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사진=스포츠춘추 DB)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사진=스포츠춘추 DB)

 

[기사 본문]

국제 스포츠 최악의 부패 조직으로 비판받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인권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FIFA는 최근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월드컵 유치를 호평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회피하는 행태로 비난받고 있다. 

FIFA가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월드컵 유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FIFA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위험을 '중간'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유치 요건에 대해서는 5점 만점에 4.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는 2026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공동 개최 입찰안보다 더 높은 점수다.

FIFA는 보고서를 통해 월드컵 개최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혁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좋은 잠재력"이 있으며, "긍정적인 인권 결과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FIFA의 평가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에 따르면, 스티브 콕번 국제앰네스티 노동권 및 스포츠 담당 책임자는 "FIFA의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 입찰 평가는 그 국가의 끔찍한 인권 기록에 대한 놀라운 미화"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착취, 주민들의 강제 퇴거, 활동가들의 체포를 막을 의미 있는 약속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디 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FIFA의 평가 보고서는 LGBTQI+, 성적 지향 등의 용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내 여성의 권리에 대한 언급도 여성 축구의 성장과 참여에 관한 내용에 국한되어 있다. 이는 FIFA의 평가 기준이 포괄적인 인권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FIFA가 의뢰한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FIFA의 보상 책임을 지적했다. FIFA 인권 및 사회적 책임 소위원회가 의뢰한 이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카타르에서 다수의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주된 책임은 해당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고용주와 카타르 정부에 있지만, FIFA 역시 이들 노동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에 기여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FIFA는 이 보고서의 권고사항 중 하나인 카타르 레거시 기금을 통한 직접적인 노동자 보상을 이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FIFA는 5000만 달러 규모의 이 기금을 카타르 및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유엔난민기구(UNHCR) 등 3개 기관과 협력하여 전 세계적인 사회 프로그램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FIFA의 이러한 결정은 직접적인 피해 보상보다는 간접적인 사회 기여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스티브 콕번 책임자는 "FIFA가 심각한 인권 위험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무시함으로써, 앞으로 10년 동안 일어날 침해와 학대에 대해 많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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