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튼동 더비’를 앞둔 두산 우완 정철원(사진 왼쪽부터), 김태형 롯데 감독, 롯데 외야수 윤동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2024시즌 ‘튼동 더비’를 앞둔 두산 우완 정철원(사진 왼쪽부터), 김태형 롯데 감독, 롯데 외야수 윤동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스포츠춘추=고척]

1982년 원년부터 정말 원 없이 치고받았다. 지난 42년간 정규시즌 755경기를 맞붙은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OB) 얘기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통산 맞대결 기록은 두산의 우위(356승 16무 383패)다. 롯데는 2014년을 기점으로 최근 10년 동안 두산과 정규시즌 160경기를 치렀고, 71승 3무 86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9승 7패다.

두 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여러 차례 맞붙었고, 그중 1995 한국시리즈, 2009 준플레이오프, 2010 준플레이오프는 두산이 이겼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2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가 시리즈 3대 1로 승리한 바 있다.

다만 이전까지 수많은 경기를 펼쳤지만, 두 팀 사이에는 별다른 ‘라이벌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제법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이 현장에 돌아오면서 더 풍성해진 이야깃거리에 야구계가 연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두산 선수들 이구동성 “롯데와의 ‘튼동 더비’에서 지지 않겠다”

두산 우완 사이드암 박치국(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두산 우완 사이드암 박치국(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튼동님’ 복귀 소식에 반색한 이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한솥밥을 먹으며 영광의 시대를 함께한 두산 선수단. 지난 11월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양준혁 재단 주최 ‘제11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여한 두산 선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태형 감독님께는 성장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 롯데 상대로는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프로 데뷔 7년차인 우완 사이드암 박치국은 “김태형 감독님은 나를 너무 잘 아신다. 하지만 나 역시 감독님을 잘 안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7년의 프로 무대 활약 가운데 올 시즌을 빼면 모든 시간을 김 감독 밑에서 뛴 박치국이다.

이어 “이제 롯데전 마운드에 오르면 예전에 (양)의지 선배 삼진 잡았을 때랑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라고 말한 박치국은 “반대편 더그아웃에 김태형 감독님이 계시니까 더 열심히 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감독님께 ‘제가 이만큼 컸습니다’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두산 필승조로 활약 중인 정철원 역시 옛 사령탑과의 재회를 기대했다. 심지어 “김태형 감독님은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할 정도. 지난해 58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 3.10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정철원은 “감독님과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내년부터 두산과 롯데 경기는 매 순간 유·불리를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 우완 김동주(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두산 우완 김동주(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이날 고척 더그아웃에서 만난 ‘투목곰’도 웃음과 함께 ‘김태형 라이벌리’를 언급했다. 프로에 데뷔한 지 3년째 되는 우완 김동주는 두산의 미래 선발 자원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78.1이닝을 던져 3승 6패 평균자책 4.14를 기록했다.

그런 김동주도 “입단 2년차인 지난해 1군에 올라와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올해 해설하시면서 내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여기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형들과 같은 생각이다. 내년 롯데전은 워밍업 5분이라도 먼저 몸 풀고 나가겠다”고 웃었다.

김 감독의 복귀로 2024시즌 KBO리그를 향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된 롯데, 그리고 과거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함께 일궈낸 전 파트너 두산의 맞대결이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튼동 더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튼동’ 향한 롯데 신예들의 신뢰 “하루빨리 시즌 들어가고파”

롯데 우완 필승조 최준용(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우완 필승조 최준용(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때마침 같은 날 고척에서 열린 자선야구대회에는 한동희, 최준용, 윤동희, 김민석, 한태양 등 롯데 기대주들도 대거 참여했다.

그 가운데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 중인 내야수 한태양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이미 조금씩은 김태형 감독과 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춰본 상황. 참고로 김 감독은 부임 직후 지난 10월 말부터 상동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김 감독을 향한 롯데 선수들의 신뢰는 확고해 보였다. 11월 중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APBC) 2023’에 출전했던 우완 최준용이 대표적이다.

“김태형 감독님과 하루빨리 내년 정규시즌에 들어가고 싶다. 감독님이 갖고 계신 경험들은 누구도 쉽게 갖지 못한 자산이다. 선수들이 잘만 따라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또 최준용과 함께 APBC에 출전했던 외야수 윤동희는 김 감독과의 향후 ‘케미’를 예고했다. 윤동희는 “선입견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밖에서 본 감독님은 마냥 카리스마만 넘치실 것만 같은데, 부드러울 때와 인자하신 면도 많다”고 했다.

이어 윤동희는 “아무래도 시즌 중에는 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님께 혼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 혼나면서도 배울 건 배우고, 안 풀릴 때는 감독님께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롯데 우타 내야수 한동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우타 내야수 한동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반등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내야수 한동희도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감독님과 함께하게 됐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8년 프로 데뷔 후 매 시즌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던 한동희는 올 시즌 유독 부침에 시달린 바 있다. 2021, 2022년 앞선 두 시즌과 달리 OPS(출루율+장타율)도 0.800 밑으로 곤두박질친 해(0.583)였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 한동희의 재도약을 누구보다 원하는 이다. “카리스마 속에서도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게 많다”고 말한 한동희는 “마무리 훈련 내내 감독님께 원포인트 레슨을 종종 받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경기 후 두산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롯데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새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느 팀이든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김 감독님이 그걸 어떻게 풀어가실지, 어떻게 이겨내실지 기대되면서도 궁금하다”고 애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롯데가 어느덧 가을야구 무대에 초대받지 못한 지도 6년이 흘렀다. 지난 2017년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게 마지막이다. 그 사이 롯데의 사령탑은 5명이나 거쳐 갔다. 롯데가 김태형 감독과 함께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한번 ‘구도 부산’의 명예를 우뚝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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