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연말 시상식에 각종 매체 출연까지,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일궈낸 LG 트윈스의 올겨울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여기에 내년 시즌 준비도 놓치지 않았다. 기존 외국인 선수인 우완 케이시 켈리, 내야수 오스틴 딘과의 재계약을 맺었고, 지난 12월 14일 새 외국인 투수로 좌완 디트릭 엔스를 영입하며 2024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무리했다.
그런 LG가 간만에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은 스토브리그 과제는 집토끼 FA(자유계약선수) 3인방의 잔류, 그리고 소속 선수들과의 2024시즌 연봉협상이다.
“선수 측과 계속 조율 중” FA 집토끼 잔류에 집중하고 있는 LG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LG의 내부 FA 선수는 내야수 오지환·김민성, 투수 임찬규·함덕주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6년 총액 124억 원에 이르는 다년계약을 맺었던 오지환의 경우, 이미 구단과 대화 및 교감을 마쳐 공식 사인 과정이 남았다. LG는 스토브리그 피날레를 오지환의 계약 발표로 장식할 예정이다.
또 LG는 그 외 FA 셋 모두 잔류시킨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선수 측과 수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19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차명석 LG 단장은 “빨리빨리 진행하고 싶다. 하지만 협상이란 게 그렇지 않나. 하다 보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크리스마스를 넘어 연초까지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완 임찬규는 올해 프로 데뷔 13년차를 맞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팀 토종 1선발로 각성하며 30경기(26선발) 14승 3패 평균자책 3.42를 기록했고, 전체 다승 3위 및 토종 투수 다승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차 단장은 “임찬규 측과 계속 소통 중이다. 이미 서로 조건을 주고받았고, 이번 주에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가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LG는 최근 백년가약을 맺고 신혼여행 중인 좌완 함덕주와도 꾸준히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계약이 임박한 상황은 아니다. 차 단장은 “오늘(19일)도 선수 측 대리인과 만났다. 임찬규와 마찬가지로 차이를 조금씩 좁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3월 두산 베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합류한 함덕주는 올 시즌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리그 최고 좌완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함덕주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63로 불펜 전체 5위 및 왼손 불펜 1위에 해당한다. 지난달 MLB 사무국의 신분조회로 국외 진출 선택지도 등장했다. 함덕주는 현시점 FA 신분으로 국외 구단을 포함해 모든 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베테랑 김민성도 LG에 필요한 선수다. ‘만능’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수가 있을까. 올 시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의 온갖 빈틈을 메꾼 이가 바로 김민성이다. 1루수(105.2이닝), 2루수(280이닝), 3루수(135이닝), 유격수(145이닝) 등 올 시즌 기록만 봐도 김민성의 기여도는 엄청났다. 차 단장은 “다들 마찬가지로 구단의 제시안이 있다. 선수 입장도 들어보고, 그걸 토대로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풀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차 단장과 김민성 측은 이번 주중 만나 본격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올겨울 샐러리캡 1차 위반도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LG의 올겨울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속 선수들과의 연봉협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고과가 높은 선수가 상당수를 이룬다. 팀의 핫코너를 책임지며 국가대표 내야수로 거듭난 입단 5년차 문보경부터, 뛰어난 주루와 수비로 주전 2루수 자리를 잡은 신민재 등이 대표적이다. 또 올해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친 외야수 골든글러브 홍창기는 단연 선수단 내 연봉 고과 1위가 유력하다. 마운드에서는 올해 철벽 필승조로 새롭게 등장한 백승현, 유영찬 등에게 훈풍이 분다.
무엇보다, 우승 시즌이었던 만큼 선수단 연봉총액이 예년보다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때문에 LG가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을 넘길 것이란 예측이 파다하다. 참고로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 및 지속 발전을 위해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적용 중이다.
상한선은 2021, 2022년 외국인,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 선수 중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 포함) 상위 40명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다. 해당 샐러리캡은 2025년까지 3년간 유효하다.
만일 초과 계약이 발생할 시, 1회 초과 구단은 초과분의 절반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 초과할 시 제재금은 초과분의 100% 금액이 된다. 또한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년 연속 위반은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이듬해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FA 집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는 LG의 경우는 샐러리캡 1회 초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묻자, 차명석 LG 단장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올해 팀 성적이 워낙 좋았다”면서 “FA 계약까지 고려하면 이번에 (샐러리캡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까닭이다.
초반 뜨거웠던 스토브리그 분위기는 12월 들어 적막이 흐른다. 물론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 선수 구성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LG가 남은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