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10년 내내 공수표에 그친 새 사직야구장 공약,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부산시가 20일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종합운동장 복합개발 최종안을 발표했지만, 개장 시점은 기존 약속보다 2년 더 미뤄졌다. 지난해 3월 발표에선 2029년 2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2031년으로 연기됐다. 대체 경기장 선정과 공사비 분담 등 핵심 사안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결과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날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새 사직야구장은 현재 위치에 좌석 수 2만1천석 규모의 개방형 구장으로 건립된다. 면적은 3만6천406㎡에서 6만1천900㎡로 대폭 확장되며, 주변 아파트 밀집 지역을 고려해 그라운드 레벨을 낮추는 다운필드 방식을 도입해 소음과 빛 공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새 구장은 단순한 야구장을 넘어 복합 문화시설을 표방한다. 야구장 내외부에 패밀리존, 키즈존 등 다양한 좌석을 배치하고, 경기장 투어 프로그램과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한다. 또한 스타트업 스튜디오, 스포츠펍, 레스토랑, 키즈카페, 스포츠 제품 팝업스토어, 어린이·청소년 스포츠 복합체험 공간과 아카데미 등을 운영해 비시즌에도 활용 가능한 시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종합운동장도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실내체육관과 수영장은 북서쪽으로 재배치되고, 남쪽 부지에는 잔디 피크닉 공원과 여가시설이 들어선다. 지하에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보조경기장에는 링브릿지를 도입해 조깅과 트레킹 코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이 과거의 수많은 '장밋빛 청사진'과 다른 결말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10여년 전부터 지방선거 때마다 시장 후보들은 사직구장 재개발이나 돔구장 건립 등을 약속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체 경기장 선정과 공사비 분담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청사진만 발표했다가 흐지부지되기를 반복했다.
단, 이번 계획에서는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돼 이전 발표에선 한 발 나아갔다. 리모델링 공사 비용은 부산시와 롯데가 7대3 비율로 분담하고,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추가 비용은 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2031년 야구장 개장 전까지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임시 구장으로 활용한다.
시는 내년 설계 공모를 시작으로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재건축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종합운동장 개발은 올해 말 완료되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형준 시장은 "사직야구장을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춘 부산의 스포츠 랜드마크로, 종합운동장을 스포츠 여가 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개념의 지속 가능한 스포츠문화 콤플렉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년 8개월 동안 대체 경기장 선정과 비용 분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부산시가 이번에는 7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수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