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는 트레이드가 활발하잖아요. 하성이형의 가치가 높아지면 트레이드될 수도 있고…”
이정후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현실로 이뤄질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김하성을 ‘트레이드 블록’에 올렸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 페이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거라는 예상이다.
12월 18일(한국시각)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파드리스 구단의 긴축 정책을 다룬 기사에서 김하성 트레이드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사를 쓴 데니스 린 기자는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파드리스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페이롤로 팀을 운영했다”면서 “이제 40인 로스터에 빈자리 8개가 생겼고 예산도 크게 줄어들었다.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김하성이 트레이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시즌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며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까지 받은 김하성이 트레이드 매물로 나온 이유는 페이롤 압박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여러 건의 대형 FA 영입과 초장기 계약을 체결한 파드리스는 현재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파드리스는 2023년 연봉 총액이 2억 5,500만 달러에 달했고 사치세 기준 총급여는 2억 9,100만 달러에 육박했다. 파드리스는 1월 21일까지 3,915만 달러의 사치세를 내야 한다.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내년에도 파드리스의 총급여는 2억 5,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중계방송사 밸리스포츠의 파산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가 된 파드리스로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파드리스는 지난 9월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천만 달러를 대출받았고, 내년 시즌 사치세 포함 총급여를 2억 달러 미만으로 낮추려고 계획 중이다. 4시즌 연속 사치세 한도 초과를 어떻게든 피한 뒤 내년 시즌 FA 시장에 다시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파드리스의 계산이다.
이미 파드리스는 FA까지 1년을 남겨둔 슈퍼스타 후안 소토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해서 페이롤을 크게 절감했다. 지명타자 맷 카펜터, 구원투수 레이 커와 현금 150만 달러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보내는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2년 1,2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카펜터를 보냄으로써 샌디에이고는 사치세 450만 달러를 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하성과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하면 샌디에이고는 약 1,500만 달러의 연봉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 김하성의 2024년 연봉은 700만 달러, 크로넨워스는 약 728만 달러를 받는다. 2021년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김하성은 내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김하성의 상호 옵션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면, FA가 되기 전에 트레이드하는 게 구단 입장에선 합리적일 수 있다.
한편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정후는 지난 10월 고척스카이돔 고별전 당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하성 트레이드를 농담삼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하성과 함께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이정후는 “하성이형 계약이 1년밖에 남지 않아서 모르겠다”면서 “미국은 트레이드도 활발하지 않나. 하성이형의 가치가 높아지면 트레이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 김하성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되는 길도 있으니까, 아직 이정후-김하성이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