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2월 14일. 영국 매체 더선에서 “손흥민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와 충돌하며 손가락을 다쳤다”고 보도했다.
더 선의 보도와 축구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상황은 이랬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요르단과의 대결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 이강인을 포함한 대표팀 막내 그룹은 저녁을 일찍 먹고 탁구를 치러 갔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식사 중이던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등의 갈등이 있었다.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는 “대표팀 내 갈등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한축구협회(KFA)의 발 빠른 인정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대표팀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KFA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역대 가장 많은 지원 스태프를 보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대회 직전 전문 스카우트와 데이터 전문가 2명이 추가로 합류했다”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한 대표팀 지원 스태프만 35명이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KFA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회 내내 정상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나 김진수, 이기제, 문선민, 황희찬 등 부상 선수가 끊이질 않았다.
국가대표 출신 한 지도자는 “단기 대회에서 부상 선수가 끊이질 않았다”며 “훈련 계획부터 잘못됐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별리그 3차전 말레시아와의 대결이 가장 이해되질 않았다. 로테이션을 가동해도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로테이션은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들의 기세를 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대회 전부터 예상했던 선수들만 활용한 게 팀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을 것이다.”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의 얘기다.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처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도전사 11회 중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건 2022 카타르 월드컵 포함 3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 처음으로 4년 이상 준비한 팀으로 월드컵에 나섰다. 이 성공 뒤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뚜렷한 축구 철학이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굳건한 신뢰도 대표팀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전력강화위원회는 벤투 감독 선임 과정부터 하나하나 공개했다. 그리고 설명했다. 2019 아시안컵 8강 탈락 후엔 우리의 문제가 무엇이었고, 어떤 점을 보완해 나갈 것인지 이야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런 전력강화위원회가 선택한 지도자가 아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감독 후보군에 있었다”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대표팀 감독 후보군엔 없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의 결정권을 쥔 이는 KFA 정몽규 회장이다. 축구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정 회장의 선택을 받은 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미국 대표팀 재임 시절 재택근무 논란, 자국리그 경시 등의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정 회장의 선택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계가 선임 전 우려했던 문제를 하나둘 일으켰다.
KFA는 2월 15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10일 미국으로 떠난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이 모인 상태”라며 “최종 결정권은 정 회장이 쥐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변수는 약 70억 원의 위약금이다.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시 코치진 교체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정 회장의 뜻”이라고 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탈락, 대표팀 선수단 갈등의 모든 책임은 '코칭스태프만의 몫'이다. KFA가 내놓은 현재까지의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