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춘추]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팀 전력강회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이 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모아졌다. 

전력강화위원회는 2월 15일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 한양대학교 정재권 감독, 인하대학교 곽효범 교수, 대전하나시티즌 김현태 전력강화실장, 경남 FC 김영근 스카우터,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 등이 참석한다.

클린스만 감독, 청주 FC 최윤겸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등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중요한 건 정몽규 회장의 결정”이라며 “국가대표 감독 선임 및 경질의 최종 권한은 정 회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시 위약금만 약 70억 원이다. KFA 법무팀에서 위약금을 줄일 방안을 찾고 있다.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시엔 코치진 교체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문제의 시작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건 KFA 정몽규 회장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0년 2월 12일 이후 감독 경력을 쌓기 어려웠다. 이는 세계 축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0년 2월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감독으로 재직 중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0년 2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베를린 지휘봉을 잡은 지 76일 만이었다. 베를린 코치, 선수, 프런트, 팬 모든 구성원은 클린스만 감독의 라이브 방송으로 사임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재택근무’ 역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유로 2004 이후 2006 독일 월드컵까지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감독 재임 시절 자택이 있는 미국 출장이 잦았다. K리그를 온라인으로 챙겨보듯이 분데스리가 역시 미국에서 봤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미국에선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를 경시했다. 유럽 하부리그에 몸담고 있는 후보 선수를 미국 MLS 주전 선수보다 우위에 뒀다. 클린스만 감독과 미국 축구 연맹의 갈등이 잦았던 이유다.

미국 축구계가 클린스만 감독에게 불만이었던 건 MLS에서 좋은 선수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 문제들은 새로운 게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대로 아무런 문제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후 대표팀 감독 후보에 클린스만은 없었다. 복수의 축구인은 “클린스만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감독 후보군에 있었다”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새 감독 후보군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확정됐을 때 의아해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이 한둘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 결과 모두 몰랐기 때문이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윗선에서 결과를 정해놓고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 지원해야할 전력강화위원회에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이강인 갈등이 요르단전 패배 요인? 문제의 원인은 변하지 않는다

이강인(사진 왼쪽),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사진 왼쪽),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2002 한·일 월드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포함 세 번째였다. 

한국 축구사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성과는 특별하다. 준비 과정이 남달랐다.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 돌아갔다.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벤투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축구팬들에게까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선수들은 축구 철학이 뚜렷한 벤투 감독을 믿고 나아갔다.

흔들린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1년 3월 25일 일본과의 친선경기 0-3 패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와의 홈경기 0-0 무승부 등으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이 심할 때도 있었다. 축구계에선 “벤투 감독의 스타일은 한국과 맞지 않는다”며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럴 때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나섰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 어떤 계획에 따라서 나아가고 있는지를 세세히 설명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자기가 해야할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그렇게 4년 6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벤투는 한국의 최장수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다. 

KFA 정몽규 회장은 이 시스템을 완전히 뭉겠다. 시스템 구축에 앞장선 홍명보 전 전무,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이전 짐을 쌌다. 축구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두 인물은 정 회장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원칙과 시스템에 따라서만 움직였다.

2월 14일. 영국 매체 더선에서 “손흥민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와 충돌하며 손가락을 다쳤다”고 보도했다. KFA는 재빨리 사실을 인정했다. 이강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글을 올렸다. 

저녁 일찍 먹고 탁구 치러 갔다가 갈등이 생겼다. 대표팀 내부 문제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 과거처럼 대회 기간 중 술판을 벌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게 아니다. 더선이 보도한 내용은 어떤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문제를 방관하고 책임을 조직원에게 떠넘기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선수단 관리는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선수단 관리가 가능한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건 KFA의 몫이다. 독단적인 선택으로 코칭스태프를 꾸렸다면 그 책임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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