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WBC 중국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 쇼헤이(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3월 9일 WBC 중국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 쇼헤이(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도쿄]

WBC 일본 야구대표팀 경기가 있는 도쿄돔 내부를 거닐다 보면 오타니 쇼헤이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5초 간격으로 볼 수 있다. 그라운드 위에 나온 오타니 동작 하나하나가 다 화젯거리다. 이렇게 추앙받는 존재인 오타니는 WBC 데뷔전에서 홀로 팀 승리를 이끄는 ‘이도류’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오타니는 도쿄돔의 ‘유일신’이었다.

오타니는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예선 첫 경기 중국전에서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로 출전했다. 

오타니가 공을 던질 때마다 도쿄돔은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오타니가 공을 던질 때마다 도쿄돔은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투수 오타니’가 먼저 나섰다. 오타니는 경기 전 그라운드로 나와 몸을 풀 때부터 일본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다른 일본 선수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함성이었다. 오타니는 1회 초 투구 전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이 순간 도쿄돔 일본 관중들의 모든 눈이 단 한 선수만을 향해 있었다.  

1회 초 첫 투구부터 구속 숫자가 경이로웠다. 오타니의 초구 구속 ‘157km/h’가 전광판에 찍히자 도쿄돔 일본 팬들의 탄성이 연달아 터졌다. 마치 동경하는 신의 몸짓 하나에 황홀한 감정을 나지막이 내뱉는 분위기였다. 

1회 초구부터 구속 157km/h를 찍은 투수 오타니(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1회 초구부터 구속 157km/h를 찍은 투수 오타니(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이후 오타니는 속구 구속을 끌어 올려 전광판 기준으로 최고 구속 160km/h 투구까지 선보였다. 팬들의 박수까지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일본 관중들은 오타니가 투구를 준비할 때는 침묵을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극히 적었던 중국 관중들이었기에 오타니 투구 순간 그 고요함은 마치 다른 야구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일본 관중들이 오타니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선수들과 확연히 달랐다. 

‘투수 오타니’는 4회까지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중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속구와 슬라이더 단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중국 타선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1피안타를 기록한 게 이변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타자 오타니도 흠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오타니가 없었다면 중국전 흐름은 더 꼬였을 가능성이 있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타자 오타니도 흠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오타니가 없었다면 중국전 흐름은 더 꼬였을 가능성이 있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타자 오타니’도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오타니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 볼넷 선제 득점에 힘을 보탰다. 이어 1대 0으로 앞선 답답한 흐름 속에 맞이한 3회 말 2사 1, 2루 기회에서 오타니는 바깥쪽 낮은 공을 부드럽게 밀어치는 기술적인 타격으로 도쿄돔 펜스를 맞히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오타니는 6회 볼넷을 고른 뒤 8회 선두타자 안타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타석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 1득점으로 활약한 오타니 덕분에 일본은 중국을 8대 1로 꺾고 기분 좋은 출발에 성공했다. 

WBC 데뷔전을 완벽히 마무리한 오타니는 3월 10일 한일전에선 지명타자로 출전해 한국 대표팀 선발 투수 김광현과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호주전 충격패로 한일전 승리가 절실해진 한국도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준 오타니 봉쇄가 가장 큰 과제다. 

오타니는 중국전 승리 뒤 “점수를 내주지 않는다는 각오로 던졌다. 상대 팀인 중국도 멋진 야구를 하는 팀이라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였다. 멋진 경기였다. 내일(10일) 한일전까지 오늘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 다르빗슈 유가 선발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타석에서)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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