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정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정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인천국제공항]

‘1억 달러의 사나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정후는 2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빅리그 데뷔 시즌을 앞둔 기대와 설렘,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정후가 등장하기 전부터 인천공항 2터미널 체크인 카운트 주변은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년 전 김하성이 출국할 때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이정후를 기다렸다. 이정후는 올겨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명문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전액 보장)의 파격적인 계약으로 빅리거 꿈을 이뤘다. 

취재진 앞에 선 이정후는 “이제 좀 (미국행이) 실감 나는 것 같다”면서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오늘은 혼자 인터뷰하니까 실감난다. 기분이 이상하다”고 웃어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트레이닝 야수 훈련은 2월 21일(한국시각)부터다. 16일 투수와 포수가 먼저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스프링 트레이닝의 문을 열고, 21일에 야수진이 합류하는 순서다. 이정후는 팀의 공식 일정보다 20일 정도 일찍 훈련을 시작하는 셈이다. 

일찍 떠나는 이유에 관해 이정후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을 다 했고, 더이상 실내에서 할 훈련이 없다. 실내 훈련은 사실 2주 전에 나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끝난 상태여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면서 “이제 밖에서 할 수 있는 기술 훈련을 따뜻한 곳에서 빨리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구단에서도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바로 넘어가서 내일부터 구단 시설에서 훈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지금 몸 상태도 좋고 수술한 부위 상태도 정말 좋다”며 “밖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을 위해 일찍 나가는 것이다.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다 보면 몸도 더 빨리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이다 보니 시설 적응도 해야 하고 동선도 익혀야 한다. 아직 팀원들도 많이 못 만나본 상태다. 구단에서도 빨리 오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 이 날짜에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동료들과 함께 나갈 때와는 출국 분위기가 다르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혼자 떠나는 심정을 털어놓은 이정후는 “이제 미국에 가면 (키움) 동료들이 없다. 새로운 동료들과 야구해야 한다.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하고, 캠프를 시작하면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게 된다. 새로운 시설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고 연습하면 그때 더 와 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미리 준비한 영어 인사말과 위트있는 농담으로 취재진의 호감을 샀던 이정후다. 그때보다 영어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에 있을 때 영어를 안 썼다. 한두 시간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엔 계속 한국어를 쓰다 보니 잊어버린다”면서도 “집에서 과외받고 그날 배운 걸 바로 써먹을 때는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면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에 미국에 가면 지난번 나갔을 때처럼, 배운 것들을 그날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공부를 잘하겠다.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했다. 옵션 없이 전액이 보장된 계약이고, 4년 뒤에는 매년 옵트아웃 기회도 주어지는 선수 친화적 조건이다. 그만큼 이정후의 기량과 가능성에 기대와 확신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통계매체 팬그래프도 이정후가 데뷔시즌 타율 0.288, 출루율 0.346의 준수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 닷컴은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해결해야 할 5가지 키워드로 이정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이정후는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좋은 예측 기사가 나오는데 사실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에 처음 가는 것이고, 해봐야 아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적응이라 생각한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잘 적응하면 그 이후 내 에버리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적응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팀내 최고액 연봉자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이야기했다. 그는 “솔직히 책임감은 있는데 부담감은 없다”면서 “내가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한국에서 내 이후 도전하는 후배와 다른 선수들도 좋은 대우를 받고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 형이 잘한 덕분에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 역시 잘한다면,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기대치와 대우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 뒤 샌디에이고와 계약기간이 남은 밥 멜빈 감독을 영입했다. 멜빈 감독은 파드리스 감독으로 지난 3년간 김하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에 관해 이정후는 “멜빈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 전력분석 팀장님과 줌 미팅을 진행했다”면서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걸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한국에서와 똑같은 성적으로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하셨다. 필요한 게 있으면 부담 없이 얘기하라, 우리는 항상 너를 도울 준비가 돼 있고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빨리 캠프에서 준비 잘해서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 같다.” 이정후의 말이다. 

7년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와, 메이저리거가 돼서 출국을 앞둔 지금을 비교한다면 어떨까. 그는 “신인 때가 더 떨렸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사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프로 선수로 시작이라서 떨리기도 하고 긴장도 했다. 지금은 또 다른 내 꿈을 이루러 가는 거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있다.” 

끝으로 이정후는 “오늘 나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는데, 기대해주시는 만큼 보답할 수 있게 잘하겠다. 한국에서 보인 모습처럼 미국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야구할 수 있도록, 은퇴하는 날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며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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