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스플뉴스]
바뀐 시대는 이제 사이영상 수상자에게 '이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11월 18일(한국시간) 2021년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사이영상 투표는 BBWAA 회원 30명이 참여했다.
올해 사이영상 수상자는 로비 레이(30)와 코빈 번스(27)가 각각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레이는 1위 표 30장 중 29장을 싹쓸이했고, 번스는 2위 표에서 승부가 갈리는 접전 끝에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 2021년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로비 레이(AL): 32경기 193.1이닝(1위) 13승(4위) 7패 평균자책 2.84(1위) 248탈삼진(1위)
코빈 번스(MIL): 28경기 167.0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 2.43(1위) 234탈삼진(3위)
주목할 점은 두 선수 모두 200이닝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이는 올해 32경기에서 193.1이닝을 소화했고, 번스는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인해 28경기 167이닝 소화에 그쳤다.
그나마 레이의 경우에는 아메리칸리그 이닝 1위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었지만 번스는 내셔널리그에서도 19위에 그쳤다. 1956년 사이영상 시상이 시작된 이래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가 모두 200이닝 이하를 소화한 것은 역대 최초이다.
이전까지 구원투수 수상과 지난해 60경기 단축 시즌을 제외하면 200이닝 미만 사이영상 수상자는 5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1994년 데이비드 콘은 파업 시즌이었고, 1984년 릭 서클리프는 아메리칸리그에서 94.1이닝을 던진 후 내셔널리그에서 150.1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사실 244.2이닝을 던진 것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그래도 210~220이닝 이상을 던져야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했다. 그러나 2014년 클레이튼 커쇼가 198.1이닝을 던지고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사이영상을 차지하며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점점 선발투수의 이닝이 줄어들면서 '양보다는 질'이 강조됐고, 커쇼가 첫 수혜자가 됐다. 또한, 2018년 블레이크 스넬이 180.2이닝을 소화하고도 21승-평균자책 1.89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커쇼와 스넬이 비교적 적은 이닝에도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하면서 이제 이닝은 사이영상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도 이닝으로 인해 잭 휠러(213.1이닝)의 수상 가능성이 나왔음에도 번스가 수상하며 이를 증명했다.
과거 사이영상 수상을 위해서는 승리-평균자책-이닝-탈삼진이 중요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는 승리가 많은 선수가 많은 표를 받았다. 2004년 랜디 존슨은 모든 면에서 앞섰음에도 승이 적고 패가 많다는 이유로 로저 클레멘스에게 사이영상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팀 린스컴(15승), 2010년 펠릭스 에르난데스(13승)가 비교적 적은 승수에도 압도적인 세부 성적을 바탕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다승이 먼저 수상 조건에서 탈락했다. 2018~2019년 수상자인 제이콥 디그롬은 2시즌 21승이라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기록에도 이견의 여지 없는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다.
이어 올해 수상 결과가 나오면서 이닝마저도 사이영상 수상의 조건에서 멀어지고 있다. 물론 같은 성적이라면 이닝이 많은 선수가 앞으로도 유리하겠지만, 적어도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라면 이닝이 적어도 수상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200이닝 미만 선발투수 사이영상 수상자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LAD): 192.1이닝*
1984년 릭 서클리프(CHC): 150.1이닝**
1994년 데이비드 콘(KC): 171.2이닝*
2014년 클레이튼 커쇼(LAD): 198.1이닝
2018년 블레이크 스넬(TB): 180.2이닝
2020년 셰인 비버(CLE): 77.1이닝***
2020년 트레버 바우어(CIN): 73.0이닝***
2021년 로비 레이(TOR): 193.1이닝
2021년 코빈 번스(MIL): 167.0이닝
* 메이저리그 파업 시즌
** 총 244.2이닝(클리블랜드 94.1이닝+컵스 150.1이닝)
*** 코로나19로 인한 60경기 단축 시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