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70승을 달성한 양현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통산 170승을 달성한 양현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지금 선수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인데, 아직까진 2017년만큼 강하진 않은 것 같아요.”

양현종은 21세기 KIA 타이거즈 역사의 산 증인이다. 2009년의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고, 2017년 압도적인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7년 만인 올해 다시 한번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팀의 우승 도전 선봉에 섰다.

25일 고척 키움 전에선 7이닝 2실점 호투로 자신의 통산 170승과 팀의 프랜차이즈 최소경기 20승 기록을 일거에 세웠다. 170승은 송진우(210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 27경기 20승은 마지막 우승 시즌인 2017년(28경기)보다 1경기 빠른 구단 기록이다. 

경기후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에 흠뻑 젖은 채로 취재진과 만난 양현종은 “이런 축하를 받게 되어 정말 기분 좋다. 그만큼 팀이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이범호) 감독님은 내 170승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내 승리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나가는 팀 분위기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마운드에서) 최대한 버텼다. 또 야수들이 점수를 잘 뽑아줘서 이렇게 뜻깊은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산 최다승 1위 타이틀을 향한 ‘야심’도 드러냈다. “내 목표는 통산 2위가 아니라 KBO 최초라는 타이틀”이라고 밝힌 양현종은 “170승을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렵고 힘든 기록이지만, 송진우 선배님 기록을 넘는 게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가장 큰 목표”라고 의욕을 보였다.

임무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양현종(사진=KIA)
임무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양현종(사진=KIA)

양현종의 승리로 2017년보다도 빠르게 20승에 선착한 KIA는 21세기 들어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앞서 두 차례 우승을 경험한 양현종이 보기에 올 시즌 KIA의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지금 선수들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은 2017년을 못 따라간다”고 답했다.

양현종은 “물론 지금도 분위기는 너무 좋다. 시즌 초반에 승패 마진을 이렇게까지 벌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떤 경기라도 질 것 같지 않은 팀 분위기”라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2017년도가 조금은 더 세지 않았나 싶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대투수가 2017년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방망이다. 그는 “지금도 방망이가 좋지만, 2017년을 기억해 보면 충격적일 정도로  타격이 강했다. 짜임새가 정말 좋았다”면서 “범호형, 아니 지금 감독님이 7번타자를 맡으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범호 감독님이 7번타자일 정도면 그 위의 타자들은 얼마나 잘 쳤겠나”라고 감탄한 양현종은 “지금 타자들도 잘 치고, 응집력도 좋고 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지만 돌이켜보면 2017년이 좀 더 임팩트 있고 세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KIA 타자들은 16안타 2홈런 13득점으로 키움 마운드를 가루로 만드는 맹공을 퍼부었다. KIA는 25일까지 팀 득점 1위, 팀 홈런 2위, 팀 OPS 1위의 압도적 공격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양현종이 2017년을 높게 평가한 건, 아직 시즌 극 초반인 만큼 방심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현종의 170승을 축하하는 이범호 감독(사진=KIA)
양현종의 170승을 축하하는 이범호 감독(사진=KIA)

양현종은 “2017년엔 6월부터 치고 올라가면서 많은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초반부터 치고 올라가기 때문에, 당연히 언젠가는 전체적 컨디션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면서 “그전까지 승패 마진을 최대한 벌려놔야 나중에 떨어져도 크게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 정말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기면 20승이란 걸 안 선수는 거의 없을 거에요. 선수들이 항상 ‘오늘 이기자’ ‘최소 위닝 시리즈 하자’고 생각하는 게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발투수들도 그에 맞춰 자기 역할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양현종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다. KIA는 아직 ‘완전체’ 전력이 아니다. 간판타자 나성범이 아직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이의리와 임기영도 빠진 상황.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방망이에 불이 붙기 전이다. 그럼에도 KIA는 2017년보다 빠르게 20승을 올렸다. 안 그래도 강한 KIA가 완전체까지 결성하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강해질까. 그때쯤이면 대투수도 흔쾌히 ‘2017년보다 올해가 더 강하다’고 인정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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