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소공동]
“롯데 자이언츠는 경북고등학교 ‘투수 겸 타자’ 000 선수를 지명하겠습니다.”
롯데 성민규 단장의 호명에 한 소년이 일어선 뒤 수줍게 웃었다. 거인 군단의 올해 1라운드 지명은 ‘이도류’ 스타였다.
롯데가 9월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경북고 3학년생 전미르를 낙점했다.
전미르는 2005년생 우투우타로 올해 고교야구 무대에서 투·타에 걸친 맹활약을 남겼다. 마운드 위에선 올해 공식전 18경기에 등판해 67.2이닝을 던져 5승 1패 23사사구 54탈삼진 평균자책 1.32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망이를 든’ 전미르 역시 매섭다. 올해 주로 3루와 외야를 오가며 120타석을 소화해 타율 0.346, 출루율 0.513, 장타율 0.519를 뽐냈다.
특히, 지난 7월에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선 이도류 면모를 맘껏 드러내며 경북고의 전국대회 제패에 크게 이바지했다. 전미르는 이번 청룡기에서 투수(11.2이닝 무실점)와 타자(4안타 4타점 7사사구)를 넘나들며 대회 MVP에 등극했다.
롯데는 그런 전미르의 재능을 주목했다. 전미르의 ‘이중생활’은 프로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명 행사 종료 뒤 스포츠춘추와 만난 성 단장은 “전미르는 프로에서 지명타자와 투수를 오갈 계획”이라며 “일단, 방향성만 놓고 보면 그렇다. ‘투타겸업 성사’ 여부는 선수 본인이 증명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성 단장은 “전미르가 투·타 모두 빼어난 실력을 갖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만일 둘 중 하나만 갖췄더라도 그 한 가지 재능만으로도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전미르 역시 투타겸업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행사 뒤 스포츠춘추와 만난 전미르가 다음과 같이 말한 까닭이다.
“이렇게 빨리 지명될 줄 몰랐다. 생각지 못한 ‘전체 3순위’ 지명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팀이 보여준 신뢰에 하루빨리 부응하는 것이다. 투수든, 타자든 어딜 가도 자신이 있다.”
전미르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기자가 ‘만남이 기대되는 선배’를 묻자, 전미르는 팀 마무리 투수인 김원중을 언급했다.
“(김)원중 선배는 볼 때마다 마운드 위 기백이 대단하다.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르는 듯한 패기가 있다. 그런 걸 많이 본받고 싶다.” 전미르의 눈동자가 일순간 반짝였다.
한편, 전미르는 지명 당시 방송 인터뷰를 통해 고 최동원 감독을 언급하며 “존경하는 최동원 선배의 활약 절반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전미르는 그 이유로 “(최동원 선배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떠나 동료 선수들을 위해, 또 팀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다. 내겐 그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고 답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후배 선수들은 여전히 전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프로 입성을 앞둔 한 고교야구 선수가 커리어의 첫 줄을 ‘최.동.원’이란 세 글자로 채웠다.
전미르가 앞으로 써 내려갈 수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