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홈런 6방이 오간 대포 공방전의 마지막 승자는 SSG 랜더스였다. 홈런 1위팀 SSG가 9회말 2사 후 터진 최정의 동점포와 한유섬의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1위 KIA를 잡았다. 최정은 통산 467홈런으로 이승엽과 역대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SSG는 4월 16일 인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상대 시즌 1차전에서 6대 4 재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SSG의 세 가지 대기록이 걸린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김광현의 개인 통산 162승(역대 최다승 단독 3위)과 추신수의 한미 통산 2,000안타, 그리고 최정의 개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이 이날 경기에서 나올지 주목됐다.
이 가운데 김광현과 추신수의 기록은 다음 기회로 넘어갔다. 김광현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회초 올라온 고효준이 김선빈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면서 승리투수 자격이 날아났다. 추신수도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고, 네 번째 타석에서 하재훈으로 교체돼 다음을 기약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최정의 기록도 8회까지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최정은 이날 전까지 통산 466홈런으로 역대 1위 이승엽(현 두산 감독)의 467홈런에 1개 차로 근접한 상황. 홈런 하나만 더하면 공동 1위, 2개를 추가하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최정의 신기록에 대비해 SSG는 각종 행사와 팬서비스를 공들여 준비했다. 최정의 467호 홈런볼을 잡은 관중에게 줄 1천만 원 상당의 경품도 내걸었다. 경기 사용구도 최정 타석마다 새것으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최정은 “첫 타석에 나갔는데 공을 교체하더라. 처음엔 뭐지 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도 또 바꾸더라. 그때 홈런볼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걸 알았다. 그것 때문에 또 한 번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두가 주목한 홈런은 네 번째 타석까지 나오지 않았다. 1회 첫 타석에선 내야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당했다. 5회 세번째 타석에선 장현식의 슬라이더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단타를 친 최정은 8회 SSG 타자 두 명이 출루한 덕분에 9회말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팀이 3대 4 한 점 차로 뒤진 가운데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마운드엔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있었다.
3구 연속 볼이 들어왔지만 KIA 배터리는 피하지 않고 승부를 걸었다. 4구째 한복판 스트라이크. 이어 5구째는 바깥쪽 높은 코스 패스트볼이 들어왔다. 최정의 방망이가 원을 그렸고, 그보다 큰 원을 그리며 타구가 좌중간을 향해 날아갔다. 4대 4 동점을 만드는 솔로 홈런. 시즌 9호 홈런이자 통산 467홈런으로 이승엽과 공동 1위에 오른 순간이다.
SSG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몰아붙였다.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안타를 때려냈고, 한유섬이 4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겼다. 보고도 믿기 힘든 드라마틱한 승리. 한유섬은 8홈런으로 동료 최정(9홈런)을 1개 차로 추격했다.
피홈런 3개로 패배 위기에 몰렸던 SSG는 9회 터진 홈런 2방으로 승리하며 홈런 1위 팀의 자존심을 세웠다. 6대 4로 승리한 SSG는 3연승 행진, KIA는 6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조병현이 승리투수 자격을 챙겼고 KIA 마무리 정해영이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후 이숭용 SSG 감독은 “상대 팀의 기세가 매서웠다. 승패를 떠나 두 팀 모두 멋진 경기를 펼친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 감독은 “김광현이 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고효준과 노경은이 실점했지만 공격적인 승부로 홈런을 허용한 부분은 괜찮다고 본다”고 투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공격에서는 최정의 9회말 동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최정은 역시 최정이다. 왜 최정이 대단한 선수인지 보여준 장면이다. 그 홈런의 기운으로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승리의 두 주역을 칭찬했다.
극적인 홈런의 주인공 최정은 취재진과 만나 “동점만 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아웃에 동점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홈런 상황에 대해선 “볼넷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로 (승부를) 들어오더라. 팀의 마무리 투수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생각했다. 정해영 선수 요즘 공이 워낙 좋아서 무조건 승부할 것 같았고, ‘에라 모르겠다’고 돌렸는데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승엽과 공동 1위가 된 소감으로는 “너무 영광스럽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 이슈가 되는지, 그 자체로 너무도 기분이 좋고 영광스럽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끝내기 홈런을 날린 한유섬은 “9회말에 (최)정이 형이 타석에 들어설 때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내 차례가 오면 연결고리 역할을 하자는 생각만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홈런 타석에선 노림수를 가져가진 않았지만 과감하게 스윙하고자 했다. 치고 나서 나도 놀랐지만 빠른 타이밍에 공을 쳤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유섬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팀이 실점했음에도 끝까지 야구장에 남아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에게 끝내기 홈런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며,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