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좌완 찰리 반즈(사진 왼쪽부터), 우완 애런 윌커슨(사진=롯데)
롯데 좌완 찰리 반즈(사진 왼쪽부터), 우완 애런 윌커슨(사진=롯데)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는 멈출 생각이 없다. 가을야구 희망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다. 선발진 기둥인 박세웅, 나균안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차출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일부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5위권 진입을 향한 길이 ‘기적’에 비견될 정도로 험난한 까닭이다. 그 와중, 외국인 에이스 듀오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은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반즈와 윌커슨은 9월 28, 29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또다시 나흘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 이로써, 둘이 합쳐 벌써 올 시즌 16번째 ‘4일 휴식 턴’이다.


2년 연속 마운드를 지탱 중인 반즈, 올 시즌 후반기 평균자책 2.20

롯데 좌완 찰리 반즈(사진=롯데)
롯데 좌완 찰리 반즈(사진=롯데)

지난 24일 인천에서 취재진을 만난 롯데 이종운 감독대행은 “차주 휴식일이 앞에 있기 때문에 반즈와 윌커슨이 나흘 휴식 뒤 한화 2연전에 각각 들어간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행은 “상황을 따질 겨를이 없다. 가을야구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런 반즈가 28일 사직 한화전에 등판할 전망이다. 올 시즌 9번째 4일 휴식 턴이다. 지난해(14경기)보단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잦은 우천 여파로 등판일이 조정된 것도 있다.

반즈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롯데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다. 올 시즌엔 27경기를 등판해 152.1이닝 9승 9패 51볼넷 127탈삼진 평균자책 3.49를 기록 중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2.91로 박세웅(3.00)에 이어 팀 투수 2위다.

반즈는 예년(11경기 평균자책 5.40)과 달리 후반기에 강하다. 반즈는 올 시즌 후반기 11경기 동안 69.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20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투구 퀄리티에 비해 승수와는 인연이 없다. 후반기 퀄리티스타트(QS)만 8차례에 4승 3패에 그친 것.

“시즌 초에 비해 반즈의 투구 내용이 훨씬 좋아졌다. 계속 잘 던져주고 있는데, 이상하게 등판 날마다 야수들 득점이라든지 수비 지원이 미흡할 때가 있더라. 반즈에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대행이 반즈를 신뢰하는 만큼 안타까움이 진한 이유다.


‘중도 합류’ 윌커슨, 올 시즌 등판 12번 가운데 4일 휴식만 7차례

롯데 우완 애런 윌커슨(사진=롯데)
롯데 우완 애런 윌커슨(사진=롯데)

한편, 윌커슨은 나흘 휴식의 ‘화신(化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는 지난 7월 댄 스트레일리와 작별한 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윌커슨을 선택한 바 있다. 그 뒤 윌커슨은 올 시즌 KBO리그 11경기를 등판해 66.2이닝 동안 5승 2패 평균자책 1.89로 맹활약 중이다.

오는 29일 한화전에서 시즌 12번째 등판을 앞둔 가운데, 윌커슨의 4일 휴식 턴이 어느덧 7번째다.

“미국에선 줄곧 나흘 휴식 후 등판을 수행했다. 어떻게 보면, 해오던 대로 마운드에 오르는 셈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계속 신경 써야 할 건 ‘건강함’과 ‘잘하는 것’ 두 가지다.”

지난 8월 스포츠춘추와 만난 윌커슨의 말이다.

그 뒤로 한 달여가 흘렀다. 윌커슨의 자신감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타이트한 등판 일정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것.

무엇보다, 최근 등판 일지를 보면 살펴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윌커슨은 29일을 포함해 9월 등판 5경기에서 4일 휴식 턴을 4차례나 가져간다. 참고로 앞 4경기에선 모두 QS를 달성해 24이닝 동안 평균자책 2.25를 거뒀다.

한 야구계 관계자가 “윌커슨의 경우, KBO리그 내에서 구위가 압도적으로 특출난 건 아니”라며 “그런데, 제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갖고 있는 모든 구종을 구석구석 알맞게 던진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올 시즌 함께 호흡을 수차례 맞춘 포수 손성빈 역시 최근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윌커슨의 최고 강점은 역시 ‘커맨드’다. 제아무리 불리한 카운트 싸움에 놓여도, 위기를 과감하게 극복할 수 있는 선수다. 윌커슨은 함께하는 포수로 하여금 그런 기대를 품게 한다.”

롯데는 헛심과 기적,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거인 군단 외인 에이스들의 헌신 끝엔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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