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공룡군단 ‘20승’ 슈퍼 에이스가 마침내 돌아온다. NC 다이노스는 10월 21일 준플레이오프 엔트리를 발표하며 우완 에릭 페디를 포함했다.
페디는 당장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B)에서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한 걸 보여주듯 KBO리그 첫 시즌을 압도적으로 소화했다. 다승(20)·평균자책(2.00)·탈삼진(209) 1위를 석권하며 ‘투수 3관왕’을 물론,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KBO리그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 동시 달성을 일궈냈다.
그런 페디가 지난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입은 팔꿈치 타박상 여파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빠졌다. 팀 사령탑 강인권 감독은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전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페디는) 매일매일 조금씩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페디는 22일 인천에서 펼쳐질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은 아니지만 향후 2, 3차전 등판 가운데 한 경기를 책임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정규시즌 20승’ 에이스가 그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건 KBO리그 42년 역사에서 14명(16차례)이 있었다. 그중 페디는 15번째 선수가 될 예정이다.
페디 향한 ‘20승’ 선배들의 “외계인-역대급” 특급 칭찬, 왜?

모든 선수가 ‘한국시리즈 4승 0패’로 영원불멸의 기록을 남긴 1984년 최동원처럼 될 순 없다. 앞선 ‘슈퍼 에이스’ 14명을 종합해서 따지면,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평균 5.6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3.09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규시즌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그대로 이어지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에이스들도 가을 무대에선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가 생긴다. 큰 무대가 가져다주는 중압감도 있겠지만, 또 정규시즌 동안 누적된 피로라든지 부상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
스포츠 세계에서 그리 생소한 풍경은 아니다. 공은 둥글다. 언제든 이변이 발생하기 마련. 제아무리 페디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두 해설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20승’ 선배인 정민태 SPOTV 야구 해설위원과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이다.
“페디는 내가 그동안 본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단연 ‘역대급’이다. KBO리그에 많은 선수들이 오갔지만, 페디처럼 공도 빠르고 가진 변화구 하나하나가 모두 일품인 선수는 처음이다.” KBO리그 통산 124승 투수 정민태 위원의 평가다.
정 위원은 현역 시절인 1999년 29경기를 등판해 230.2이닝 동안 20승 178탈삼진 평균자책 2.54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소속 팀 현대 유니콘스(1999년 드림리그 3위)가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해 그해 포스트시즌 등판은 없었다.
정 위원은 올 시즌 페디의 투구에서 ‘멘탈적인 측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시즌 내내 큰 부침 없이 고른 활약을 펼친 비결이다. 이를 두고 정 위원은 “던지면 던질수록 본인에 대한 자신감, 또 확신이 든 모습이었다”며 “동료 야수들의 타격, 수비 등에 동요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운드에선 늘 여유가 느껴질 정도”라고 칭찬했다.

이어 정 위원은 페디의 준플레이오프 합류가 NC 선수단에 끼칠 영향을 강조했다. 정 위원은 “팀 동료들은 페디가 ‘어떤 선수인지’ 그 누구보다 1년 내내 가까이서 지켜봤다. 페디가 등판하는 날엔 ‘무조건 이길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똘똘 뭉치게 될 것. 이런 게 ‘역대급’ 에이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힘줘 말했다.
“워낙 노련한 선수다. 아직 베스트 컨디션을 회복하긴 아니겠지만, 포스트시즌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 이상을 보여줄 듯싶다.” 정 위원의 전망이다.
현역 때 LG의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맹활약한 이상훈 해설위원도 페디를 향한 칭찬 행진에 참여했다. 이 위원 역시 1995년 ‘20승’ 에이스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이 위원은 30경기 동안 12완투를 펼쳐 228.1이닝 20승 142탈삼진 평균자책 2.01을 기록했다.
‘역대급’에 이어 이번엔 ‘외계인’이란 극찬이 붙었다. “그 어떤 선수가 와도 사실 ‘완벽’이란 수식어가 어울리기는 참 어렵다”고 말한 이 위원은 “올 시즌 페디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고 했다. 이어 “리그 지배력만 따지면, MLB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연상된다”고 덧붙였다.
“위기에 몰렸을 때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페디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다. 이 선수는 흥분할 법한 상황에서도 절대 무너지질 않더라. 그래서 포스트시즌 부진은 좀처럼 상상이 되질 않는다. 단기전에서도 우리가 알던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 위원의 목소리엔 확신으로 가득했다.
부상에서 돌아올 페디, 정규시즌만큼 압도적인 모습 보여줄까

NC는 올해 첫 가을 무대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의 부재를 겪었다. 지난 정규시즌 최종전 당시 타박상 여파다. 그로부터 휴식을 취한 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비록 엔트리엔 승선했지만, 22일 인천에서 열릴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도 건너뛴 상황.
‘20승’ 선배들이 유일하게 우려한 대목이다. 16일 페디의 마지막 등판 경기 방송 중계를 맡았던 이상훈 해설위원은 “당시 타박상 부위 자체는 공을 쥐는 악력에도 영향이 있을 듯싶더라. 그래도 엔트리에 일단 이름을 올렸다는 건 팀에서 쓸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첫 실전 등판을 봐야 확실해질 듯싶다”고 말했다.
정민태 해설위원은 “부상 회복 후 마운드를 오랜만에 오르면 심리적으로 몰릴 수 있다”며 “특히 포스트시즌 같은 중요한 무대에선 그런 경우가 많다. 다만, 페디는 부상 직후부터 팀에서 계속 케어를 아끼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이번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조급하기보단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에이스의 부상 회복 여부는 비단 NC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 팀인 SSG 역시 좌완 커크 맥카티가 한 달 가까운 부상 공백에서 돌아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했다. 참고로 맥카티는 지난달 말에 내복사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바 있다. 간판 타자인 최정 역시 햄스트링 부상을 딛고 가을야구부터 팀에 합류한다.
이처럼, 양 팀 핵심 선수들의 부상 회복은 향후 준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 과거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전설’ 김시진 KBO 경기운영위원은 ‘선수 부상’에 대한 추억과 함께 다음과 같은 얘길 들려줬다.
“과거만 해도 팀, 선수 모두 지식이 부족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식 밖의 행동도 많았다. 흔히 ‘아이싱’이라고 부르는 냉찜질조차 제대로 하질 못하고, 심지어 정반대로 뜨거운 걸 근육에 들이대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야구계 환경은 전혀 다르다. 팀마다 전담 트레이닝 파트가 있어 선수들 개개인 몸에 맞게 관리한다.”
실제로 NC는 페디의 등판일을 조심스럽게 고민 중이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전후로 줄곧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가) 부상 회복과 동시에 훈련을 소화하고 있으며, 팀은 계속해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돌아온 에이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MLB에서만 102경기를 치른 페디도 큰 무대에서 가을야구 경험은 없다. 다가올 가을, 마운드 위 페디가 펼칠 투구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