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가 제휴사 거래(Associated Party Transaction, APT) 규정에 관한 중재 판결 이후 각자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판결 내용을 뜯어보면 APT 시스템의 전반적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서 중재 재판소는 2021년 12월과 2024년 2월에 도입된 프리미어리그의 APT 규정과 개정안이 주주 대출을 의도적으로 제외함으로써 영국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주주 대출은 구단이 소유 그룹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하며, 대개 무이자로 이루어진다.
맨체스터 시티는 성명을 통해 "중재 재판소가 프리미어리그가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구단의 에티하드 항공그룹 및 퍼스트 아부다비 은행과의 스폰서십 계약에 관한 프리미어리그의 두 결정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재판부가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승리를 주장했다. 프리미어리그는 판결이 APT의 "일부 개별 요소"가 경쟁법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APT 시스템의 전반적인 목표, 프레임워크 및 의사결정을 승인했다"며 아전인수격 주장을 펼쳤다.
프리미어리그는 또한 재판소가 APT 규정을 리그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의 효과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간주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의 스포츠 정신과 지속가능성을 지지하고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소의 "판결을 고려하여" APT 시스템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프리미어리그는 경쟁법을 준수하지 않는 요소들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판결은 프리미어리그와 맨체스터 시티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 내에서 구성된 독립적인 3인 중재 패널이 내린 것이다. 서 나이젤 티어 경, 크리스토퍼 바즈다 KC, 다이슨 경으로 구성된 이 패널은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의 APT 규정에 이의를 제기한 후 진행된 6월의 심리 결과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렸다. 이는 특정 정부 기관이나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되지 않은, 이 사안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중재 기구다.
디 애슬레틱은 "현행 APT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10월 12일 목요일 프리미어리그 주주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사전에 의제에서 제외되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부분 중 하나는 주주 대출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재판소는 스폰서십 계약뿐만 아니라 주주 대출도 APT 규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대출의 상당수가 무이자로 이루어져 구단에 유리한데, 이는 시중 금리로 대출받는 것보다 재정적 부담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스널은 2022-23 시즌 말 기준 주주 대출로 2억 5900만 파운드(약 4,300억 원)를 빌렸다.
역사적으로 무이자 주주 대출은 APT 규정에서 제외되어 왔는데, 맨체스터 시티는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무이자 대출이 공정한 시장 가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PSR) 계산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재판소는 이 주장에 동의했다.
이론적으로 이는 무이자 주주 대출이 PSR에 포함될 경우, 많은 구단들이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장부를 재조정해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 애슬레틱의 루크 보셔 기자는 "2022-23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7억 1280만 파운드(약 1조 1,900억 원)라는 프리미어리그 기록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 중 거의 절반인 3억 4140만 파운드(약 5,700억 원)가 광고 및 스폰서십 수입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시티의 수입 중 상당 부분이 시티 풋볼 그룹(CFG) 소유주와 연관된 기업들로부터 나왔다"며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는 시티의 유니폼과 경기장 모두의 주요 스폰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의 재정 규정을 115차례나 위반했다는 혐의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시티는 이 혐의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제이콥 화이트헤드 기자는 "115개 혐의에 대한 청문회가 지난달 런던에서 시작되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2023년 2월 프리미어리그가 조사 결과 혐의를 제기한 지 18개월 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의 규모와 기간을 고려할 때 이는 전례 없는 징계 절차"라며 "에버턴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사건이 한 번의 위반에 대한 것이었던 반면, 시티의 경우 9년에 걸친 여러 유형의 위반 혐의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헤드 기자는 또한 "지난 1년 반 동안은 법적 예비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이는 청문회의 형식, 공개될 증거, 증인의 신원 등 청문회의 여러 측면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 역시 앞으로 몇 달 동안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근처의 국제분쟁해결센터에서 3인으로 구성된 독립 패널에 의해 정식으로 심리될 예정이다. 해당 심리에 참여할 패널 위원들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화이트헤드 기자는 "결과가 나오면 영국 축구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