제코가 만회골을 기록한 로마에 4-1로 승리했다.
3골 차의 압도적인 승리. 뿐만 아니라 리드를 가져간 팀은 바르셀로나였기에 무난한 바르셀로나의 4강 진출이 예측됐다. 이번만큼은 그간 2년 동안 8강에서 머물던 바르셀로나의 전진 역시 다시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다.

충격적인 8강 탈락을 경험한 바르셀로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충격적인 8강 탈락을 경험한 바르셀로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하지만 2차전, 거짓말처럼 그 기대는 무너졌다. 에딘 제코를 막지 못한 바르셀로나는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고 경기 종료 8분전, 코스타스 마놀라스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종합스코어 4-4,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탈락과 로마의 4강 진출이 확정됐다.
또 다시 지난 2014/15 시즌 빅이어를 들어 올렸던 영광의 순간을 재현하지 못한 바르셀로나였던 것이다.
# 레반테전 충격의 4-5 패배, 86년만의 대기록도 물거품
비록 로마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8강에서 챔스 일정이 끝나게 된 바르셀로나였으나 바르셀로나의 기세는 그치지 않았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로마전 패배 이후 11일 뒤에 치러진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세비야전 5-0 대승과 함께 우승 트로피 하나를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치러진 리그 경기에서도 바르셀로나는 데프로티보 라 코루나를 4-2로 물리쳤고 무패 우승에 가장 큰 변수로 주목받던 '엘클라시코'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수아레스와 리오넬 메시의 득점으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지난 1932년 이후 86년 만의 무패 우승에 그 어느 때보다 근접해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의 무패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최종전을 단 한 경기 앞둔 리그 37라운드 일전에서 레반테에 4-5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과정은 더욱 심각했다. 전반에만 2실점을 헌납하며 필리페 쿠티뉴가 한 골을 만회했으나 1-2로 끌려가던 바르셀로나는 후반 시작 후 10분만에 무려 3골을 헌납하며 1-5로 뒤져 사실상 패색이 짙어지기까지 했다.
비록 쿠티뉴의 2연속 득점과 수아레스의 만회골로 1점 차까지 따라붙어 한 점 차 패배를 안기는 했으나 이날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기대에 절대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이었다.

레반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무패우승이 좌절된 바르셀로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레반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무패우승이 좌절된 바르셀로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그보다 더한 것은 바르셀로나 구단의 안일했던 경기 대처였다. 이날 경기 후 남아공에서 개최된 '만델라컵' 참가가 시즌 중 잡혀있었고 이에 '에이스' 메시는 이날 경기 명단에서도 제외돼 결국 팀의 무패우승이 깨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단 한 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86년의 기대가 끝내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 '더블과 2패' 바르셀로나, 성과와 숙제도 분명했다
2번의 패배는 분명 뼈아팠고 바르셀로나라는 빅클럽에 걸리는 기대에 못 미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 2번의 패배로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거둔 의미 있는 성장을 가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거둔 분명한 성과는 바로 바르셀로나가 고집해오던 '팀 철학'에서 새로운 유연성을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 모든 공은 신임 발베르데 감독의 유연성이다.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은 단결된 조직력. 이전부터 이어오던 4-3-3을 중심으로 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은 그동안 바르셀로나 거둔 의미있고 역사적인 업적에 분명한 기여를 해오던 것은 확실했다. 필드 위 가장 많은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 이 4-3-3 포메이션은 그만큼 볼을 다루는 기술적인 면과 패싱 플레이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그 어느 팀보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게 하는 주효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올 시즌 전술적 플랜 A는 4-4-2였다. 바르셀로나가 4-4-2를 제 1옵션으로 내세운 것은 그 역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낯선 모습이다.
발베르데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이지만 그 모든 관습을 철저하게 넘어섰다. 발베르데 감독의 단결력이 무엇보다 빛난 업적이기도 하다. 단순 4-4-2로의 변신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적 역량 또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발베르데식 바르셀로나의 4-4-2는 변형된 포메이션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측면 미드필더로 많은 경기에 나선 안드레아 이니에스타와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 그리고 다재다능한 기량으로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파울리뉴의 3박자가 골고루 이루어져 바르셀로나의 압도적인 리그 상승세를 이끌 수 있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플랜 A, 4-4-2(사진=후스코어드 닷컴)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플랜 A, 4-4-2(사진=후스코어드 닷컴)

