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대전]
야시엘 푸이그, AJ 엘리스, 후안 유리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솃.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시절 ‘승리 도우미’로 활약한 선수들의 명단이다. 12년 만에 친정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올 시즌엔 노시환이 류현진의 새로운 승리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 4번타자 노시환이 타석에선 시원한 만루포로, 수비에선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로 류현진의 통산 100승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4월의 마지막날 대전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즌 1차전에서 한화는 선발 류현진의 호투와 노시환의 공수 맹활약에 힘입어 8대 2로 이겼다.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류현진은 지난 등판의 부진을 만회하며 KBO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거나(17일 NC전 7이닝 3실점), 수비 실책에 무너졌던(24일 KT전 5이닝 7실점) 류현진은 타선의 활발한 득점 지원과 견고한 수비 지원 속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특히 4번타자 3루수 노시환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타석에선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SSG 선발 이기순의 깜짝 호투에 0대 1로 끌려가던 3회말, 2사 만루에서 큼지막한 문샷으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2볼에서 3구째 슬라이더에 한차례 크게 헛스윙한 뒤, 같은 공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노시환의 개인 통산 2호 만루포 한 방으로 한화는 4대 1로 점수를 뒤집었다.
“빠른 볼을 노리고 있었는데 변화구가 와서 헛스윙이 됐어요.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헛스윙이었습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의 말이다. “원래 헛스윙은 속아서 하는 스윙인데, 그 홈런 직전의 헛스윙은 뭔가 타이밍이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변화구가 또 와도 자신이 있었는데,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공이 들어와서 좋은 타구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노시환은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다 보니 나도 모르게 위축된 면이 있었다. 공을 더 확인하고 치려다 보니 포인트가 뒤로 오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오늘 경기에선 그걸 깨보자고 마음먹었다. 삼진을 4번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타이밍이 늦는 일이 없게 하자고 계획을 세웠다. 모든 공을 앞에서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만루홈런으로 노시환은 4월 6일 키움전에서 때린 5호 홈런 이후 24일 만에 시즌 6호 홈런을 기록했다. 부진했던 4월의 마지막 날을 홈런으로 장식하며 새로운 기분으로 5월을 맞이하게 됐다. “4월에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5월엔 반드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기가 5월에 많이 나와서 우리 팀 순위도 올라가고, 좋은 경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노시환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유독 3루 쪽으로 까다로운 타구가 자주 나온 이날, 노시환은 빠른 발놀림과 강한 어깨로 실수 없이 아웃카운트를 쌓아올렸다. 2회초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느린 땅볼을 러닝스로로 아웃 처리했고, 4회엔 2사 1, 2루에서 3루쪽 크게 튀어 오른 땅볼을 잡은 뒤 몸을 날려 2루 주자보다 먼저 베이스를 태그하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5회초에서 무사 2루에서 최정의 느린 땅볼을 강한 송구로 아웃 처리했고, 이어진 1사 1, 2루에선 에레디아의 3루 땅볼을 침착하게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 류현진을 도왔다.
“류현진 선배님의 100승이 걸린 경기잖아요. 야수들이 도와줘야 100승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장 채은성 선배를 중심으로 ‘야수들이 도와주자’고 다짐하면서 경기를 시작했어요.” 노시환의 말이다. “저도 수비에 나가서 가능한 처리할 수 있는 타구는 최대한 처리하고, 안타가 되더라도 다이빙 한 번 더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만루포와 호수비 중 어느 쪽을 류현진이 더 반겼는지 묻자 노시환은 “좋은 수비를 펼쳤을 때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수비 하나하나가 중요하니까요. 오늘 투구 수도 많았는데, 수비수들 하나하나가 도우면서 100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배님도 수비 잘하고 들어왔을 때 더 좋은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지난 류현진의 99승 때도 1회 결승타를 날렸던 노시환은 100승 경기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류현진 도우미’로 떠올랐다. 이에 관해 그는 “앞서 몇 경기에서 100승에 실패했는데, 오늘은 홈 경기이기도 하고 만원 관중 앞에서 멋지게 대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류현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웃음과 함께 “소고기 사셔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이를 전해 들은 류현진은 “노시환 선수의 실력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실력만큼) 못 보여준 면이 있었다”고 유쾌하게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고맙고, 마음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면서 1등 도우미로 활약한 후배에게 감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