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KBO리그는 2024년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알던 야구 규정이 대폭 변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월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어 이른바 ‘로봇 심판’ 규정으로 잘 알려진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의 올 시즌 적용을 확정했다. 이어 피치 클락(전반기 시범운영), 베이스 크기 확대 등 다양한 변화가 개막 전부터 예고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비 시프트 제한’이다. KBO는 11일 해당 규정과 관련해 “전반기부터 KBO리그, 퓨처스리그에 동시 적용한다”면서 그 기대 효과로 “공격적인 플레이 및 수비 능력 강화”고 손꼽은 바 있다.
‘시프트 제한’ 앞둔 KBO리그, 영향이 가장 큰 팀은 NC?

시프트는 수비팀에서 상대 타자의 타구 방향을 고려해 야수의 위치를 조정하는 전술이다. 일반적인 수비 위치에서 안타가 될 타구도 시프트 앞에선 아웃으로 탈바꿈하곤 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시작해 이젠 KBO리그에서도 꽤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좌타자 상대로 3루를 아예 비워놓고 1루 쪽 타구에 많은 야수를 배치하는 등 극단적인 시프트가 많은 이목을 끌기도 했다. 또 2루수가 외야까지 올라가는 모습엔 주로 ‘2익수’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KBO가 올 시즌을 앞두고 시프트를 제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규정 변화에 따르면, 투수 투구 시 수비팀은 야수 4명을 내야 경계 안에 배치해야 한다. 또 2루 베이스를 기점으로 좌·우 양쪽에 내야수 2명씩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된 변칙 수비들은 새 규정에선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KBO리그는 2024년 도입 예정이지만, MLB에선 이미 2023년 실시한 바 있다.
“KBO리그는 수비 시프트 강도라든지, 활용 빈도가 MLB에 비해서 얕은 편이죠. 그래서 리그에 영향이 크진 않을 듯싶은데, 아무래도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자주 했던 NC 다이노스만큼은 다를 것 같아요.” 이택근 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전망이다.
또 이 위원은 “흔히 볼 수 있는 ‘하프 시프트’가 있고, 주로 왼손 강타자에게 쓰이는 과감한 시프트도 있다”면서 “후자의 경우, KBO리그에선 NC가 정말 많이 활용하는 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NC의 직전 시즌 기록만 봐도 흥미로운 기록이 많다. NC 내야진의 수비 실책은 총합 87개로 10개 팀 가운데 LG 트윈스(97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가운데 유격수 김주원이 29개를, 2루수 박민우는 15개를 기록했다. 절반이 넘는 실책(44개)이 주전 키스톤 콤비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공룡군단의 사령탑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해 포스트시즌 도중 취재진과 만난 강인권 NC 감독은 “실책은 선수들의 단순 실수라기보단 시프트로 인한 장면이 더 많았다”면서 김주원, 박민우 둘을 향해 강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효율성 측면에선 무척 좋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는 2023년 정규시즌 팀 내야진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 총합에서 NC(1.446)를 1위로 평가했다. NC 수비 핵심인 박민우 역시 2루 포지션에서 해당 지표 으뜸(1.009)에 올랐다. 박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2익수’다. 항상 뜻밖의 자리에서 나타나 타구를 낚아채는 모습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규정 내 가능한 ‘2인 외야’ 변칙 수비, NC가 앞장서 선보일까

한편 KBO리그는 2024년부터 시프트를 제한한다. 이에 그 어느 팀보다 주목받게 될 팀은 단연 자타공인 ‘수비 시프트 명가’ NC다.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시프트를 잘 활용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시프트에만 의존하는’ 팀은 아닙니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진종길 NC 1군 수비코치의 말이다.
진 코치는 “베테랑 박민우도 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성장을 보여준 김주원과 서호철이 지난해보다 더 기대된다. 둘의 강점은 실책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 있다. 시프트가 없더라도 이 선수들은 수비에서 더 많은 잠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1월 30일 미국 애리조나 투손으로 CAMP2(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취재진을 만난 강인권 감독은 “그 부분(시프트 제한 규정)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수비 파트와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젠 외야수들의 수비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 또 최대한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많은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물론 바뀐 규정 내에서 색다른 장면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1년 전부터 시프트를 제한 중인 MLB에선 비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외야수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대안’을 찾기도 했다. 2023년 3월 4일(한국 시간) 시범경기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미네소타 트윈스의 왼손 타자 조이 갈로 상대로 보여준 수비가 대표적이다.
이날 보스턴은 중견수 아담 듀발을 1, 2루 사이에 배치했고, 좌익수인 라이멜 타피아를 중견수에 가까운 위치로 뒀다. 갈로의 당겨치기 및 우측 타구에 대비한 판단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인 외야’의 효율 및 향후 가능성을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시프트 규정 변화를 앞둔 KBO리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그동안 과감한 수비를 펼쳤던 NC라면 충분히 가능할지 모른다.
“지금 시점에서 ‘올 시즌 무조건 시도하겠다’는 말씀은 드리기 어렵네요. 하지만 경기 중 특별한 상황에서 한두 번쯤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시즌 큰 변화가 있는 만큼, 효율적인 수비 방법을 계속해서 찾으려고 해요. 또 스피드업 차원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캠프 출국 전에 만난 강 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들려준 답이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격변’ 앞에 선 공룡군단의 다음 한 수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