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전국의 어린이 야구팬들에게 하늘이 사과해야 한다. 아침부터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KBO리그 어린이날 경기 전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어린이날 전 경기 취소는 KBO리그 43년 역사상 최초다.
KBO는 5월 5일 정오에 전국 5개 구장 전 경기의 우천순연 소식을 알렸다. 11시 5분경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 경기가 가장 먼저 취소됐고, 이어 11시 25분엔 잠실 두산 베어스-LG 트윈스, 인천 NC 다이노스-SSG 랜더스, 수원 키움 히어로즈-KT 위즈 경기가 취소됐다. 12시엔 대구 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전마저 취소됐다. 순연된 경기는 추후 다시 편성한다.
이미 어린이날 시리즈 첫날 기상청이 ‘5일 전국에 물 폭탄’을 예고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다. 기상청은 지난 3일 예보에서 서울과 경기 내륙에 10~40㎜, 경기 서해안과 인천, 서해5도에 20~-60㎜ 등 전국에 최대 150㎜의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감독들도 토요일 경기에 불펜투수를 쏟아붓는 등 일요일 취소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운영했다.
다른 때는 잘 빗나가던 기상청 예보가 이번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5일이 되자 오전부터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저기압과 강한 남풍에 동반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돌풍과 벼락을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졌다.
비는 점점 강해져 내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에는 100㎜ 이상의 폭우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도 150㎜가량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경기 북부와 경기 서부, 경남과 전남에 호우 예비특보를, 충청 이남 서해안과 영남 해안, 전북에는 강풍 예비특보를 내렸다.
5월 5일을 겨냥해 다양한 이벤트와 선물을 준비하고 어린이 팬 맞이를 준비했던 KBO와 구단들로서는 하늘이 야속할 뿐이다. KBO리그는 전날(4일) 전국 5개 구장에 총 10만 4,949명의 관중이 입장해 2024시즌 일일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5경기 가운데 잠실과 대구, 광주 경기가 매진됐고 인천과 수원에도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만약 오늘 날씨만 좋았다면 매진이 확실했는데, 경기가 열리지 못해 아쉽다. 어린이 팬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 우천취소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어린이날 전 경기 우천취소다. KBO리그는 지난해에도 어린이날 내린 폭우로 5경기 중 4경기가 순연되고 고척 1경기(SSG-키움전)만 열린 바 있다. 지난해 전까지 어린이날 우천 취소는 1985년(3경기), 1992년(1경기)으로 극히 드문 일이었는데, 최근 2년 들어 10경기 가운데 9경기가 취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