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LG 1군 배터리코치(사진 왼쪽부터), 

[스포츠춘추=잠실]

“(김범석은) 1군에 있는 동안 포수 훈련을 피나게 할 거예요.”

LG 트윈스가 ‘십년대계(十年大計)’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바로 우타 유망주 김범석을 포수로 육성하는 훈련을 2군이 아닌 1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전담 코치로 KBO리그 역사상 최고 포수로 손꼽히는 박경완 배터리코치가 붙는다.

4월 16일 잠실 구장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홈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냉정한 목소리로 “김범석의 지금 역할은 대타”라면서도 “이 선수의 경우, 어느 포지션으로 키워야 할지 조금이라도 어릴 때 결정해야 한다. 미래를 생각하면 선수 개인, 팀 모두에게 가치 있는 판단은 ‘포수’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닷새 전 1군에 콜업된 김범석은 매일 경기 전 훈련에서 박경완 코치와 함께 두 시간 가까이 1대1 강습을 받고 있다. 당장 16일 훈련에서도 둘만의 훈련은 오랜 시간 계속됐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쌍방울 레이더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 등을 거쳐 프로 생활 23시즌 동안 리그 최고 포수로 군림한 이다. 염 감독은 이를 두고 “전설적인 포수한테 배우는 건 엄청나게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16일 잠실, 박경완 배터리코치와 훈련 중인 LG 포수 김범석(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선수·팀 미래 모두 고려한 선택…’포수 김범석’ 프로젝트 시작됐다

14일 두산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김범석, 16일 롯데전에서 적시타를 때려낸 김범석(사진=LG)

김범석은 2004년생 우투·우타 거포 기대주로 김해삼성초-경남중-경남고를 졸업해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 지명을 통해 LG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타격 잠재력만큼은 현재 리그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2년 전 김범석의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을 떠올린 이성우 SPOTV 해설위원은 “18살 선수의 타격이 아니라서 다들 깜짝 놀랐다”면서 “프로 선수들이 던진 변화구를 능숙하게 받아치는 것부터 매 타석 유연하게 대응하는 등 메카닉적으로도 완성된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당시 이 위원은 LG 퓨처스팀(2군) 배터리코치로 김범석이 선발된 청소년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두 차례 진행했다.

올해로 프로 데뷔 2년 차를 맞은 김범석은 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콜업 후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대타로 나와 안타 2개를 성공한 김범석이다. 특히 16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7회 말 대타로 나와 우완 최이준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2타점 2루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염경엽 감독은 대타로 출전한 김범석을 향해 ‘100% 활약’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취재진과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범석 본인도 당찬 목소리로 “타격은 자신 있다”고 말할 정도다.

LG 핵심 기대주 김범석(사진=LG)
LG 핵심 기대주 김범석(사진=LG)

그런 김범석이 1군 무대에서 마주한 갈림길은 ‘수비 포지션’이다. 당초 포수 출신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구단 내부 평가다. 그렇기에 대타 혹은 1루 수비를 병행하고 있다. 선발로 수비를 소화하는 건 시기상조로, 현시점에선 경기 후반쯤 교체를 통해 포수나 1루수를 짧게 소화하는 건 가능하다.

“당장 1루수로 일주일에 한 번씩 선발 기회를 주는 건 고려할 법하죠. 하지만 포수로 선발 출전하는 경우는 한 달 동안 없을 겁니다. 대신 박경완 코치와 매일 두 시간씩 1대1 과외를 시키면서 성장시켜야죠.” 염경엽 감독의 계획이다.

이어 염 감독은 “지금은 2군에서 포수로 경기를 뛰는 것보단 포지션에 익숙해지고 준비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면서 “1군에서 대타 자원으로 활용하되 체력적인 부담 없이 남은 시간 포수 연습에 공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팀에서 기대하는 바를 잘 알고 있어요. 감독님께서도 ‘차기 주전 포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주셨고, 그에 따른 격려도 꾸준하게 해주셨습니다.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제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김범석의 말이다.


‘전설’ 박경완 코치의 기대 “김범석, 향후 LG 포수 자릴 책임질 것”

박경완 배터리코치와 1대1 특훈을 진행 중인 LG 포수 김범석(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한편 커리어 내내 따라다니고 있는 체중 문제는 이제 프로 2년 차를 맞은 김범석에게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남아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곤 1군 스프링캠프에선 내복사근 부상을 당하면서 중도 귀국하는 일도 있었다.

이때를 떠올린 김범석은 “예기치 못한 부상에 많이 속상했고, (체중 문제 관련해선) 솔직히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힘든 시간 속에서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돌고 돌아 부상을 극복한 뒤 1군에 다시 합류한 김범석은 박경완 코치와 함께하는 포수 훈련에도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이를 두고 “이제 1군에 올라온 지 나흘째라 아직 많은 훈련을 진행하진 못했다. 하지만 코치님께서 좋은 메시지와 훈련 방법을 전해주셨고, 내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한 까닭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박경완 코치 역시 김범석을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낙점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박 코치는 늘 김범석을 향해 ‘함께하는 동안 꼭 포수로 만들어 보고 싶은 선수’라고 큰 애정을 드러낸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랬다. 16일 롯데전에 앞서 꽤 오랜 시간 진행된 훈련에서도 박 코치의 열정은 대단했다. 어떻게든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 훈련 뒤 박 코치는 “김범석은 향후 LG의 포수 자리를 짊어져야 할 선수”라면서 “타격이나 수비할 때 움직임을 봐도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계속해서 당근만 준 건 아니었다. 발전을 위해선 때론 쓴소리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박 코치는 “그렇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이 수비를 못하면 결국 그 자리에 앉을 수가 없다”고 강조한 뒤 “선수가 그런 측면에서 동기부여를 꼭 얻었으면 한다. 오늘(16일) 동작 훈련에 비중을 두기보단 멘탈적인 부분을 김범석에게 많이 전달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거죠. 반드시 본인의 재능을 잘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KBO리그 전설의 포수가 ‘미완의 대기’ 김범석에게 남긴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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