우선 이니에스타의 위치 변경이 주목할만하다. 그간 중앙 미드필더로 분류된 이니에스타지만 올 시즌은 좌측 미드필더를 맡았다. 그렇다고 이니에스타가 완전한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측면에서 공을 받고 자유롭게 중앙을 넘나들며 중원에 위치한 세르지오 부스케츠, 이반 라키티치와 또 다른 삼각형을 만들어 중원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자연스럽게 공격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은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였다. 이니에스타가 좌측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볼을 소유해며 자연스럽게 공간을 창출하면 알바는 공격에 참여하는 비율을 높이며 바르셀로나 공격에 속도를 부여했다. 이에 알바는 의미있는 기록 또한 안게 됐다. 알바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2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알바가 2009년부터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기 시작한 이후로 최다 도움 기록이기도 하다. 그만큼 변형된 바르셀로나식 4-4-2는 알바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을 가져가면서도 속도감 있고 공격적인 재능을 펼쳐낼 수 있게 하는 성공적인 변신이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뛰다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들어야만 했던 파울리뉴의 활약 또한 남달랐다. 파울리뉴는 필리페 쿠티뉴가 이번 겨울 이적하기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살림꾼 역할을 100% 완벽하게 수행했다. 파울리뉴는 중앙 미드필더와 수아레스, 메시의 앞선 공격진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었던 파울리뉴는 라키티치와 부스케츠, 이니에스타로 이어지는 좋은 패싱력을 갖춘 미드필더들보다 속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던 자원이었고 이는 바르셀로나의 4-4-2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했다.

전술 변경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파울리뉴-이니에스타-알바(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전술 변경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파울리뉴-이니에스타-알바(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 1차전은 파울리뉴의 역할이 극대화된 경기였다. 당시 파울리뉴는 선발 출전해 후반 41분까지 활약했고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빠르게 공격진영으로 침투해 레알 수비진의 허를 찌르며 팀의 득점을 도왔다. 자유로운 공격 역할을 통해 허를 찌르는 역할을 파울리뉴는 완벽히 수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 역시 분명한 바르셀로나였다. 4-4-2는 분명 그간 루이스 엔리케, 티토 빌라노바, 타타 마르티노 전임 감독들에 비해 완성도가 높았고 답답한 공격의 흐름을 전환할 수 있는 기폭제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2번의 패배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패했던 경기의 의미와 함께 일순간에 쉽게 득점을 허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져서다.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팀이다. 이에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도 이들의 공 지배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게 중심이 상대 진영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4-3-3을 사용했을 때보다 많은 선수들이 공격에 참여하게 되고 이렇다 보니 역습 상황에서 최종 수비와 상대팀 최종 공격수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자주 노출됐다.
8강 2차전 로마와의 일전에서도 한 순간 길게 전달된 패스를 최전방 공격수 에딘 제코가 너무 쉽게 잡았고 이를 막아설 수비수는 최종 센터백, 피케 뿐이었다. 결국 이는 연쇄 실점으로 이어졌고 레반테에 당한 패배에서도 모두 역습 상황에서 부족한 수비 숫자탓에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분명히 보완할 점은 뚜렷하다. 그러나 실험적인 도전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확률은 거의 전무할 것이다. 그만큼 바르셀로나는 확실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고 보완할 점 역시 분명히 발견한 만큼, 또 한번 유럽 무대를 호령할 바르셀로나의 태동 역시 기대해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김다빈 기자 dabinnet@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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