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오키나와]
선수들의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훈련이 힘들더라도 이 선수가 나타나면 한순간 분위기가 뒤바뀐다. 긍정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훈련장은 금방 웃음으로 가득 찬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황대인의 얘기다.
3월 4일 일본 오키나와 KIA 스프링캠프 훈련이 열린 킨 구장. 오전엔 투수진과 야수진이 전부 모여 팀 수비 포메이션 훈련을 소화했다. 연이은 사인 미스로 다소 훈련 분위기가 무거워진 순간 1루수 자리에 서 있던 황대인이 1루 선상을 파고드는 수비 펑고 타구를 몸을 날려 호수비로 잡았다.
그 순간 훈련장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황대인의 호수비에 코치진과 동료들이 큰 환호성과 함께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이후 수비 훈련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선수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황대인 효과’를 단번에 보여준 장면이었다.
4일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난 황대인은 “훈련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져서 한 번 하늘로 뛰어봤다(웃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모두 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노력한다. 빠지는 선수 없이 다 팀에 하나로 녹아드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해본 스프링캠프 가운데 가장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분위기인 듯싶다. 나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KIA 훈련 1등 분위기 메이커는 황대인, '장기 룸메이트' 류지혁도 대만족

황대인은 팀 선배 내야수 류지혁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 때부터 쭉 같은 방을 쓰면서 룸메이트 관계를 맺고 있다. 류지혁은 “(황)대인이를 방에서 보면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유쾌하고 밝아서 보기 좋더라. 캠프 훈련 때도 대인이가 있고 없고에 큰 차이를 느낀다. 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맡고 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류지혁의 칭찬을 들은 황대인은 “(류)지혁이 형은 만족도가 높은데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안 좋다(웃음). 미국으로 일찍 넘어갔을 때부터 지혁이 형이랑 방을 쓰고 있는데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야구도 많이 배우고 있다. 스프링캠프 내내 큰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황대인은 2022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6/ 122안타/ 14홈런/ 91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 폭발적인 타격 페이스를 계속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황대인은 “솔직히 많이 아쉽다. 초반에 잘 맞았을 때 거기에 안주한 듯싶다. 이범호 코치님도 안주하지 말고 잘 맞을 때 더 쳐놔야 나중에 페이스가 안 떨어진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진짜 그렇게 되더라. 그래도 많은 1군 경기를 뛰면서 경험을 쌓은 건 긍정적이다. 이제 상대 투수 유형을 잘 파악했기에 올 시즌 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황대인에게 따라다닌 또 하나의 아쉬움은 1루수 수비였다. 2022시즌 7실책을 기록한 황대인은 1루수 수비 안정감을 제대로 보여주는 걸 과제로 안고 있다.
황대인은 “해마다 수비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다. 호수비보단 내 수비 범위 안에 들어오는 타구를 90% 이상은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핸들링 연습을 그만큼 많이 하고 있다. 내가 신장이 작아서 위로 날아오는 건 몰라도 밑으로 오는 건 다 잡아주겠다고 말한다(웃음). 그런데 다른 동료 내야수들이 원체 송구를 잘해서 나는 쉽게 수비하는 편인 듯싶다”라고 미소 지었다.
변우혁과 치열한 주전 1루수 쟁탈전 전망…황대인 "경쟁 이기고 시즌 100타점 도전할 것"

주전 1루수를 두고 황대인과 강력한 경쟁을 펼치는 선수는 바로 ‘신입생’ 변우혁이다. 올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은 변우혁은 타고난 신체 조건과 타구 힘을 내세워 황대인을 위협하고 있다.
황대인은 “(변)우혁이를 한화에서 봤을 때부터 몸집이 큰 데 유연해서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 직접 옆에서 보니까 더 잘하더라. 같은 포지션이라 어떻게 보면 나에겐 이제 라이벌과 같은 존재다. 이런 경쟁을 통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싶다. 내가 잘하면 내가 주전이고 우혁이가 잘하면 우혁이가 당연히 주전이다. 물론 너무 오버하지 말고 계획했던 대로 끌고 가면 내가 그 경쟁에서 이길 자신은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에서 완벽하게 만개하지 않은 만큼 자신을 향한 팬들의 비판과 비난도 프로 선수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황대인은 팬들의 쓴 소리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자극제라고 말했다.
황대인은 “비판과 비난은 프로 선수들에겐 어쩔 수 없는 숙명과 같다. 나에게 관심이 있기에 그런 소리도 해주시는 거다. 그런 부분을 못 이기면 프로 선수가 아니지 않겠나. 좋은 자극제로 생각하고 더 야구에 집중할 것”이라며 목소릴 높였다.
2023시즌 황대인이 이루고 싶은 가치는 바로 ‘타점’이다. 숫자를 따진다면 데뷔 첫 시즌 100타점 달성이 가장 간절하다.
황대인은 “개인적으로 홈런 숫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홈런은 치고 싶다고 다 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오히려 홈런보단 타점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득점권에서 어떻게든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도록 이미지 트레이닝과 연습에 힘쓰고 있다. 중심 타자로서 시즌 100타점은 꿈의 숫자다. 올 시즌 한 번 100타점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황대인이 시즌 100타점에 도달한다는 건 KIA가 가을야구 가장 높은 곳으로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단 뜻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에 그친 가을야구의 아쉬움을 풀어야 할 해다.
황대인은 “처음 가을야구 무대에 뛰어보니까 정말 좋았다. 솔직히 긴장 안 할 거로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긴장했더라. 그래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 물론 한 경기밖에 못한 점 때문에 KIA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올 시즌엔 지난해보다 더 늦게까지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끼리도 그런 의지를 계속 다지고 있기에 좋은 결과를 꼭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