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정조 유니폼을 입고 KT 위즈 홈구장을 찾은 공도혁 군(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수원 정조 유니폼을 입고 KT 위즈 홈구장을 찾은 공도혁 군(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수원]

“인성은 물론 야구 실력까지 잘 갈고닦아서 나중에 꼭 프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9일 수원야구장, 이날 경기전 시구자로는 ‘눈물의 심폐소생술’로 훈훈한 화제를 모은 고교 야구선수 공도혁 군이 나섰다. 성남고 2학년인 공도혁은 지난달 26일 아파트 단지내 헬스장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50대 남성 A씨의 생명을 구했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잘 숙지한 공도혁은 쓰러진 남성의 호흡 상태를 확인한 뒤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땀 범벅에 눈물범벅이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한 노력 덕분에 고비를 넘긴 A씨는 병원 이송 12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한 공도혁 군에게 성남고는 '의로운 학생상'을 전달했고119 구급대도 하트 세이버 증서를 수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KT 위즈 소속 성남고 출신 선수들이 학교 후배의 선행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시구 초청으로 이어졌다. 

공도혁의 시구 장면(사진=KT)
공도혁의 시구 장면(사진=KT)

떨리는 마음으로 시구를 마친 공도혁 군은 취재진과 만나 “그냥 생각을 비우고 가볍게 던지려고 했다. 많은 관중이 보는 앞이기도 하고, 마운드도 학교 운동장이나 고등학교 경기장과는 차원이 달라서 더 긴장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구를 앞두고 성남고 선배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KT는 유독 성남고 출신 선수가 많은 팀. 박경수, 박병호, 배정대, 배제성 등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들이 KT에 몰려있다. 후배 선수를 반갑게 맞이한 이들은 칭찬과 조언을 건넨뒤 준비한 선물까지 전달했다.

공도혁은 “박경수, 박병호 선배님께서 ‘성남고 선배로서 너무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배정대, 배제성 선배도 ‘열심히 해서 KT 위즈에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어 “다치지 말고 항상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격려도 해주셨다”고 했다.

특히 박병호 선배와는 어릴 적 야구팬과 야구선수로 만난 적이 있다고. 서울 출생으로 어릴적 넥센 히어로즈 팬이었다는 공도혁은 “박병호 선배님은 팬서비스를 정말 잘해주셨다. 한번은 수훈선수로 뽑힌날 관중석에 올라와서 하이파이브도 하고 사인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받은 사인볼을 지금도 갖고 있다”고 했다. 

공도혁은 “선배님들이 손목보호대와 배트, 글러브는 물론 신발까지 선물해 주셨다. 내 것만이 아니라 친구들 것까지 챙겨주셔서 더 감사하다”면서 “배트 8자루, 손목보호대 10개, 신발 8족을 선물받았다”고 말했다.

8월 26일 전까지 평범한 학생이자 야구선수였던 공도혁의 생활은 26일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각종 지상파 뉴스에 출연하고 표창장과 상도 받았다. 프로 마운드에 직접 서는 기회도 주어졌다. 공도혁은 “원래는 그 시간에 헬스장에 잘 가지 않는데, 자다 일어나서 갑자기 운동이 하고 싶어서 내려갔었다. 그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사건 당시를 떠올렸다.

공도혁은 “나도 그 순간에는 당황했었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교육이 정말 유익했던 것 같다”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유튜브로도 따로 찾아보고, 사건 2주 전에도 영상을 봤었다.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날 줄 몰랐는데 눈앞에서 벌어지니까, 내가 나서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생명을 구한 A씨와는 이후 전화 통화로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그는 “지난주 일요일에도 전화로 고맙다는 말씀을 들었다. 항상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 야구 선수를 목표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성남고 선배들과 공도혁의 행복한 순간(사진=KT)
성남고 선배들과 공도혁의 행복한 순간(사진=KT)

야구선수로서 공도혁의 장점은 정확한 타격 능력에 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공도혁은 컨택트 능력이 수준급이다. 구장 곳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라고 보면 된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타율 0.327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심폐소생술 당시 빛난 순발력과 판단력이 야구장에서도 발휘되는지 묻자 “수비에서 센스는 누구보다도 자신있다”면서 “수비 때 파이팅도 좋고, 팀을 이끄는 능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래 유격수가 주포지션인 공도혁은 2학년인 올해 팀 사정상 2루수와 외야수로 나오는 중이다.

야구선수 롤모델은 서건창(LG)과 황성빈(롯데). 그는 “유튜브에서 서건창 선배 영상을 보고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신고선수부터 계단을 받아 지금까지 올라왔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 “롯데 황성빈 선수도 인상 깊게 보고 있다. 항상 운동장에서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나도 항상 운동장에서 전력질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야구장에서 직접 프로 선수를 보고, 함께 캐치볼도 해보니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는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인성도 실력도 잘 갈고닦아서 꼭 프로 무대를 밟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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