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완 박신지는 아직 늦지 않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두산 우완 박신지는 아직 늦지 않았다(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마운드는 이른바 ‘99즈’의 무대다. 국가대표 선발 곽빈은 데뷔 첫 ‘10승 투수’ 고지에 올라섰고, 필승조 정철원은 시즌 중 마무리로 변신해 연착륙 중이다.

그런 입단 동기들의 화려한 활약에 자극을 받아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느낀 이가 있다. 바로 두산 우완 기대주 박신지다.

박신지는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받아 큰 기대 속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줄곧 제구 불안에 시달렸다. 상무 제대 후 팀에 복귀한 지난해에도 29경기에 등판해 9이닝당 볼넷을 5.84개나 내줬다. 

올 시즌 출발도 다르지 않았다. 시즌 초반 제구 난조에 고전한 박신지는 1·2군을 4차례나 오간 끝에 선발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래도 두산 이승엽 감독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 감독은 “박신지는 말 그대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선수 아닌가.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바라봤다.

사령탑의 믿음은 응답을 얻었다. 9월 1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은 박신지는 이후 한 달 넘게 1군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제구력이다. 9월 이전 6경기에서 55%였던 스트라이크 비율이 9월 이후 5경기에서 62.6%로 향상됐다. 9월 이전 6경기 7볼넷을 내줬던 투수가 9월 이후로는 5경기에서 1개의 볼넷만 내줬다.

달라진 박신지의 모습에 이승엽 감독도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이 감독은 “몇 달 전만 해도 박신지는 좋은 공을 갖고도 상대 타자를 늘 피해가기 바빴다. 적극적인 모습을 많이 요구했는데, 달라져서 돌아왔더라”면서 “최근 등판에선 중간 역할을 잘 수행해 주고 있다. 보직을 떠나, 지금 후반기 마음가짐이 내년 시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칭찬했다. 

미완의 대기에서 이제는 당당한 두산 ‘99즈’ 멤버로 도약할 준비를 마친 박신지를 스포츠춘추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신지와의 일문일답이다.


‘싸움닭’ 꿈꾸는 박신지의 자기암시 “끝까지 가면 결국 내가 이긴다”

박신지의 와일드한 투구폼(사진=두산)
박신지의 와일드한 투구폼(사진=두산)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많은 준비를 했지만, 좀처럼 잘 풀리진 않았다.

내가 아직 부족해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시범경기 때부터 기회를 받았지만, 볼 스피드나 제구 쪽에서 아주 미흡했다. 올 시즌 1·2군을 오가면서도 체력적으로 페이스 조절하는 게 참 어렵더라. 지금은 그런 부침이 전혀 없다.

1·2군을 오가는 가운데, 이승엽 감독은 ‘보다 더 공격적인 투구’를 요구하기도 했다.

내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피하지 않고 그냥 부딫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생긴다. 아웃이 되면 최고의 결과겠지만, 안타를 내주더라도 그게 또 공부가 될 수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이 듣고 싶다.

가령, 구위라든지 투구 템포나 변화구, 어떤 부분이 약점인지 등 말이다. 하지만, 볼넷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싸움닭’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다.

혹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란 말을 들어봤나.

(고갤 저으며) 무슨 말인가.

어떤 상황에서든 ‘무언가를 의식하지 말라’고 강조한다면, 누구나 그걸 더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부분에 있어 힘든 과정이 분명히 있었을 듯싶다.

맞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엔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막상 마운드 위에선 머리가 새하얘질 때가 있다. 요즘은 ‘자기암시’에 많이 집중한다. 끊임없이 ‘내가 무조건 이긴다’고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거다. 참 단순하지만, 이게 자신감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 연장선에서 투구 폼 얘기를 듣고 싶다. 고교 때부터 와일드한 투구 폼으로 주목받지 않았나. 한편으론, ‘박신지’에겐 늘 ‘투구 폼 교정’이 꼬리표로 붙곤 했다.

(골똘히 생각하며) 엄청나게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내 투구 폼이 그런 양면성이 있는 편이다. 특히, 머리 고정 문제가 참 쉽지 않았다. 프로 입단 후로 지금까지도 많이 노력 중이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 있을까.

아직 여러 가지를 시도 중인 단계다. 와일드한 투구 폼을 아예 포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머리 흔들림은 계속 신경 쓸 것이다. 제구도 잡고, 내 강점도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계속 그 중간 지점을 찾고자 한다.


“입단 동기 ‘99즈’ 활약, 큰 자극…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겠다”

두산 우완 기대주 박신지(사진=두산)
두산 우완 기대주 박신지(사진=두산)

입단 초기(11.4%)와 비교하면, 체인지업 구사 빈도(올 시즌 24.5%)가 돋보인다. 

고등학생 때는 체인지업은 거의 없는 구종이었다. 한 마디로 ‘던질 줄만 아는 변화구’에 가까웠다. 차츰 떨어지는 공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프로 초창기엔 포크볼을 많이 추천받았다. 그런데 체력 소모가 워낙 심한 구종이라 그 대안으로 체인지업을 지난 6년간 갈고 닦았다. 스무 살 때부터 정말 원 없이 공부했다.

특별히 참고한 롤 모델들이 있을까. 과거 팀 동료였던 벌칸 체인지업의 명수인 함덕주의 도움을 받았을 법도 한데.

KBO리그나 해외 리그에서 체인지업 던지는 선수들 노하우는 다 찾아봤던 것 같다. (함)덕주 형 도움을 받아 벌칸 체인지업 그립도 따라해 봤다. 공을 쥐는 악력 문제도 있었고, 내 걸로 만드는 게 쉽지가 않더라. 지금 던지는 공은 서클체인지업이다.

6년간 갈고 닦은 체인지업이다. 완성도 측면에서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나.

아직도 한참 멀었다. 이제야 조금씩 제3구종으로 쓸 수 있는 정도다. 최근 들어 포수 선배들이 체인지업 사인을 더 내거나 구종 칭찬을 해주실 때가 있긴 하다. 그때마다 드는 감정은 만족보단 욕심에 가까울 듯싶다.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곽빈, 정철원 등 ‘99즈’ 입단 동기들이 어느덧 팀 마운드 주축으로 올라섰다.

(방긋 웃으며) 부럽다. 친구들 활약은 늘 챙겨본다. 때론 내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참 많이 자극받는다. 그런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마운드 위에선 친구나 동료도 상관없이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경쟁의식을 불태울 거다.

올해로 프로 6년차에 올 시즌만 해도 1군 콜업이 4차례 있었다. 스스로 ‘조바심’을 느꼈을 법도 한데.

지금까지 많은 기회를 받았고, 그걸 잡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결코 늦지 않았다. 무조건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

이승엽 감독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박신지는 아직 젊고 보여줄 게 많은 선수’라고 했다.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팀에서 계속 도와주고 있다. 9월 콜업 후로 이전보단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겠다. 이 와중에 또 넘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생각은 없다. ‘끝까지 가면 내가 결국 이긴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소속 팀 두산이 시즌 막바지에 순위 싸움을 분주히 펼치고 있다. 본인 역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그게 어디든 팀이 맡기는 역할이 먼저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에 맞는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 팬들께서 내게 많이 실망하신 걸 안다. 그간 기대와 응원을 보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내가 부응하지 못했다. 두산 팬들 사랑에 걸맞은 선수로 하루빨리 성장하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팬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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