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홍성]
한국야구의 레전드 김태균과 전·현직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1월 18일 열린 ‘김태균 야구캠프’를 위해 충남 홍성군 만해야구장을 찾았다. 전국에서 모인 52명의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훈련과 실전, 멘토링은 물론 사인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했다.
지역사회 공헌과 야구 꿈나무 육성은 김태균의 오랜 꿈이었다. 현역 은퇴 이후 방송 해설과 예능 출연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태균은 틈틈이 유소년을 위한 야구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뜻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던 김태균에게 충청남도 홍성군이 손을 내밀었다. 김태균은 “홍성군은 야구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며 “리틀야구부터 대학까지 연령대별 팀을 모두 보유했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실제 전국대회 우승팀 홍성리틀야구단과 홍성BC-U16, 광천K-pop고교, 청운대학교가 모두 홍성이 연고지다. 올해 만해야구장을 개장한 홍성군은 인근에 신축 구장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야구로 의기투합한 홍성군과 김태균은 지난달 10일 홍성군수실에서 홍보대사 위촉식을 하고 ‘야구캠프’ 진행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홍성을 충남 서해안지역의 야구 중심지로 만들어 나간다”는 공동의 목표하에 홍성군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김태균도 홍성군 홍보대사로서 군정을 홍보하고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홍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멘토로 참여할 전·현직 선수들은 김태균이 직접 섭외했다. 전직 선수로는 유희관 KBSN스포츠 해설위원과 최준석 MBC 경남 해설위원이 합류했다. 현역 선수로는 두산 허경민, 한화 이태양·채은성·정우람, NC 손아섭, 삼성 강민호·구자욱 등 최고의 스타들이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유소년 선수는 김태균의 현역 시절 등번호 52번과 같은 총 52명을 선발했다. 행사를 준비한 김태균의 기획사 티케이오시비 관계자는 “특정 지역이나 팀에 몰리지 않게끔 균등하게 선발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인근 충청과 대전은 물론 강원도 원주, 강원도 태백, 전남 목포, 제주도 등 전국 각지의 야구소년 소녀들이 홍성으로 모였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은 행사 만들자” 김태균의 꼼꼼한 준비성
김태균은 보기보다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KBSN 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김태균 위원이 해설 준비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중계가 있는 날이면 방대한 양의 분석 자료를 준비해 와서 공부하고 난 뒤 마이크 앞에 앉는다”고 전했다.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까지 직접 챙기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멘토로 온 후배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즐겁게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참가 학생들을 위해선 다양한 굿즈와 최상의 식사를 준비했다. 김태균은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행사여야 한다”고 했다. 행사 프로그램과 동선도 미리 점검하고 또 점검해서 참가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썼다.
이처럼 철두철미한 준비에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변수가 있으니 바로 변덕스러운 날씨다. 김태균은 “하루 전날 갑작스러운 강추위에 눈까지 내려서 걱정이 많았다. 원래는 전야제 행사로 바비큐 파티를 할 예정이었는데, 화재 위험이 있다고 해서 취소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캠프 당일 아침이 되자 거짓말같이 눈이 그쳤다. 홍성군과 행사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눈을 치웠고, 때마침 날이 풀리면서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야구캠프는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로 워밍업부터 진행했다. TV에서만 보던 스타 선수가 바로 옆에서 스트레칭과 러닝을 하는 광경에 유소년 참가자들의 눈이 커졌다. 이태양, 구자욱 등 젊은 선수들도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웃음을 머금은 채 몸을 풀었다.



워밍업 뒤엔 포지션별 훈련이 이어졌다. 유희관과 정우람은 배팅볼 투수로 나섰다. 홈런을 치는 선수 대상으로 글러브 상품을 내걸었지만 좀처럼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유일한 홈런은 서울 백운초 6학년 박준성 학생선수가 정우람을 상대로 기록했다. 담장 앞까지 날아가는 타구를 연거푸 날릴 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결국 우측 담장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한 시즌 16홈런을 친 적이 있을 정도로 장타에 자신 있다는 박준성은 “정우람 선배님의 공이 묵직하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준석, 강민호, 구자욱 등은 타격코치를 맡았다. 구자욱은 눈을 크게 뜨고 직접 동작까지 취해가며 열정적인 코칭을 펼쳤다. 한자리에 모였다 직접 글러브를 끼고 볼핸들링 방법을 지도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을 보니까 옛 생각도 나고 즐겁다”면서 “가르치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중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나면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태균 선배님이 불러주셔서 기분 좋게 왔다. 정말 즐겁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얼마든지 동참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일일 수비코치’ 허경민 “지금의 열정, 그 마음 오래 간직하길”
이날 하루의 경험만으로 참가자들의 야구실력에 당장 엄청난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경하는 선배들과 함께한 경험은 어린 선수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선배들처럼 되고 싶은 동기부여도 기대할 만하다. 허경민은 “나도 한때는 열정이 많은 어린이였는데, 여기 온 친구들도 그때 못지않게 열정적”이라며 “지금 그 마음이 정말 오래오래 계속 갔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점심 식사 후엔 TK 팀과 52팀으로 편을 나눠 7이닝제 친선 경기를 벌였다. 경기 후엔 MVP, 타격상, 투수 상, 퍼포먼스 상 등 4개 부문 시상식을 열었고 선배들이 질문에 답하는 멘토링 시간도 가졌다. 사인회와 기념품 지급을 끝으로 이날의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김태균은 “후배 선수들이 흔쾌히 달려와서 열심히 멘토 역할을 해준 덕분에 성공적인 행사가 된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겠다”면서 “다음에 1박 2일이나 2박 3일간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이번 캠프 우수 선수들을 선발해 일본 팀과 교류전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성 결성면은 인구 대부분이 노인이라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다. 그러나 이날 하루만큼은 유소년 선수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지역 전체가 활기를 띠었다. 홍성군은 야구캠프가 야구는 물론 지역 홍보와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야구를 통해 얻은 영향력을 지역사회와 후배들을 위해 사용하려는 김태균의 노력이 야구 소년들과 만나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