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파리의 붉은 흙 위에서 금빛 드라마가 펼쳐진다. 프랑스오픈이 끝난 지 불과 6주 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 재집결했다. 이번 올림픽 테니스는 현지시각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진행되며,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서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다. 두 선수 모두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로 롤랑가로스의 붉은 클레이 코트와 궁합이 좋다. 특히 알카라스는 최근 윔블던 우승까지 차지하며 남자 테니스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알카라스는 남자 단식 금메달 최유력 후보다. 21세의 나이에 이미 4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알카라스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 단식에서는 세계 랭킹 1위 시비옹테크의 독주가 예상된다. 시비옹테크는 최근 3년 연속 프랑스오픈을 제패했고, 올해 클레이 코트에서 19연승을 기록 중이다. 디 애슬레틱은 "다른 선수들은 클레이 위의 시비옹테크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의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랭킹 2위 코코 가우프(미국)는 시온텍의 강력한 도전자로 꼽힌다. 가우프는 작년 US오픈 우승에 이어 올해 프랑스오픈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클레이 코트 적응력을 높였다. 디 애슬레틱은 "가우프가 시비옹테크와의 상대 전적 1승 11패를 뒤집고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남자 단식에서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의 도전이 관심을 모은다. 올림픽 금메달은 조코비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타이틀이다. 최근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윔블던 결승 진출로 건재를 과시했다. 디 애슬레틱은 "37세 베테랑 조코비치가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마지막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14차례나 프랑스오픈을 제패한 나달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스웨덴오픈 결승 진출로 건재를 과시했다. 디 애슬레틱은 "클레이의 황제가 롤랑가로스에서 마지막 환희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남자 복식에서는 알카라스와 나달의 '드림팀'이 금메달 1순위로 꼽힌다. 두 스페인 선수의 조합은 이미 'Nadalcaraz'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둘이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디 애슬레틱은 "알카라스의 젊음과 나달의 경험이 어우러진다면 금메달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자 복식에서는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카테리나 시니아코바 조(체코)가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한다. 미국의 코코 가우프-제시카 페굴라 조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번 올림픽은 일부 스타 선수들의 불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남자부에서는 야닉 시너(이탈리아), 후베르트 후르카츠(폴란드), 벤자민 셸턴, 프란시스 티아포(이상 미국) 등이 불참을 선언했다. 여자부에서는 아리나 사바렌카(벨라루스), 온스 자베르(튀니지),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 등이 불참한다.
대신 앤디 머레이(영국)와 안젤리크 케르버(독일)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머레이는 올림픽 남자 단식 2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선수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 애슬레틱은 "올림픽과 테니스는 여전히 어색한 조합"이라면서도 "메이저 대회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4년에 한 번뿐인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들은 자국을 대표해 메달을 노리게 된다. 개인 랭킹 포인트나 상금이 아닌 애국심과 명예를 걸고 펼치는 경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올림픽 테니스는 일반 메이저 대회와 달리 3세트 매치(결승전 제외)로 진행돼 이변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당일 컨디션과 경기 운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디 애슬레틱은 "9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펼쳐지는 올림픽 테니스는 강팀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약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일간의 열전은 8월 3일 여자 단식 결승을 시작으로 4일 남자 단식과 여자 복식 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