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바일스(사진=시몬 바일스 SNS)
시몬 바일스(사진=시몬 바일스 SNS)

 

[스포츠춘추]

미국의 체조 여제 시몬 바일스(27)가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체조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바일스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종합점수 57.533점을 기록, 2위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56.334점)를 1.199점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바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8년 만에 개인종합 금메달을 되찾았다. 여자 체조 역사상 비연속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2관왕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또한 70년 만에 최고령 여자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도 세웠다.

바일스의 이번 우승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겪은 정신적 붕괴를 극복하고 이뤄낸 값진 성과다. 당시 그는 '트위스티(twisties·공중에서 방향 감각을 잃는 현상)'를 겪으며 개인종합을 포함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기권했다.

이날 결선에서도 바일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2로테이션을 마친 후 3위로 밀려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평균대와 마루운동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알드리지 기자는 "바일스가 보여준 경기력은 숨 막힐 정도로 놀라웠다"며 "톰 브래디, 타이거 우즈, 스테피 그라프, 마이클 조던과 같은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과 견줄 만한 위대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더 가디언의 앤디 불 기자는 "바일스가 마지막 마루 연기를 시작할 때 체육관의 모든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됐다"며 "지네딘 지단, 스테픈 커리, 토니 호크, 나디아 코마네치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도 그녀의 연기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바일스는 경기 후 "너무 힘들었다. 레베카(안드라데)가 너무 가까이 근접해서 정말 스트레스 받았다"며 "이렇게 근접한 경쟁자는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3년 전에는 다시는 체조 경기장에 설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도쿄올림픽 전에는 부상을 걱정한 나머지 정신 건강을 소홀히 했고, 결국 정신적 부상을 입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육체적 부상과 달리 정신적 부상은 회복 기간을 예측할 수 없어 더 힘들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바일스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염소(GOAT·Greatest Of All Time) 모양 목걸이를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싫어한다.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며 "내가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텍사스 스프링 출신의 시몬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바일스의 이번 금메달로 그의 올림픽 통산 메달 수는 9개(금메달 6개)로 늘어났다. 체조 선수 중에서는 구소련의 라리사 라티니나(금메달 9개)와 체코슬로바키아의 베라 차슬라프스카(금메달 7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한편 이번 대회 개인종합에서 미국의 수니사 리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리는 2021년 도쿄올림픽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로, 이번에는 바일스에게 왕좌를 내줬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알드리지 기자는 "바일스와 세레나 윌리엄스는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흑인 여성 선수들"이라며 "그들이 백인 중심의 스포츠 세계에서 이룬 성과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도미니크 도즈 전 미국 체조 국가대표는 "바일스가 보여주는 기술, 특히 마루와 도마에서의 연기는 여자 체조 선수로서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그의 재능과 용기, 그리고 체조계 문화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감탄한다"고 말했다.

바일스는 앞으로 남은 종목별 결선에서 추가 메달에 도전한다. 그의 주 종목인 도마와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는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인용해 여운을 남겼다.

세계 체조계는 바일스의 이번 우승을 통해 그가 명실상부 '역대 최고의 체조 선수'임을 재확인했다. 그의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며 스포츠계에 가져온 변화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27세의 나이에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일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전 세계 체조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