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고지를 밟았다(사진=LG)
LG가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고지를 밟았다(사진=LG)

[스포츠춘추]

LG 트윈스가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다. 지난 6월 27일 이후 줄곧 선두를 질주한 LG의 시선은 이제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LG는 10월 3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 없이 사직 원정길(4, 5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준비하던 LG가 휴식 중 반가운 소식을 접한 것. LG는 2위 KT 위즈, 3위 NC 다이노스가 모두 패하면서 잔여 시즌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 고지에 올라섰다. 4월 개막 후 135경기 만이다.


슬기로운 뎁스 활용…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 ‘유연함’ 가득했다

LG 선수단 세레머니(사진=LG)
경기 전 LG 선수단의 모습(사진=LG)

LG의 정규시즌 우승은 1990, 1994년에 이어 팀 사상 세 번째다. 왕좌 탈환까지 무려 29년이 걸렸다. 그 바탕엔 모난 곳 하나 없는 탄탄함이 있다. LG가 최근 몇 년간 쌓아온 ‘고른 전력’이 일궈낸 결실이다.

올 시즌 새롭게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기존 승리 공식에 기대지 않았다. 시즌 초부터 직면한 난관을 극복해 낸 게 대표적이다. 그간 팀 뒷문을 책임져 온 투수들이 예년 같지 않았기 때문. 이정용-정우영-고우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얘기다. 특히, LG는 고우석의 부상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 없이 시작한 바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맏형 김진성을 기점으로, LG의 불펜야구는 올 시즌 역시 빛났다. 올해로 LG 합류 2년차를 맞이한 김진성은 리그 최다 등판(77경기)에 나서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기존 필승조의 빈자릴 채운 ‘새 얼굴’ 등장도 의미가 깊다. 유영찬(62경기), 박명근(54경기), 백승현(38경기) 등이 좋은 예시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의 경우, LG 불펜진 총합이 11.32로 리그 으뜸이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2021년부터 3년 연속 ‘최강 불펜’ 등극이 유력하다.

“전반기 때, 팀이 어려운 시간을 겪기도 했다. 필승조에서 많이 헤맸다. 그걸 이겨낼 수 있던 건 다른 불펜들 힘이 컸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말 그대로 ‘한 단계’ 올라선 게 큰 수확이다. 팀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일석이조 효과인 셈이다.” 지난 8월 초 염 감독이 전반기를 복기하며 불펜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운드뿐만이 아니다. LG의 만년 고질병 2루에선 신민재가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1996년생 신민재는 올 시즌에만 2루로 86경기(73선발)로 나서 663.1이닝을 소화했다. LG 사령탑은 그런 신민재를 통해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한다.

이를 두고 염 감독은 “애초에 선수 한 명만으로 1년을 버틸 생각은 안 했다. 신민재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당장 현재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더 앞을 내다보기도 해야 한다. 신민재를 2루수로 테스트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그 기회를 잡은 게 가장 크다. 신민재가 주전으로 올라선다면, 한 5~6년간은 센터 라인 걱정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염 감독의 전망이다.


‘캡틴’ 오지환의 믿음 “LG의 과감함, 그 어느 때보다 가을에 필요해”

LG 주장 오지환(사진 왼쪽부터), 염경엽 감독(사진=LG)
LG 주장 오지환(사진 왼쪽부터), 염경엽 감독(사진=LG)

유연함만큼이나 LG의 올 시즌을 빛낸 키워드는 더 있다. 바로 ‘과감함’이다. LG는 염경엽 감독 부임 직후 ‘보다 더 공격적인’ 주루를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즌 중 염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경기 후반 1점차 승부에선 결국 과감한 판단 하나하나가 분수령이다. 매 경기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런 플레이가 분명히 필요할 때가 온다. 그 순간들을 위해 선수들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 LG의 올 시즌 ‘뛰는 야구’엔 양면성이 있다. 기록을 따지면 더 도드라진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158)를 성공시킨 가운데, 실패(95)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루 성공률(62.5)을 포함해 팀 RAA 도루(평균 대비 도루 득점 기여) 총합은 -12.64로 10개 팀 중에 단연 최하위다.

주루에서도 적극적인 플레이는 마찬가지다. 총 주자 추가 진루 확률(48.0)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평균 대비 득점 생산(RAA 주루)의 경우, -6.12로 리그 최하위에 해당한다. 주루사 역시 71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일부에서 “오히려 안 뛰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쓴소릴 내며 꼬집은 까닭이다. 발야구로 얻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더해 팬들의 성토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캡틴’ 오지환이 그렇다.

9월 초 취재진을 만난 오지환은 “예년과 달리 올 시즌 과감한 주루를 통해 성공만큼이나 실패를 많이 겪은 건 사실”이라며 “많이 시도하는 게 우리의 팀 컬러고, 그 첫해이기에 (실패는) 어느 정도는 감내할 부분이다”고 했다.

이어 오지환은 “정말 뛰면 안 되는 상황이 간혹 있다. 예를 들면, 2아웃 상황에서 2루 주자가 무리하게 3루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면, 누구나 뛸 수 있어야 한다. 바뀐 팀 컬러 관련해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윽고 베테랑 내야수가 던진 화두는 다가올 포스트시즌에서의 ‘적극성’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믿음이 생기고 있다. 그간 우리 팀의 ‘가을야구’에선 과감함이 늘 부족하지 않았나. 이번 정규시즌 동안 얻은 경험들이 향후 단기전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수비하는 입장에선 우릴 상대할 때 중압감이 클 것이다. 특히, 단기전에선 그런 떨림이 주는 압박이 엄청나다. 가을이야말로 우리의 과감함이 필요한 무대다.” 오지환이 힘줘 강조한 대목이다.

기나긴 마라톤 뒤엔 단기 레이스다. 유연함과 과감함, 두 날개를 단 LG가 이젠 세 번째 통합 우승을 준비한다. 지난 정규시즌 우승 두 번 가운데, LG가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신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오랜 염원이 담긴 쌍둥이네 가을을 향해 많은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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