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올겨울 메이저리그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온 류현진에 대해 국내 야구계에선 ‘2년 이상’ 기간에 ‘빅마켓’ 구단과 계약할 거란 예상이 많다. 선수 생활의 종착역을 앞둔 류현진이 불안정한 1년 계약이나 언제 트레이드될지 모르는 약체팀과 계약하진 않을 거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 애널리스트 짐 보우덴의 생각은 좀 다르다. 보우덴은 류현진이 1년 계약으로 피츠버그 파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 약체팀과 계약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물론 양키스 등 컨텐더 팀도 선택지로 언급했지만, 빅마켓 구단이 우선이란 국내의 예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시선이다.
보우덴의 예상은 2월 14일(한국시각)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실린 칼럼(남은 MLB 자유계약선수 Top 10)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보우덴은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한 현재까지도 여전히 미계약 상태인 선수 10명을 소개했다.
흥미롭게도 보우덴이 뽑은 Top 10 가운데 ‘악마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관리하는 선수만 6명이다. 1위 블레이크 스넬을 시작으로 2위 조던 몽고메리, 3위 코디 벨린저, 4위 맷 채프먼, 5위 J.D. 마르티네스까지 Top 5가 전부 보라스 소속이다. 류현진도 브렌든 벨트, 마이크 로렌젠을 제치고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보라스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 가져온 결과다. 만족스러운 계약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전술로 유명한 보라스는 이달 초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과 인터뷰에서 ‘FA 마감시한이 필요하다’는 일부 구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구단 입장에서도 팀 상황을 가능한 파악한 뒤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며 “마감시한을 정해놓는 건 좋은 의사 결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라스는 “문을 통과하려면 누군가가 그 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나는 문고리를 쥔 사람이 아니다. 준비하고 초대받길 기다릴 뿐”이라는 말로 구단들 쪽에 공을 넘겼다. 원하는 조건이 나올 때까지 시간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보우덴이 선정한 Top 5 선수들은 물론 류현진의 계약도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에 따라선 시범경기 막판이나 시즌 개막 직전에나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보우덴은 류현진에 대해 “지난 8월 토미 존 수술에서 복귀한 뒤 총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9경기에서 3실점 이하를 허용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며 “그 중 6번의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던졌고, 한 번은 시즌 최다인 6이닝을 던지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빠른볼 구속이 140~143km/h였다는 점과 체인지업 피안타율 0.276, 커터 0.238을 기록한 사실도 언급했다.
보우덴이 예상한 류현진의 계약기간은 1년이다. 그는 “류현진이 건강해 보이긴 하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류현진이 2년 계약을 선호한다’는 기존 예상에 비춰볼 때 불만족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ML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약 1년 계약만 가능하다면 국내 복귀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보우덴은 류현진의 예상 행선지로 스몰마켓 약체팀을 먼저 꼽았다. 보우덴은 “류현진이 지난 시즌 후반의 투구를 전반기에도 보여준다면, 마감일에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비-컨텐더 팀과 계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피츠버그, 워싱턴, 오클랜드 같은 팀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컨텐더 팀으로는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추천했다. 보우덴은 “컨텐더 팀 가운데 부상 위험이 크거나, 나이 우려가 있거나 내림세의 선발투수가 여럿 있는 팀에서 선발 뎁스를 위해 류현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보우덴이 이전에도 류현진이 “1년 800만 달러에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다소 야박하게 평가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미국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1년 1,000만 달러 안팎)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매체 소속 기자 팀 브리튼은 류현진의 계약 규모를 “1년 1,100만 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