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고척]
“내 공부는 조금 늦어도 괜찮다. 지금은 (이)정후를 돕는 게 먼저일 듯싶다.”
아버지는 늘 아들 생각뿐이었다. 11월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1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 1루 더그아웃에서 만난 ‘종범신’은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음은 이날 자선야구대회 시작 전 취재진과 만난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종범 “내 공부는 늦어도 괜찮다. 지금은 정후를 돕는 게 먼저”

올해로 11번째 자선야구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양준혁 이사장과 뜻깊은 시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
(양)준혁이 형은 프로 입단 동기였고 현역 은퇴 시기도 비슷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쭉 동행해 온 친구이자 선배다. 무엇보다,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는 좋은 취지를 가진 행사 아닌가. 그렇기에 비시즌마다 늘 시간을 내서 준혁이 형의 상대 팀 감독으로 참석하고 있다(웃음).
매년 많은 현역 후배가 참여해 자리를 빛내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또 예전에는 시즌이 끝난 뒤 이런 야구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다소 부족했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앞으로도 선·후배 할 것 없이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 한복판에 서 있었다.
코치로 겪었던 우승이라서 감정이 빠르게 식는 듯싶다가도 오늘 LG 선수들을 만나니까 확실히 남다르더라. 그 감격스러움이라든지, 기쁨을 만끽하는 게 여전히 느껴졌다.
최근에는 외손자가 태어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축하받을 일이 또 있긴 했다(웃음). 11월 22일 외손주가 태어났다. 너무 기뻤다. 그동안 축하받느라 나도 바쁘고, (고)우석이랑 딸도 바빴다.
외손자가 훗날 야구를 한다면 투·타 가운데 무엇을 했으면 하나. 만일 타자라면 외할아버지처럼 우타가 되거나, 혹은 외삼촌처럼 좌타가 될 수도 있는데.
모르겠다. 정후는 직접 SNS에 올릴 정도로 꼭 야수를 시키고 싶어 하더라. 그런데 외삼촌의 뜻이 그렇게 중요할까. 외손주 직업은 부모님이 정하는 것 아닌가(웃음). 또 어머니를 따라 음악을 할 수도 있고.
이정후, 그리고 사위 고우석까지 ‘바람의 가족’이 모두 함께 미국에 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 얘기 관련해선 지금은 조심스럽다. 정후, 우석이 모두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내가 따로 말할 상황은 아닌 듯싶다.
7년 전 이정후는 키움에서 1차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그 당시 아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남다를 듯싶은데.
내게 ‘해태-KIA 타이거즈’가 있었다면 정후에게는 ‘키움 히어로즈’가 있었다. 키움이라는 팀이 있었기 때문에 정후가 있고, 정후의 MLB 도전이 가능했다. 정후 본인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더라.
아들의 메이저리그(MLB) 진출과 별개로 ‘이종범의 지도자 공부’ 또한 꿈꿨을 텐데.
맞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정후가 먼저다. 내 공부는 늦어도 괜찮다. 그건 정후가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간 뒤부터 시작하겠다. 과거 일본프로야구(NPB) 경험에서 느낀 대목인데, 타지 문화에 적응하는 게 참 힘들다. 정후가 그런 것에 제힘을 온전히 쏟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 외적인 부분이나, 또 미국 생활에서 전반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아내와 함께 신경 쓰고 있다.
해외 진출 경험 관련해 아들과 따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
일본과 미국은 다르다. 특히 정후는 지금 내가 기술적으론 조언할 게 없다. 이미 다 성장했다. 다만 간혹 멘탈적인 부분만 조금씩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딱히 ‘조언’이라고 할 단계는 아니다. 본인이 직접 느끼고 극복해야 한다. MLB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 관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