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4번째로 국외 유턴파 FA를 맞이한 우완 김재윤(사진=KT)
KBO리그 역대 4번째로 국외 유턴파 FA를 맞이한 우완 김재윤(사진=KT)

[스포츠춘추]

김재윤은 KBO리그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선수다. 그간 수많은 국외 유턴파가 있었지만, ‘FA(자유계약선수)’라는 결실까지 이어진 건 극도로 드물었기 때문. 아마추어 신분으로 국외 리그에 도전한 뒤 KBO리그로 돌아와 FA까지 일궈낸 건 단 4명에 불과하다. 송승준, 봉중근, 채태인, 그리고 김재윤이다.

김재윤은 채태인(2018년) 이후 5년 만에 나온 국외 유턴파의 FA다. 1990년생 우완 김재윤은 휘문고를 졸업해 2009년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포수 포지션으로 마이너리그 A+까지 올라갔던 김재윤은 저조한 성적으로 팀을 나와야 했고, 한국에서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2015년 KT에 입단해 투수로 변신했다.

그로부터 9년이 흘렀고, 통산 169세이브에 빛나는 김재윤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참고로 김재윤의 누적 세이브는 역대 8위에 해당한다. 현역 중에서는 오승환(400), 정우람(197)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세이브를 쌓았다.


김재윤 붙잡고 싶은 KT, 그런데 ‘공격적인’ 경쟁 팀 나왔다

2015년 입단 후 KT에서만 9시즌을 뛰며 맹활약한 마무리 김재윤(사진=KT)
2015년 입단 후 KT에서만 9시즌을 뛰며 맹활약한 마무리 김재윤(사진=KT)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월 18일 2024년 FA 승인 선수 19명을 공시했고, 그 가운데 김재윤은 B등급을 받고 시장에 나왔다. B등급의 경우, 원소속팀이 아닌 타 팀과 계약할 때 보호선수 명단 25인 외 보상선수 1명과 함께 전년도 연봉 100%를 지급하거나 전년도 연봉 200%를 내줘야 한다.

김재윤은 지난 19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원소속팀 KT는 내부 FA인 김재윤, 주권을 모두 잔류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FA 시장이 열리고, 두 선수의 에이전트와 만나 한 차례씩 대화를 나눴다.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재윤과 주권은 KT 프랜차이즈로 구단에서 나온 첫 FA 케이스다. 앞서 시즌 도중 만난 KT 관계자들은 그런 김재윤을 향해 “포수로 입단했지만, 투수로 전향해 빛을 본 선수”라며 “그 과정을 함께했기에 팀 내에서는 김재윤의 통산 160세이브 돌파를 다들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KT는 올해 이상동(1995년생), 손동현(2001년생), 박영현(2003년생) 등 신예 불펜들이 1군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풀타임 마무리’ 김재윤을 대체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비록 김재윤은 올해 가을야구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한국시리즈 3경기(5실점)만으로 평가하는 건 다소 가혹한 일이다. 심지어 김재윤은 2년 전 2021 한국시리즈 4경기에 모두 등판해 4.1이닝을 던져 0볼넷 7탈삼진 1실점에 2세이브 맹활약을 펼쳤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 순간 ‘헹가레 투수’가 바로 김재윤이었다.

그렇기에 KT는 김재윤을 붙잡고 싶지만, 상황이 제법 여의찮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김재윤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 팀’이 있다”고 넌지시 귀띔했다. 이에 올겨울 들어 ‘불펜 보강’을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를 향해 이목이 쏠린다. 때마침 한국과 일본을 바쁘게 오가던 이종열 삼성 단장이 지난 20일 오후 귀국한 시점이다.


뒷문 불안에 떤 삼성, 오승환 잡고 ‘외부 영입’ 김재윤까지?

김재윤은 오승환을 동경하며 성장한 선수다(사진=삼성)
김재윤은 오승환을 동경하며 성장한 선수다(사진=삼성)

올해 정규시즌을 8위로 마친 삼성은 외부 인사를 대거 수혈하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그중 한 명이 이종열 신임 단장이다. 이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오버페이는 분명히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불펜 외부 영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불펜은 올 시즌 내내 불안했다. 2023 KBO리그에서 팀 평균자책(5.16)이 최하위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불펜의 팀 기여를 언급할 때 주로 쓰이는 WPA(추가한 승리 확률)에서도 삼성 불펜은 총합 -8.43에 그치며 리그 맨 밑바닥에 머물렀다. 그 가운데 마무리 오승환은 팀 내 불펜 WAR 1위(1.79), WPA 1위(0.74)를 기록했다. 41세 ‘노장’인 오승환을 제치는 선수가 불펜에서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한 게 삼성의 현실이다.

심지어 오승환 역시 이번 FA 시장에 나왔다. 원소속팀 삼성은 오승환의 잔류를 바란다. 이 단장은 일본을 오가면서도 오승환 측을 비롯해 김대우, 강한울 등 집토끼 선수들과 꾸준하게 소통하고 있다. 다만 오승환의 잔류만으로는 삼성의 불펜 문제가 일순간 해결될 리 만무하다. 익명을 원한 한 해설위원이 “올해 삼성에 경기 후반 ‘1이닝’을 마땅히 책임져 줄 선수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후반기 들어 오승환의 분발이 단비 같았을 정도”라고 쓴소릴 남긴 까닭이다.

이 때문에 김재윤은 삼성에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FA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필승조 구축에 거듭 어려움을 겪은 삼성이다. 이미 시즌 초 좌완 이승현과 오승환의 더블 스토퍼 체제를 시도한 적도 있다. 사실상 ‘마무리’ 노선 정리 고민은 사치에 가깝다.

한편 FA 시장 사정에 밝은 야구계 관계자는 “(시장이 열린 뒤) 김재윤의 인기가 꽤 있다”“그동안 성실하고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아왔던 게 좋은 평가로 인정받는 듯싶다”고 바라봤다.

김재윤의 꾸준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9년 이후 김재윤(12.16)보다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가 높은 불펜 투수는 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12.36) 한 명뿐이다. 또 최근 5시즌을 놓고 보면, 구원 3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SSG 랜더스 서진용(336.1), LG 셋업맨 정우영(315), 그리고 김재윤(307.1)까지 3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김재윤은 2020년부터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이 모든 건 김재윤이 매 시즌 큰 부상 없이 순항했기에 가능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시즌 종료 후 팀 불펜 관련해 전력 보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이 사령탑 공식 취임 2년 만에 늦깎이 ‘취임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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