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루 주자 황성빈이 2루로 쇄도하고 있다(사진=롯데)
롯데 1루 주자 황성빈이 2루로 쇄도하고 있다(사진=롯데)

[스포츠춘추]

지난 2년 전 이맘때를 돌아보자. 롯데 자이언츠는 2021년 6월을 리그 10위로, 2022년엔 리그 7위로 맞이했다.

롯데가 달라졌다. 올 시즌엔 리그 3위로 6월을 시작한 것. 롯데의 선전이 개막 뒤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에 복수의 야구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주목한 ‘변화’가 있다.

애매한 타구에도 더 이상 3루 주자가 홈 베이스를 쳐다만 보지 않는다. 기꺼이 도전하고 쟁취해 낸다. 올 시즌 롯데가 보여주고 있는 ‘뛰는 야구’다.


서튼 감독 “뛰는 야구? 선수단 전체가 지난 2년간 노력해 온 결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래리 서튼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KBO리그 팀 도루 최하위는 늘 롯데의 몫이었다. 2018~2019년(68도루-62도루)이 그랬고, 2021~2022년(60도루-61도루)도 리그에서 가장 적은 도루를 기록했다.

도루 시도율 역시 지난 5년간 리그 최하위를 4차례나 할 정도로 바닥을 기었다.

그런 롯데가 올해 발야구로 성과를 내고 있다. 6월 4일 경기 종료 기준, 롯데(49도루)보다 많이 뛴 팀은 LG 트윈스(59도루)뿐이다. 올해 정규시즌 144경기 가운데 33%를 소화한 시점, 롯데의 도루 시도율은 9.2%로 리그 4위에 해당한다.

일부에선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한 선수들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안권수(10도루), 김민석(8도루), 노진혁(7도루) 등 ‘새 이름’들이 팀 도루 절반 가까이 이끌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명만 잘해서 되는 영역이 아니다. 롯데의 올 시즌 ‘발야구’는 선수단 전체가 지난 2년간 노력해 온 결실이다” 롯데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의 생각이다.

5월 26일 고척 스카이돔 현장에서 만난 서튼 감독은 “선수들이 팀의 방향성을 믿고 따라와 주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게 ‘노 피어’가 있다면, 서튼 감독에겐 ‘챔피언십 문화’가 있다.

“선수들이 서서히 플레이 하나하나에 확신이 생기고 있다. 그게 쌓이면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내가 말한 ‘챔피언십 마인드’란 그런 것이다”

챔피언십 문화에선 ‘믿음’이 중요하다. 서튼은 선수들이 실패를 겁내지 않기를 바랬다.

서튼 감독이 KBO리그에 감독으로 복귀한 지 2년이 넘었다. 2021년 부임 뒤 줄곧 ‘챔피언십 문화’를 강조해 온 서튼 감독이 비로소 그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올 시즌 롯데 ‘고급 야구’ 돋보여…어떻게 하면 점수를 낼 수 있는지 잘 알아”

롯데 선수단(사진=롯데)
롯데 선수단(사진=롯데)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의 빠른 발은 도루 상황 외에도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가령, 롯데는 올 시즌 잔루가 매우 적다. 타석당 잔루가 0.403으로 리그 9위다. 이처럼, 팀 배팅의 비결엔 달라진 ‘발야구’가 있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롯데의 올 시즌 팀 주자 추가 진루 확률은 43.5%로 리그 2위에 해당한다. 반면, 지난해엔 37.4로 리그 9위에 그쳤다.

“올 시즌 롯데는 ‘고급 야구’가 빛난다. 매 순간 점수를 효율적으로 뽑아낼 줄 안다.”

현역 시절 ‘대도’로 이름을 떨친 이대형 SPOTV 야구 해설위원의 평가다. 또한, 이 위원은 “처음부터 모든 주루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는 때론 값진 경험이 된다. 베이스에 도전하는 걸 겁내지 말아야 한다”며 서튼의 지론에 동의했다.

이 위원이 롯데의 발을 주목한 이유는 바로 ‘디테일’이다.

이 위원은 “단타 3개를 쳐도 득점 한 번 못 하는 게 야구지만, 반대로 안타를 하나도 못 쳐도 점수가 나는 게 야구”라며 “그런 의미에서, 롯데는 올해 특이한 경우가 잦았다. 안타를 적게 치고도 점수를 많이 낸 경기가 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 위원은 “롯데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점수를 낼 수 있는지 잘 아는 듯싶다. 순간순간마다 본인들이 해야 할 역할들을 알고 있는데, 그런 디테일이 득점 확률이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도 “롯데가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만 해도 ‘이 타구론 홈에 못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던 상황에도 이젠 망설임 없이 뛴다”고 고갤 끄덕였다.

‘돌격대’를 앞세운 롯데가 지난 두 달을 쾌속질주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 달 가까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황보르기니’ 황성빈이 5월 말 팀에 복귀했다. 더 빨라진 롯데를 기대해봐도 좋다.

2023년 롯데는 ‘한 베이스 더’를 외치고 있다. 그 발 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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