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대전]
“제 홈런보다 경기장이 팬들로 가득 찼다는 데 더 놀랐습니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었어요.”
올시즌 화제의 중심에 선 한화 이글스가 시범경기 첫날부터 화끈한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시범경기 매진을 기록한 가운데, 홈런포 2방으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한화는 3월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회 터진 이재원과 요나단 페라자의 홈런포에 힘입어 6대 2로 역전승했다.
이날 경기 전 대전구장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많은 팬이 몰려들어 마치 정규시즌 개막전 같은 분위기였다. 한화 관계자는 경기 전 “오늘 경기 입장권이 대부분 판매되고 1,000장 정도만 남았다”면서도 “설마 시범경기인데 매진까지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관중석의 빈자리가 조금씩 채워지더니, 플레이볼 19분을 앞두고 12,000석이 완전히 매진됐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 ‘마리한화’ 열기가 뜨거웠던 2015년 3월 8일 이후 3,289일 만의 시범경기 매진이자 한화 창단 이후 세 번째 시범경기 만원사례.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이 류현진 복귀, 안치홍-김강민 영입으로 커진 기대감과 만나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뜨거운 함성 속에 시작한 경기는 삼성이 먼저 2점을 뽑으며 앞서나갔다. 삼성은 1회초 2사후 구자욱의 볼넷과 데이비드 맥키넌의 중전안타로 만든 찬스에서 강민호가 중견수 뒤쪽 2루타로 2점을 먼저 얻었다. 이에 질세라 한화도 1회말 찬스에서 채은성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삼성 선발 이호성을 상대로 계속 찬스를 만들면서도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하던 한화는 4회말 공격에서 대거 5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이재원이 가운데 속구를 받아쳐 좌월 동점포를 날렸고, 캠프 기간 타격부진으로 애를 태웠던 이진영이 초구를 공략해 2루타를 날렸다.
1사후 새 외국인 타자 페라자의 타석. 페라자는 이호성의 가운데 약간 높은 속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페라자는 화려한 배트 플립과 함께 타구를 응시한 뒤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다(4대 2). 이후 한화는 바뀐 투수 최하늘을 두들겨 2점을 추가, 6대 2로 앞서나갔다.
한화는 선발 산체스가 3.1이닝 2실점으로 물러난 뒤 김규연-이민우가 5회까지 실점 없이 이어 던졌다. 6회 올라온 이태양이 2.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8회 장시환(0.1이닝)-9회 주현상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장단 10안타가 나온 타선에서는 4번타자 노시환이 3안타를, 페라자와 채은성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삼성은 5선발 후보 이호성이 3.1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2피홈런 4실점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이호성은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존 구석으로 던진 공이 계속해서 볼이 되면서 장점인 제구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 두 번째 투수 최하늘도 2.1이닝 2실점 했다. 새 외국인 타자 맥키넌이 2안타로 활약했지만, 1회 2득점 이후로는 추가점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만원 관중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한화 선수들도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페라자는 취재진과 만나 “1분 1초가 즐겁고,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영광”이라며 “이런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건 처음이라 더 기뻤다.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화 팬들 앞에서 홈런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이재원은 “내 홈런보다도 관중으로 가득 찬 관중석이 더 놀라웠다”며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팀 분위기가 좋아서 거기에 함께 융화돼서 움직이는 것 같다. 투수진의 기둥 류현진이 있고 야수진에 채은성이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올 시즌이 기대된다”면서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나서서 화이팅하면서 신경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최원호 한화 감독은 “투수들이 몸을 잘 만들어 왔다. 산체스가 150Km/h의 속구를 던져줬고, 이태양도 멀티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던져줬다. 불펜들도 정상 컨디션으로 시즌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투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타선도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페라자가 홈런으로 장타 생산 능력이 있음을 확인시켜줬고, 이재원도 홈런을 기록하며 감을 끌어올렸다. 노시환의 3안타를 비롯해 중심타선은 물론 모든 타자들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줬다”면서 “첫 출발이 좋은 만큼 이제 개막에 맞춰 선수 모두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