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춘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2002 한·일 월드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포함 세 번째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은 남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역대 최장수(4년 6개월)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4년 이상 준비한 팀으로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 건 11차례 월드컵 본선 도전사 최초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8강에서 멈췄다. 2021년 3월 25일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에선 0-3으로 완패했다. 홈에서 펼쳐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와의 대결에선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가 쌓이면서 “벤투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다. 벤투 감독을 향한 대표팀 선수들의 신뢰도 확고했다.

여기에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등 2010년대 대표팀 핵심 선수의 응원도 더해졌다. 

이청용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앞서 “한국에서 한 감독이 4년 이상 팀을 이끌었다”“이 사실 하나만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은 수많은 팬이 힘을 더해줘야 잘할 수 있는 무대다. 힘이 되는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 많은 팬이 대회가 끝날 때까지 넓은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했었다. 

기성용은 벤투 감독과 함께했던 경험에 빗대어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아주 명확한 축구"라며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의 한국은 후방 빌드업에 자신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은 명확한 방향성에 따라서 나아가고 있다. 선수들을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벤투 감독은 자기 축구에 대한 확신이 강했다. 벤투 감독은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면서 공격해 나가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벤투 감독은 자기 색깔에 맞지 않는 선수를 과감하게 내쳤다. 슈퍼스타도 예외 없었다.

이강인은 2021년 3월 25일 일본과의 평가전 이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랬던 이강인이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건 2022년 11월 24일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와의 대결이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 기회를 줬다. 

이청용은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며 “누구든지 지적할 순 있지만 그 지적이 팀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벤투 감독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또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였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KFA 홍명보 전 전무,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없었다면 벤투 감독은 일찍이 물러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논의를 거치면서 단계별 계획을 짰다. 감독 후보군별 4년이 지났을 때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지 그림도 그렸다. 그리고선 감독 후보군을 하나하나 만났다. 뚜렷한 축구 철학, 방향성, 기획, 의지가 있었던 게 벤투 감독이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회는 벤투 감독을 믿고 지원하면 뚜렷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벤투 감독, 코치진,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이 시스템 중심에 홍 전 전무와 김 전 위원장이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미국에서와 똑같이 대표팀을 이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FA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뒤를 이를 이로 위르겐 클린스만을 택했다. 이 과정부터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게 축구계 관계자의 공통된 얘기다. 

클린스만은 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 시절(2004~2006) 잦은 미국 출장으로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면 자택이 있는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했던 것이다.   

미국 대표팀 시절(2011~2016)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등한시 하고 벤치에만 머물더라도 유럽에서 뛰는 이를 선호했다. 미국 축구계에서 가장 큰 불만이었던 건 자국 리그에서 좋은 선수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2020년 2월. 클린스만 감독은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감독으로 재직 중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베를린 지휘봉을 잡은 지 76일 만이었다. 

위 사례들은 세계 축구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베를린에서 사임한 뒤 소속팀을 찾지 못했던 이유였다. 

KFA는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진출을 향해 나아갈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클린스만을 택했다.  

축구계는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은 이후 쭉 시끄럽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 있는 시간이 한국에 머문 시간보다 길다. K리그는 현장에서 챙기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K리그는 온라인으로 챙긴다. 독일 감독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전술이란 비판에도 시달린다.

2월 7일. 한국은 요르단에 유효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한 채 0-2로 졌다. 한국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4강에서 마무리했다. 2경기 연속 120분 혈투를 치른 선수들에 대한 체력 안배, 대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2019 UAE 아시안컵 8강전 카타르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였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의 탈락 요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리고 우리가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어떤 준비를 이어나갈 것이며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명확히 설명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를 KFA 유튜브 채널에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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