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선거 하루를 앞두고 정몽규(63) 대한축구협회장이 꺼내든 '50억원 기부' 승부수가 무색하게 됐다. 법원이 협회장 선거의 불공정성을 인정하며 허정무(71) 후보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전면 중단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1월 7일 "이 사건 선거에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며 허정무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선거운영위원회 위원 명단 비공개 ▲선거인단 구성 과정의 불투명성 ▲규정상 194명이어야 할 선거인단이 173명으로 축소된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선거인단 194명 중 80%를 초과하는 160명이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추첨으로 구성되고, 선거인단 추첨의 공정성·투명성이 회장 선출에서 회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허정무 후보가 주장한 회장선거의 문제점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허정무 후보는 지난달 30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축구협회가 협회장 선거 일정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면서 "정몽규 회장의 집행부가 선거를 주관하는데, 선거 과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선거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현 회장의 당선 가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 회장은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성공적 완성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5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에 조성 중인 축구종합센터(면적 47만8천㎡)는 천연·인조 잔디구장 11면과 미니 스타디움, 실내 축구장, 축구역사박물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표심을 사려고 했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대한축구협회는 법원의 결정문을 받는 대로 후속 절차를 공표할 방침이다.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 회장의 임기는 오는 22일 예정된 첫 KFA 정기총회에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