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롯데 내야 키(Key)를 잡고 있는 한동희(사진 왼쪽부터), 나승엽(사진=롯데)
2024시즌 롯데 내야 키(Key)를 잡고 있는 한동희(사진 왼쪽부터), 나승엽(사진=롯데)

[스포츠춘추]

거인 군단이 포스트시즌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지 어느덧 햇수로 6년째다. 이에 롯데 자이언츠는 다가오는 2024시즌을 앞두고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 선임 카드를 빼 들었다. 두산 베어스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2015~2021년) 및 3차례의 우승(2015, 2016, 2019년)을 이끈 김 감독 역시 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난이도가 그리 녹록지는 않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 개장과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를 붙잡았지만, 핵심 내야수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상황. 2차 드래프트를 통한 내야 긴급 수혈(오선진, 최항)에 나선 롯데는 그전보다 빈약해진 내야를 품고 내년을 바라봐야 한다.

롯데 내야를 둘러싼 의문부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히 1·3루 자원인 한동희와 나승엽을 향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동희 “아쉬움 많았던 한 해, 이겨내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겠다”

롯데 내야수 한동희(사진=롯데)
롯데 내야수 한동희(사진=롯데)

한동희는 1999년생 우투·우타 내야수로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통해 롯데에 입단했다. 2군 퓨처스리그(통산 타율 0.419)를 정복한 뒤 차근차근 성장한 끝에 2020년부터 팀의 주전 3루수를 꿰찬 바 있다. 지난해에는 129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4홈런 65타점 타율 0.307, 출루율 0.359, 장타율 0.458로 커리어하이를 선보였다.

그런 한동희를 향한 기대는 나날이 커졌다. 프로 데뷔 6년차를 맞이한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고 후배인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함께 ‘차세대 대표팀 3루수’로 주목받았던 게 대표적이다. 소속팀 롯데도 개막전 4번 타자로 한동희를 내세우며 앞서 2022년 은퇴한 이대호의 후계자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받아 든 성적표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계속된 부진으로 시즌 도중 2군에 두 차례 다녀올 정도로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국가대표 승선과 롯데의 4번 계승도 놓쳤다.

한 해 동안 한동희 특유의 총알타구가 좀처럼 나오질 않았고, 수비마저 불안한 모습이 계속됐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공·수 기여도 지표에서도 각각 음수를 기록했다. 스포키-스탯티즈 기준, 한동희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48로 투·타 전체 최하위에 해당한다.

롯데 우타 내야수 한동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롯데 우타 내야수 한동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참 크다. 다만 그 아쉬움 속에서 많이 배우려고 했다. 안 풀리는 중에도 야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지난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양준혁 재단 주최 ‘제11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만난 한동희의 회포다.

이날 한동희는 “그래서 지금의 이 시간이 참 중요한 것 같다”면서 “그간 생각했던 것들을 마무리캠프와 개인 훈련을 통해 채워 나가야 한다”고 비시즌기 계획을 밝혔다. 팀에 새롭게 부임한 김태형 감독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이를 두고 한동희는 “감독님께서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내게 ‘쫓기지 말고 좀 더 편안하게 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도 시즌 내내 그런 마음이 컸는데,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롯데는 내년 시즌부터는 그간 내야진 핵심 역할을 맡아 온 안치홍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에 한동희는 “(안)치홍이 형의 빈자리가 클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동희는 “야구 선수를 하면서 기대와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고 피할 수 없다. ‘한동희가 잘했으면 하는’ 팬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그걸 외면하고 싶지 않다.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내년 시즌을 향한 각오를 불태웠다.


예비역’ 나승엽의 각오 “이제는 실력으로 증명할 시간이 왔다”

롯데 내야수 나승엽(사진=롯데)
롯데 내야수 나승엽(사진=롯데)

“그 나이대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생각이 많이 난다. 어쩌면, 공을 치는 능력 하나만큼은 그 시절 (구)자욱이보다 좋을지 모르겠다.”

1994년 코치 시절부터 지난 30년간 상무 야구단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박치왕 상무 감독은 ‘한 선수’를 향해 특급 칭찬을 유독 아끼지 않는다. 올해 11월 1일부로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상무에서 전역한 롯데 내야수 나승엽 얘기다.

2002년생 우투·좌타 나승엽은 덕수고 재학 때부터 메이저리그(MLB)가 탐낸 재능이다. 3년 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그해 2차 2라운드 11순위로 롯데에 합류한 나승엽은 입단 첫해에 1군 60경기를 짧게 소화한 뒤 이듬해 5월부터 상무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상무 소속으로 소화한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으로 3할 타율, 4할 출루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3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출전한 롯데 나승엽(사진 왼쪽부터) LG 김성우(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2023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출전한 롯데 나승엽(사진 왼쪽부터) LG 김성우(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최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나승엽은 “상동 2군 시설에서 2024 신인 선수들과 함께 보강 훈련 중”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참고로 KBO 야구규약 제144조에 따르면, 매년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는 팀 합동훈련을 실시할 수 없지만, 입단 예정 신인선수 및 당해 연도 군제대 선수들은 트레이닝 코치만을 동반한 국내 및 외국 재활훈련이 가능하다.

올해 정규시즌이 종료된 11월 군 복무를 마친 나승엽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낸 바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외행 비행기를 두 차례나 탔다. 먼저 11월 중순 류중일호에 승선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APBC) 2023’에 참여했고, 그 뒤 곧장 정보명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타이완으로 향했다.

이때를 떠올린 나승엽은 환하게 웃으며 “중학생 시절 이후로 태극마크는 처음이다. 기분이 정말 남달랐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며칠은 도통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 부족한 내 실력을 알기에 가능한 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슴 벅찼던 기억을 뒤로 하고, 나승엽은 다가오는 2024시즌을 준비한다. 일각에서 궁금해하는 ‘포지션 문제’도 개의치 않는다. 이와 관련해 나승엽은 “따로 선호하는 자리는 없다. 팀이 맡기는 포지션 어디든 좋다. 1군에서 꼭 내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또 나승엽은 김태형 신임 감독과의 호흡을 기대하며 “감독님은 내 학창시절 때부터 프로야구 정상에 계셨던 명장”이라며 “마무리 훈련 때 원포인트 레슨이 감명 깊었다. 감독님께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예비역’ 나승엽은 “팬들에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큰 기대를 받고 입단했지만, 아직 보여드린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 나승엽은 “지난 2년간 발전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할 시기가 왔다”고 힘줘 말했다.

2024시즌 새 판 짜기에 들어간 롯데는 몇몇 선수들의 세부 포지션이 확정되지 않았고, 중복 자원인 한동희와 나승엽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상수가 아닌 ‘예측불허’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지난 한 해 동안 극도의 부진에 시달린 한동희부터 군제대 후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돌입한 나승엽까지, 이 둘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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