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사진=KT)
홈런왕 박병호(사진=KT)

[스포츠춘추=수원]

‘제사장’ 홍원기 감독의 마운드 방문도 홈런왕 상대로는 안 통했다. KT 위즈 박병호가 9회말 2아웃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시즌 30홈런 고지에 도달했다. 박병호의 홈런과 함께 키움의 7회 리드시 전승 행진도 마침표를 찍었다. 

7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KT의 11차전은 9회말 KT의 5대 4 역전승으로 끝났다. KT는 9회말 2사후 앤서니 알포드의 볼넷과 박병호의 역전 2점 홈런으로 승부를 끝냈다.

8회까지는 전날 경기와 비슷한 흐름이었다. KT가 5회 알포드의 투런포로 리드를 잡았지만, 키움은 7회초 동점을 만든 뒤 이정후의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정후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키움이 이긴 전날 경기의 데자뷰를 보는 듯했다.

9회말 문성현이 올라온 것도 전날 경기와 똑같았다. 문성현이 손쉽게 2아웃을 잡아내며 키움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은 상황. 그러나 여기서 알포드가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골라냈고, 타석에는 리그 홈런 단독 선두 박병호가 등장했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홍원기 감독은 마운드에 방문해 야수들을 불러모았다. 이날 전까지 홍 감독의 9회 마운드 방문시 키움은 전승을 올렸다. 전날 경기에서도 키움이 한 점 앞선 9회말 2사 1, 2루에서 홍 감독이 다녀간 뒤 초구 땅볼로 싱겁게 경기가 끝난 바 있다. 

키움 팬들은 이런 홍 감독을 향해 ‘제사장’이란 별명을 붙였다. 키움 선수들도 감독이 올라오면 이길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 할 정도로 승리의 토템이 된 홍 감독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홍 감독의 마운드 방문이 통하지 않았다. 볼 3개를 골라낸 박병호는 3-0에서 문성현의 바깥쪽 슬라이더 실투를 통타해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키움 외야수들이 따라가기를 포기할 정도로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게 되는 타구였다. KT의 5대 4 승리.

박병호는 전날 연타석 홈런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시즌 30홈런을 달성했다. 또 개인 통산 7번째 30홈런으로 이 부문 최다 이승엽(8시즌)에 1시즌 차로 따라붙었다. KT는 키움 상대 시즌 3승째(1무 7패)를 거뒀다. 

경기후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돋보인 경기였다. 엄상백이 선발로서 정말 좋은 피칭을 했고, 이어나온 불펜 투수들도 타이트한 상황에서 자기 역할을 다해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박병호가 왜 KBO 최고 타자인지 증명한 경기였다. 30홈런 달성 축하하고 무더운 날씨에 선수들 모두 수고 많았다. 응원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박병호는 홈런 상황에 대해 “쉽게 승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3볼이 다 슬라이더로 바깥쪽에 형성됐다. 그래서 변화구 타이밍을 잡았는데, 문성현이 마지막에 실투가 들어왔다”며 “과감하게 때렸다. 몰리면 치자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잡고 때렸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알포드가 나가면 내 차례까지 오기 때문에 대기 타석에 있으면서 최대한 집중했다. 주자 1루가 됐을 때를 가정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현실로 돼서 내 생각대로 볼배합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생각대로 되니까 좋았다. 오늘은 홈런을 치고 바로 뛰지 않았다. 끝내기니까 그만큼 짜릿했고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3년 만에 30홈런을 때린 소감을 묻자 “나에게도 오늘 30홈런을 친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2년간 부진을 만회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원래는 홈런 개수를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오늘 기록한 30홈런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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