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통이 된 엘클라시코(사진=프리미어스포츠1 경기 장면 캡쳐)
난리통이 된 엘클라시코(사진=프리미어스포츠1 경기 장면 캡쳐)

 

[더게이트]

엘클라시코가 경찰까지 출동하는 대혼란으로 끝났다. 경기 결과보다 경기 후 난투극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주제 무리뉴가 이끌던 레알과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격렬하게 부딪치던 2010년으로 돌아간 듯한 추악한 장면이었다.

2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라리가 엘클라시코. 레알 마드리드는 킬리안 음바페와 주드 벨링엄의 골로 바르셀로나를 2대 1로 꺾었다. 바르셀로나는 페르민 로페스가 한 골을 넣어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레알은 이 승리로 바르셀로나와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렸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였다.

사태는 후반 추가시간 99분에 터졌다. 동점골을 노리던 바르셀로나의 페드리가 오렐리앵 추아메니를 거칠게 넘어뜨리며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페드리가 일어서자 레알 선수들이 그를 위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스포츠맨십 넘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벤치 쪽에서는 이미 전투가 시작됐다.

교체로 벤치에 앉아 있던 비니시우스 주니어와 레알 후보 골키퍼 안드리 루닌이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양 팀 선수들이 벤치 쪽으로 달려들었다. 부상으로 경기복조차 입지 못한 선수들까지 가세했고, 코칭스태프까지 엉켜붙으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급기야 경찰까지 투입됐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피치 안으로 들어와 양 팀을 갈라놨다. 엘클라시코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사비 알론소 레알 감독이 달려가 비니시우스를 뒤로 끌어당겼지만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루닌은 "상대 팀 벤치를 향해 공격적으로 달려갔다"는 이유로 주심에게 퇴장을 당했다. 경찰은 양 팀 벤치 사이에 인간 장벽을 만들었다. 주심이 곧바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난리통이 된 엘클라시코(사진=Diario AS 공식 SNS)
난리통이 된 엘클라시코(사진=Diario AS 공식 SNS)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레알 주장 다니 카르바할이 스페인 대표팀 동료인 17세 라미네 야말에게 다가가며 두 손으로 입을 벌렸다 닫는 제스처를 취했다. '말이 너무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야말이 발끈해서 달려들려 하자 에두아르도 카마빙가가 막아섰다. 티보 쿠르투아도 야말에게 달려왔다. 역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양 팀 선수들과 스태프가 다시 뒤엉켰다. 

야말이 사이드라인 쪽으로 걸어갈 때 비니시우스가 다가왔다. 마찬가지로 '말이 너무 많다'는 손짓을 했다. 둘은 서로 쏘아붙였다. 야말과 하피냐는 "라커룸에서 붙자"고 소리를 질렀다. 폭발한 비니시우스가 야말을 향해 돌진했다. 레알 스태프 4명이 달라붙어 간신히 붙잡아서 상황을 진정시켰다. 

주심 세사르 소토 그라도는 루닌에게 퇴장을,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 에데르 밀리탕, 로페스, 알레한드로 발데, 페란 토레스에게 경고를 부여했다. 라리가와 스페인축구협회는 경기 직후 주심의 조처 외에 추가 징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모든 난리통의 발단은 17세 신성 야말이었다. 야말은 경기 전 한 방송에 출연해 레알 마드리드를 "징징이들과 도둑들"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레알이 심판 판정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뉘앙스였다. 경기 전날에는 지난 시즌 베르나베우에서 골을 넣은 뒤 화난 레알 팬들에게 야유를 받던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레알 선수들을 대놓고 도발한 셈이다.

추아메니는 경기 후 야말의 발언에 대해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걸 좋아한다. 그냥 말일 뿐이고 나쁜 의도는 없었을 거다. 우리한테는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이어 "야말이 말하고 싶으면 그러라고 해라. 축구는 경기장에서 하는 거다. 오늘 우리가 이겼고 승점 3점을 가져갔다"고 덧붙였다.

반면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프렝키 더용은 레알의 반응을 비판했다.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자마자 레알 선수들이 야말한테 달려갔다. 좀 과했다." 카르바할과 야말의 대치에 대해서는 "스페인 대표팀 동료 아닌가. 그런 발언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전화로 얘기하면 된다. 경기장에서 저런 짓을 하는 건 바로 지금 우리가 떠들고 있는 이런 꼴을 만드는 거다. 전부 너무 과했다"고 쏘아붙였다.

알론소 레알 감독은 "완전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게 축구다. 엘클라시코가 원래 이렇다"고 말했다. 소르그 바르셀로나 수석코치는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벤치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우리는 경기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소셜미디어도 뜨거웠다. 야말과 대치했던 카르바할은 "엘클라시코는 우리 거다. 이 팀과 팬들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골을 넣은 벨링엄은 야말을 겨냥해 "말만 번지르르하네"라고 일침을 놨다. 난투극의 중심에 섰던 비니시우스는 "집에서 보낸 아름다운 일요일!! 가자, 레알 마드리드!!"라고 올렸다. 야말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캡션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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