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인천]
“작년(2023년) 전반기까진 체인지업이 아니라 그냥 느린 속구에 가까웠죠. 한 번 제대로 던지고 싶어서 열심히 독학했습니다.”
올해로 프로 데뷔 2년 차를 맞은 SSG 랜더스 우완 기대주 이로운은 올 시즌 큰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예년보다 속구의 비중(54.5→70.9)을 크게 올린 뒤 세컨피치를 슬라이더가 아닌 체인지업으로 바꾼 것. 결과는 주효했다.
개막 후 11경기에 구원 등판해 13.2이닝 동안 1승 0패 1홀드 평균자책 3.29를 기록했고, 특히 4월 이후론 7경기에서 7.2이닝을 던져 무실점 행진 중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로운은 지난해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결정구 비중을 속구(48.3%), 슬라이더(32.4%), 체인지업(17.1%) 등으로 가져간 바 있다.
올 시즌은 이지선다로 확 줄였다. 특히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슬라이더 비중은 5.8%로 크게 줄었고, 대신 체인지업은 42.3%로 새로운 세컨피치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왼손 타자 상대로 약했던 모습도 조금씩 극복하기 시작했다. 이로운의 지난해 대비 개선된 좌타 상대 피안타율(0.309→0.227)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스포츠춘추와 만난 이로운은 “지난해 시즌을 치르던 중에 ‘결정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특히 불펜 투수라면 그런 구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던지던 체인지업은 아쉬운 점이 많아 후반기부턴 많이 변화를 줬고, 또 겨우내 연습한 게 이번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립도 좀 더 자신의 손에 맞게 수정했다. 던지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기존 방식이 속구 투구에 가까웠다면, 그것보단 손목을 좀 더 틀어서 체인지업의 움직임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바꿨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걸 혼자서 연구한 끝에 얻어낸 성과라는 점이다. 볼 스피드 역시 중요한 대목이었다. 속구와는 적당히 차이를 유지해야 그 위력을 더할 수 있었고, 그런 감각을 익히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원점에서 체인지업 장착을 새롭게 시작한 이로운은 불과 1년여 만에 자기 손에 맞는 그립과 움직임, 스피드 등을 쥐게 됐다. 체인지업을 새 결정구로 사용하면서 본인도 만족스럽다고. 이를 두고 이로운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속구와 많이 혼동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둘의 시너지가 확실히 좋다”고 덧붙였다.

사령탑도 그런 이로운의 체인지업을 주목한다. 4월 20일 홈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SSG 감독은 “(이)로운이는 이젠 체인지업 컨디션이 중요한 선수가 됐다”면서 “저번에 사우나에서 로운이와 그와 관련해서 대화를 해봤는데, 선수 본인은 ‘좌·우 타자 안 가리고 다 자신 있다’고 씩씩하게 얘기하더라. 그래도 내가 봤을 땐 왼손 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이 확실히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이로운과 더불어 우완 불펜 조병현을 두고 “이기는 경기에서의 6, 7회를 맡기고 싶다”고 했다. 필승조로 진입시키겠단 뜻이다. 다만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기에 ‘업앤다운’ 기복이 있는 게 이 감독의 고민이지만, 앞으로도 과감한 상황에도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운드 위 새 파트너로 ‘체인지업’을 맞이한 이로운 역시 필승조 진입을 향해 남다른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로운이 “필승조에 들어가려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며 “지금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한 까닭이다.
“평균자책을 크게 의식하는 건 아닌데, 지금보단 높지 않게 유지하고 싶습니다. 가장 탐이 나는 건 홀드에요. 올 시즌 15개 정도는 올리고 싶습니다. 팀 성적에도 크게 공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로운의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