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고척에서의 승리로 4연승을 달성한 영웅군단(사진=키움)
9월 3일 고척에서의 승리로 4연승을 달성한 영웅군단(사진=키움)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가 최하위권에 휘청이던 와중에 4연승과 함께 ‘대어’를 잡아냈다. 9월 1~3일 고척에서 펼쳐진 KT 위즈와의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둔 것.

키움을 만나기 전, KT는 후반기 32경기에서 26승을 챙긴 바 있다. 승률만 따지면 무려 8할이 넘는다. 반면, 키움은 같은 기간 35경기 10승을 기록했다. 당장 8월만 해도, 키움의 승률은 0.269(7승 19패)에 그쳤다.

양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흡사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가까웠다. 선두 경쟁에 나선 KT가 생각지 못한 돌부리에 걸려 제대로 넘어진 셈이다.


키움 타선, 사흘간 ‘적극성’ 뽐내며 KT 마운드 괴롭혀

키움 내야수 송성문(사진=키움)
키움 내야수 송성문(사진=키움)

키움의 올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핵심 선수 이정후가 7월 말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 뒤 선발 한 축을 책임져 온 최원태는 트레이드(↔LG)로 이적했다.

개막 전 구상했던 마운드는 부상으로 온데간데없다. 에릭 요키시(허벅지), 원종현(팔꿈치), 정찬헌(허리) 등이 차례로 낙마했다.

악재는 계속됐다. KT와의 시리즈 도중 9월 2일엔 ‘에이스’ 안우진의 시즌 아웃 소식이 찾아왔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게 된 것.

이정후에 이어 안우진까지, 투·타 주축이 한꺼번에 공백기를 맞이했다. 이에 키움 홍원기 감독이 2일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을 만나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키움이 후반기 최강 KT 상대로 내리 3승을 거뒀다. 시리즈 총합 16득점-2실점에 영봉승(2, 3일)만 두 차례로 반전을 선사했다.

키움 타선은 시리즈 내내 적극적으로 KT 투수진을 압박했다. 사흘간 타석당 투구수가 3.58개를 기록해 KT(4.34개)와는 대조를 이뤘다. 키움은 줄곧 빠른 승부로 KT 마운드를 괴롭혔다.

특히, 내야수 송성문이 빛났다. 송성문은 이번 KT 상대로 3경기 모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12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평소보다 훨씬 공격적인 모습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다.

해당 기간, 송성문의 타석당 투구수는 2.25개로 적극성이 돋보였다. 참고로 송성문의 올 시즌 평균 타석당 투구수는 3.68개다. 한편, 2일 경기에선 외야로 공을 보내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어내는 등 ‘고급야구’ 면모도 자랑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았다. 다만, 득점권에선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전의 결과를 떨쳐내고 새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섰기에 좋은 결과를 낸 듯싶다.” 송성문이 밝힌 2일 KT전 후일담이다.

가을이 온 걸 몸소 느낀 것일까. 송성문은 지난 8월 22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어느덧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뛰는 족족 흐름 끊어낸 김동헌, ‘포도대장’ 면모 돋보여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키움)
키움 포수 김동헌(사진=키움)

거함을 잡아낸 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KT 특유의 작전야구를 거듭 막아낸 안방마님의 공로를 잊어선 안 된다. 바로 시리즈 첫날부터 이틀 연속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쓴 김동헌 얘기다.

‘뛰는 야구’는 KT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 예시로, 이번 3연전에 앞서 KT는 후반기 도루 2위(33)를 기록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실패는 단 9차례에 불과했다.

8월 26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KT는 9회 초 롯데 마무리 김원중, 포수 정보근 배터리 듀오의 혼을 쏙 빼놓았다. 6-6 동점 무사 1, 2루 상황에서 앤서니 알포드와 안치영의 이중도루를 성공시킨 것. 그 뒤 KT는 2득점에 성공해 승리를 가져왔다.

이처럼, KT의 육상부 작전은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 바꾸곤 했다. 그런 KT를 봉쇄한 건 열아홉 루키 포수였다.

KT는 1, 2일 키움전에서 5차례를 뛰어 단 한 번만 성공했다. 김동헌이 연이틀 강견을 뽐내 KT의 발 빠른 주자들을 억제했기 때문. KT의 전매특허인 이중도루 역시 두 차례나 막았다.

김동헌은 1일 경기에선 3회 초에, 다음날엔 1회 초에 도루저지로 선발 투수 장재영와 김선기를 크게 도왔다. 그 배경엔 루키 포수의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다.

2일 경기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동헌은 “(장)재영이 형, (김)선기 선배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 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들어갔다. 그 둘에겐 ‘주자가 나가면 내가 책임질 테니 마운드 위에선 타석에만 집중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헌은 “(이중도루 관련해선) KT는 워낙 많이 뛰는 팀이다. 경기 내내 계속 염두하고 있었다. 주자가 뛰는 건 투수보다 포수인 내 역할이 크다. 막지 못하면 내 실책이다. 항상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키움 마운드 또한 사흘간 2점만 내어주며 제 역할 이상을 해냈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차·포를 다 떼어내고도 저력으로 이겨낸 KT전 스윕을 통해 전한 메시지다.

험난한 후반기 일정이 키움을 기다린다. 영웅군단이 부를 희망가를 향해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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