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수 김태군이 이적 첫 해부터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삼성 포수 김태군이 이적 첫 해부터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

지난 겨울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로 건너와 새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같은 포지션에 위대한 선배와 당돌한 후배도 있었다. 그래서 백업과 대타 역할을 주로 맡아야 했다. 그래도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찐’ 사랑에 너무 행복한 한 사나이가 있다. 바로 삼성 포수 김태군이다. 

김태군은 2022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의 트레이드(↔ 투수 심창민)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엔 굳건한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 더불어 박해민(LG 트윈스)의 FA 보상 선수로 건너온 젊은 포수 김재성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1군에서 ‘3포수 체제’가 이뤄진 가운데 김태군은 주로 백업과 대타 역할을 맡아 2022시즌을 소화 중이다. 

김태군은 2022시즌 7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 54안타/ 1홈런/ 20타점/ 출루율 0.369를 기록했다. 가장 돋보이는 기록은 대타 출전 기록이다. 김태군은 2022시즌 대타로 출전했을 때 타율 0.500(16타수 8안타) 6타점 5볼넷으로 벤치의 기대에 확실히 부응했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김태군의 활약상이다. 

삼성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김태군은 KBO 올스타전 중간 투표에서 전체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나눔 올스타 포수 부문 1위로 올스타전에 선발 된 김태군은 ‘태군마마’ 별명에 어울리는 임금님 코스프레로 퍼포먼스 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삼성 이적 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김태군의 속마음을 스포츠춘추가 직접 들어봤다.

백업·대타 역할로 강한 인상 남긴 김태군, 삼성 유니폼에 잘 스며들었다

2022시즌 대타 역할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 김태군(사진=삼성)
2022시즌 대타 역할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 김태군(사진=삼성)

삼성 유니폼이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습니다. 이적 첫 해부터 팀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한 팀(NC)에서 뛰다가 새로운 팀에 갑자기 들어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삼성 투수들이 하던 볼 배합 성향이 있기에 제가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단기간에 호흡을 맞추니까 어려운 일도 있었죠. 그래도 서서히 서로 알아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가장 인상 깊었던 젊은 투수가 있었습니까. 

아무래도 김윤수 선수나 문용익 선수 공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구속이 빠른 투수들의 공이 눈에 들어왔는데 제구 기복이 약간씩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함께 잡아가는 것도 재밌었어요. 

대타 타율이 굉장히 높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오히려 선발 출전하면 못 치고 대타로 오히려 잘 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건 신경 안 쓰려고 합니다. 그냥 저는 저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고요. 대타 기회를 1~2번 처음에 살리다 보니까 점점 그런 기회가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요. ‘한 번 걸려봐라’하는 마음이 크죠.(웃음) 

1군 '3포수' 체제 이어가는 삼성…김태군 "불만? 내가 잘해야 기회 오는 건 당연"

김태군은 항상 긍정적인 웃음과 함께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사진=삼성)
김태군은 항상 긍정적인 웃음과 함께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사진=삼성)

2022시즌 내내 1군 ‘3포수 체제’라 출전 시간이 제한되는 건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다양한 장면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몰랐던 부분을 (강)민호 형이나 (김)재성이가 하는 게 보이거든요. 비슷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포수마다 풀어가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요. 특히 민호 형이 경험 있는 포수답게 풀어가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맡는 역할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즐기고 잘하는 걸 보여드린다면 그게 딱 제 자리가 아닐까 싶어요. 

포수 선배로서 보는 ‘포수 김재성’은 어떻습니까. 

사실 더 당차게 플레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가 1군 포수로서 커리어를 제대로 시작하는 거니까요. 지금 있는 자리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공부든 연습이든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오랜 기간 포수로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자질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개인 성적과 다르게 팀 성적(리그 9위)은 매우 아쉬운 상황입니다. 

트레이드로 와서 팀 성적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 좋은 건 정말 아쉽습니다. 야구라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렵죠. NC에 있을 때도 느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힘듦과 고통을 선수들이 빨리 느껴야 합니다. 팀이 밑으로 처지면 없던 말도 생기고요. 선수들이 어떤 걸 잘해도 그런 부분보단 안 좋은 부분을 먼저 보게 되거든요. 팀이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것에 젖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후반기 때는 출전 비중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까. 

제가 경기에 많이 못 나간다고 불만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제가 잘한다면 그만큼 기회를 더 받는다고 생각하고요. 스스로에게 냉정해져야 한다고 봐요. 백업 역할이든 대타 역할이든 제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야 또 다음 기회가 있는 거고요. 그저 제게 찾아오는 출전의 순간을 한 번 즐겨보자는 마음입니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삼성 팬들의 '찐' 사랑, 삼성에서 존중을 느꼈다."

김태군은 올스타전에서 자신의 별명인 '태군마마'에 어울리는 임금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사진=삼성)
김태군은 올스타전에서 자신의 별명인 '태군마마'에 어울리는 임금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사진=삼성)

이적 첫 해부터 삼성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 됐습니다. 올스타전 선발 출전 선수로 뽑히기도 했고요. 

삼성 팬들의 사랑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환호해주시거나 응원해주시는 걸 보면 자신감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올려주신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떤 역할을 맡든 삼성 팬들의 ‘찐’ 사랑에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죠. 말로만 10번 팬 서비스를 잘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1번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스타전 퍼포먼스도 2주 전부터 준비했어요. 제가 야구를 계속 잘하면 더 재밌는 퍼포먼스를 또 준비할 겁니다(웃음).

가족들도 옆에서 큰 힘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말도 안 되는 소문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더 힘들었습니다. 제 야구 인생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상황이었는데 트레이드 하나로 정말 많은 게 변했습니다. 그동안 (그런 소문 때문에) 무시를 당했지만, 잘 참았고 여기서 정말 가족들과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존중’이란 단어의 뜻도 느꼈고요.

존중이요?

제가 대형 FA 선수도 아니고 대형 유망주 선수도 아닌데 트레이드 뒤에 사장님과 단장님, 그리고 운영팀장님까지 구단 사무실 밖까지 나와 주셔서 환대해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도 아직 제가 존중받고 있는 선수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삼성 라이온즈를 위해선 어떤 역할이든 맡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단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찐’ 사랑을 보내주는 삼성 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홈 경기와 원정 경기에서 모두 삼성 팬들의 사랑과 응원 열정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을 못 보여드려서 죄송한데 정말 많은 삼성 팬들께서 야구장에 찾아와주시는 걸 보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홈 경기를 할 때면 가끔씩 홈 관중석을 보는데 정말 ‘찐’ 사랑이 느껴질 정도예요. 남은 후반기 동안 저나 동료들이나 팬들 모두 행복하게 웃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웃음).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