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은 손흥민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를 책임질 재능으로 평가받는다.
이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스포츠춘추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상황은 이랬다. 이강인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요르단과의 대결을 하루 앞두고 저녁을 빨리 먹었다. 이강인은 식사 후 동료들과 탁구를 치러갔다.
탁구장은 식당 바로 옆에 있었다. 탁구장이 시끌벅적했다. 식사 중이던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탁구장으로 가서 한마디 했다. 이강인이 손흥민의 말에 반박했다. 감정이 격해진 둘 사이 갈등이 있었다.
한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는 “세계 모든 축구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 “특히나 손흥민, 이강인은 빅리그 빅클럽에서 핵심으로 활약하는 슈퍼스타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나 된 팀을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그런데 코칭스태프가 제 역할을 잘해도 선수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가 있다.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정말 별거 아닌 거로 동료와 티격태격한 적이 많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대표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주 빠르게 전 세계로 알려졌다는 거다. 이강인이 비판을 넘어 비난에 시달린다. 22살 어린 선수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나서야 하지만 지켜보고만 있다.” 앞의 지도자의 말이다.
초점은 클린스만 경질, KFA는 손흥민·이강인 보호엔 관심 없다

국가대표 출신 한 축구 원로는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사과한 것으로 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란 걸 행동으로 보여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선수만 26명이었다. 지원 스태프는 35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이들이 원 팀으로 뭉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많은 인원이 긴 시간 함께하다 보면 예민해질 때가 있다. 사소한 장난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흔한 일이다. 이강인이 잘못한 건 맞다. 그런데 대회 기간 중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건 아니다. 이런 문제는 대표팀 내에서 풀어야 한다.”
대표팀 내 갈등이 세상에 알려진 건 2월 14일이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이날 “손흥민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와 충돌해 손가락을 다쳤다”고 보도했다.

KFA는 재빨리 사실을 인정했다.
“KFA의 재빠른 인정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란 게 축구계 관계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강인은 이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그 자리에 있던 이가 사실을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KFA가 일찍이 인정했다. 이에 반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강인이 범법을 한 게 아니지 않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게 아니다. 국내·외 프로팀의 사례를 봐도 이런 문제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한 뒤 내부에서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KFA는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기엔 선수를 보호해줘야 할 의무도 있다.
KFA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지켜줘야 할 선수를 비난의 중심에 서게 만든 뒤 관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