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의 핵심 로드리(사진=로드리 SNS)
맨시티의 핵심 로드리(사진=로드리 SNS)

 

[스포츠춘추]

축구 A매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과 늘어나는 경기 수로 인해 선수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가 대항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포르투갈 대표팀의 수비수 루벤 디아스는 이번 시즌 시작 전 자신의 SNS에 11개월 동안 최대 85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빽빽한 일정표를 공개했다. 이는 클럽과 국가대표팀 경기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디아스의 팀 동료이자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인 베르나르도 실바 역시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는 A매치에 자주 차출되는 맨시티 선수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 국가대표 미드필더 로드리는 최근 엘리트 축구 선수들에게 부과되는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가 파업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유명 선수들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고, 영국 선수노조(PFA) 마헤타 몰랑고 대표는 BBC 라디오5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내 대회를 우선시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문제는 국제 대회, 특히 국가대표팀 경기에 있다"고 말했다.

클럽 축구의 영향력이 현대 축구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A매치는 그 존재감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 코파 아메리카 같은 대회의 위상은 여전하지만, 정규 시즌 중 5차례 열리는 A매치 기간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방해물로 여겨지고 있다.

전 아일랜드 대표팀 감독 믹 매카시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재정적인 문제"라며 "프리미어리그는 괴물이고, 클럽 축구가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만난 모든 선수는 국가대표로 뛰고 싶어 했다. 그것이 내 경력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FIFA의 국제경기일정(IMC)은 2030년까지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선수노조들은 FIFA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세계 6만5천 명의 선수를 대표하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올여름 유럽 주요 리그들과 손잡고 유럽위원회에 FIFA를 고소했다. PFA도 프랑스 선수노조와 함께 브뤼셀 상업법원에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FIFA는 IMC 관련 주요 결정이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강조하지만, 노조와 선수들의 불만은 지난 6개월 동안 명확히 드러났다. 엘리트 선수들이 변화를 요구하며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A매치나 FIFA 주최 대회인 클럽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 북아일랜드 대표팀 감독 이안 바라클라우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축구가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졌다. 경기의 질이 떨어지고 선수들의 경력이 단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FIFA는 A매치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작은 국가들이 강팀들과 경쟁할 기회를 제공하고, 덜 유명한 선수들이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또한 211개 회원국 협회에 수익을 분배하여 전 세계 축구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년 여름 32개 팀이 참가하는 확대된 클럽월드컵 개최는 클럽 축구의 영향력 증가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FIFA는 UEFA가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수익을 크게 늘린 것을 보고 비슷한 대회로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축구 데이터 과학 및 분석 회사 키트맨 랩스의 스티븐 스미스 설립자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수와 시즌 동안의 출전 시간이 부상 가능성의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라면서도 "선수들이 짧은 기간에 연속적으로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기간에 부상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FIFPro의 연례 업무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시즌 10명의 선수(모두 국가대표)가 7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이는 FIFPro가 권장하는 55경기 제한을 크게 초과한 수치다.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과 리버풀의 루이스 디아스, 다윈 누녜스는 각각 72경기를 치렀다.

스미스는 "우리가 이 슈퍼스타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결국 그들을 잃게 될 것"이라며 "선수들의 경력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매치의 또 다른 문제는 이동 거리다. 유럽 클럽들에는 남미, 북미, 아프리카, 아시아 출신의 엘리트 선수들이 많은데, 이들은 A매치 기간마다 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토트넘의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함께 26만2천km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미스는 "이동이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는데, 매우 강한 연관성이 있다"며 "이동은 엄청난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축구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통합된 사고의 부재다. 디아스는 이번 시즌 이미 잉글랜드축구협회(FA), 프리미어리그, UEFA가 주관하는 경기에 출전했고, 앞으로 EFL(거의 확실히)과 FIFA 주관 경기도 기다리고 있다. 각 기구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 하고 양보를 꺼린다. 클럽들 역시 돈벌이가 되는 프리시즌 및 시즌 종료 후 투어를 조직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축구계 리더들이 의제를 제쳐두고 함께 모여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FIFA에 대한 법적 대응이 성공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국제경기일정은 여전히 FIFA와 회원국들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매카시는 "월드컵은 언제나 정점이 될 것이고,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라면서도 "결국 대부분의 것들처럼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제 돈은 프리미어리그와 빅클럽들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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