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고척]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던 후배들이 학교에선 이제 맏형이더라. 그래서 유독 관심이 더 가고 애틋한 게 있다.” 9월 9일 고척돔에서 만난 프로 2년차 새싹 투수 둘이 이구동성으로 목소릴 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 이명종, 한화 이글스 박준영 얘기다. 이날 더블헤더 일정을 앞두고 스포츠춘추와 만난 두 선수 모두 모교 세광고등학교의 ‘우승 도전’을 향한 응원을 전했다.
같은 날 목동에서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명종·박준영 “모교 후배들, 어떤 결과에도 기 죽지 않았으면 해”

2003년생 우완 박준영은 2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다. 고갤 끄덕였다. 지난 6일엔 1군에 등록된 바 있다. 6월 말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콜업이다. 퓨처스팀에선 올 시즌 47.1이닝을 던져 37볼넷 47탈삼진 평균자책 5.51로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박준영의 모교 사랑은 남다르다. 프로야구 휴식일인 4일(월요일)엔 목동에 찾아가 세광고의 봉황대기 준결승 진출(8강 제물포전 7-6 승리)을 응원한 것.
팀 동기이자 세광고 동문인 내야수 노석진과 당시 목동을 방문한 박준영은 “최근까지 같이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재학생 후배들과 친분이 여전히 깊다”며 “세광고가 이번 봉황대기에서 너무 잘하고 있기에 응원이라도 찾아가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키움 2002년생 우완 이명종도 같은 해 세광고등학교를 졸업해 2022년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56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올 시즌엔 1군 불펜으로 자릴 잡아 41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1홀드 15볼넷 24탈삼진 평균자책 4.37을 기록 중이다.
박준영처럼, 직접 응원을 간 건 아니지만, 이명종 역시 모교 후배들을 향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9일 봉황대기 결승전을 앞두곤 세광고 2004년생 듀오인 외야수 이상묵과 우완 김연주와 통화를 나눌 정도.
“두 동생 모두 유급해서 학교를 1년 더 다니고 있는데, 나와 (박)준영이하고는 2020, 2021년 그렇게 2년을 함께 했고, 친한 사이다.” 이명종의 설명이다.
세광고 우완 에이스 김연주는 투구수 제한 규정으로 이날 결승전에 등판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이명종은 “(김)연주가 ‘얼마나 뛰고 싶은지’ 이해한다. 나도 그랬고, 준영이도 과거에 다 그랬다. 우리도 고교 때 투구수 제한으로 등판하지 못한 적이 몇 차례 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서 연주에게 ‘팀 동료들을 믿고 열심히 응원하는 게 속이 후련하고 마음도 편할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두 선배의 열띤 응원에도, 세광고는 9일 아쉬운 석패로 올해 전국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세광고는 강호 대구고등학교 상대로 2-0 리드를 이어오다 9회 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 뒤엔 끝내 연장 10회 말 승부치기를 거쳐 통한의 2-3 역전패를 안은 것.
이명종은 “2020년에 협회장기(현 이마트배)에서 준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우리 후배들이 꼭 우승하길 바란다. 다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신들이 쌓아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박준영 또한 후배들을 향해 ‘한 가지 당부를 반드시 전달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승패를 떠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승을 놓치더라도, 많은 자책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간 열심히 해온 걸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